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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후보 올 4월 22일 치러지는 프랑스 대통령선서의 중요한 변수로 떠오른 중도우파 프랑스민주연합(UDF)의 바이루 후보가 지난달 27일 메츠에서 열린 선거유세에서 자신에게의 한 표를 호소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지난 일요일(1차투표일인 22일을 말함) 19시 59분까지 본인은 상종하지 말아야 할 인물이었습니다. 그런데 20시 1분(투표결과 발표 직후) 본인은 갑자기 매력적인 남자로 변해버렸습니다."

지난 25일 기자회견에서 중도파 프랑수아 바이루가 한 말이다.

이번 1차 선거에서 18.5%라는 막강한 표를 얻어 3위를 차지한 프랑스민주연합(UDF)의 바이루. 좌우파 후보들은 서로 그를 자기쪽으로 끌어당기기 위해 벌써부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그의 유권자들을 더 많이 끌어당기는 후보가 결국 결선에서 승리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당의 세골렌 루아얄이 프랑스 남부 도시 몽펠리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바이루에게 일종의 기자회견을 제안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만약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프랑스민주연합에게도 장관직을 할애하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루아얄은 긍정적으로 대답했다. 루아얄은 이 전에도 바이루에게 대선정책을 함께 논의하자고 제안한 바 있었다.

니콜라 사르코지도 가만히 있을 리 없다. 그는 "우리 대중운동연합에도 아직 자리가 많이 비어있다"고 말하였는데 1차 선거에서 극우파의 유권자들을 갉아먹었던 사르코지가 이제 공략할 유권자들은 중도파인 프랑스민주연합 유권자들임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본인이 차후에 구성할 내각에 '좌파 인물'들도 당연히 포함된다고 한 말은 바로 그의 이런 의도를 잘 반영하는 말이다.

"누굴 찍을지는 몰라도, 사르코지는 안 찍어"

▲ 결선에서 맞붙게 된 사르코지와 루아얄
ⓒ AP, 로이터=연합뉴스
그러나 프랑수아 바이루는 이렇게 좌우에서 끌어당기는 보충병 역할로 머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지난 대선 기간동안 중도파로서 여지껏 좌우 싸움으로 기력을 잃은 프랑스를 재건하겠다는 그의 선언을 지금 와서 부정하기에는 그가 걸어온 길이 너무 멀었다.

그는 "프랑스의 오랜 좌우 정치싸움을 청산하고 새로운 정치 지평선을 열어보겠다"며 대선에 나섰다. 그런데 지금 좌우가 제안하는 장관직을 승낙한다면 어불성설이 되고 마는 격이다.

지난 25일 모든 이들이 기다린 기자회견에서 바이루는 "본인은 본인의 유권자들에게 결선에서 어느 당에게 표를 던지라는 말을 하지 않겠다"라고 선언했다. 예상했던 대로다.

그리고 덧붙이기를 "누구에게 표를 던질지는 아직 모르지만, 누구에게 표를 던지지 않을 것인지는 확실하다"는 것인데, 결국 사르코지에게는 절대로 표를 던지지 않겠다는 말이다.

대선 캠페인 기간 내내 바이루는 사르코지에게 입바른 소리를 하는 것을 서슴치 않았는데 특히 사르코지가 '미성년자 성애자와 자살이 선천성 요인에 근거한다'고 했을 때 사르코지를 가차없이 비판했다. 그의 사르코지 비판은 이 날 기자회견에서도 계속되었다.

"니콜라 사르코지는 재계와 언론계를 정복하다시피 하고 국민들을 겁주고 협박하는 방식을 사용함으로써 이제껏 프랑스가 한 번도 겪어본 적이 없는 무자비한 방식으로 프랑스를 다스릴 것이다. 그의 성격과 그가 자극하는 주제들로 인해 그는 부유한 층에 더 많은 이익이 가도록 하는 정치방식으로 사회계층의 분열을 더 강화시킬게 틀림없다."

바이루는 왜 루아얄을 밀지 않는가

이렇게 강렬하게 사르코지를 비판하고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왜 바이루는 사회당의 루아얄에게 표를 던질 것을 권유하지 않고 있을까?

