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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수 아이비가 미니홈피를 통해 '경호원 폭행 사건'에 대해 사과했다.

얼마 전에 일본에 다녀왔다. 보아의 콘서트 취재였다. 1만2000명의 관객이 몰렸다. 흔히 일본인들은 질서를 생명처럼 여긴다고 한다. 하지만 1만2000명이다. 어느 정도의 혼잡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를 통제하기 위해 진행요원들이 고용된다. 그들의 진행방식이 인상 깊었다. 한국에서 흔히 있는, 아니 당연한 풍경인 강압적 자세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통제라고 하는 임무는 철저하게 하되, 그 태도가 지극히 점잖았다. 한국의 경호, 진행 업체들과는 참으로 비교되는 모습이었다.

보아 일본 콘서트의 관객들은 일사불란하게, 제 시간에 입장했다. 동선관리가 잘 되있었기 때문이다. 줄 세우는 방식부터 입장하는 모습까지 모든 게 합리적이었다. 일본 관객들이 질서를 잘 지키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많은 사람들이 모였을 때 전체 모습을 볼 수 있는 관객은 없다. 진행을 맡은 사람들이 얼마나 효율적인 시간과 동선 구성을 짜느냐의 문제다. 얼마나 혼란의 여지를 줄이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그건 강압이 아닌 효율의 차원이다.

혼란을 강압으로 수습하는 경호업체들

하지만 한국에선 그렇지 않다. 이렇게 줄 세웠다, 저렇게 줄 세웠다 하기 일쑤다. 입장과정에서도 끊임없이 혼란이 벌어지는게 일상다반사다. 혼란이 생기면 그제서야 대처한다. 지극히 강압적인 방