우선 중도파라는 자신의 당의 독립성을 유지시키기 위한 이유 때문인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루아얄이 내거는 경제 정책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루아얄의 프로그램은 국가의 개입을 적극 장려함으로써 공공서비스를 계속 창설하겠다고 하는데, 이것은 우리나라와 우리 경제가 원하는 창조와 균형을 잡기 위한 방법과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바이루는 좀 더 자유경제정책에 가까운 인물로 루아얄이 계획경제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위와 같은 말을 한 것이다.

사실 1997년에서 2002년까지 리오넬 조스팽을 선두로 한 사회당 정부가 정권을 잡았던 5년 동안에 사회당은 계획경제 체제 대신에 자유경제 제체를 도입하여 비난을 받았다.

1997년 6월, 벨기에 빌보르드에 있는 르노 공장이 폐업위기에 처했을 때 국가가 개입해야 하지 않느냐는 다수의 질문에 조스팽은 다음과 같이 유명한 말을 남겼다. "국가가 모든 것에 개입할 수는 없다."

르노공장에서 프랑스 국가가 소유한 주식이 46%에 달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국무총리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음으로써 국민들에게 사회당의 철저한 무관심을 극렬하게 보여준 사례로 영원히 남게 된 것이다.

또한 1999년 9월, 한 쪽에서는 고용을 장려한다고 외치면서도 미슐랭 타이어 기업이 7500명의 해고를 알렸을 때에도 국가는 아무런 대책도 취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오로지 미슐랭의 주가를 올리기 위해서였다.

당시 사회당의 이런 자유정책으로 인해 실망한 유권자들이 반기를 듦으로써 2002년의 조스팽 1선 탈락이란 지진을 몰고온 것이다.

무엇보다 루아얄이 피하고 싶은게 조스팽의 전철을 밟는 것이고, 바로 그런 이유로 루아얄은 계획경제 체제를 이렇게 소리높게 외치고 있지만 이것은 단지 유권자들의 표를 얻기 위한 정책에 불과하다.

"루아얄-바이루 TV토론, 사르코지가 훼방"

▲ 지난 1차투표에서 3위를 차지한 바이루.
ⓒ AP=연합뉴스
루아얄이 바이루에게 토론 제안을 한 것은 자신의 상황을 유리하게 하고 바이루의 확고한 지지를 얻고자 하기 위한 것이다. 루아얄은 우선 지방신문에서 토론을 하자고 제안했으나 바이루는 텔레비전의 토론을 원했다. 결국 지방신문의 조합원들의 거절로 지방신문에서의 토론은 취소되었다.

이번엔 <카날 플뤼스> 텔레비전에서 토론이 예정되었는가 했더니 '1선에 오른 두 후보에게는 언론에 할당된 동일한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라는 규칙에 어긋난다며 이것도 취소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루아얄과 사회당원들은 이것은 누군가의 압력에 의한 것이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사회당의 문화부 장관과 교육부장관을 역임했으며 현재 루아얄의 조언자 역할을 하고 있는 자크 랑은 "사르코지 국가가 벌써부터 모든걸 지휘하고 있다"고 말함으로써 이것이 사르코지의 훼방임을 시사했다. 바이루도 27일 오전 자신과 루아얄의 토론방송이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오로지 사르코지의 압력 때문이라고 단정했다.

결국 이 둘의 토론은 4월 28일 토요일 오전 11시에서 낮 12시 30분까지 BFM(뉴스전문채널) 텔레비젼에서 생중계하는 걸로 낙착되었다.

사르코지와 루아얄 사이, 위험한 바이루

바이루는 이번 1선에서 많은 표를 획득함으로써 프랑스인의 정치지표 변화 의도를 읽었다며 향후에 프랑스민주연합을 해체하고 새로운 중도파인 민주정당을 창설할 의향을 밝히기도 했다. 이것은 단지 당의 이름만 바꾸는게 아니고 지난 30년간 우파에 적을 두었던 프랑스민주연합을 해체하고 실제적인 중도파를 창설한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바이루에게는 하나의 위험이 될 수도 있다. 프랑스민주연합의 29명의 의원들 중에서 벌써 15명이 사르코지에게 표를 던질 것이라는 의사를 발표한 상태여서 그의 지반이 흔들릴 수도 있는 것이다.

입소스에서 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바이루를 찍은 중도파 유권자들 중에 39%가 루아얄에게, 35%가 사르코지에게 표를 던질 예정이고 나머지 27%는 기권하겠다고 말했다.

태그:#루아얄, #바이루, #사르코지, #프랑스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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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 자유기고가, 시네아스트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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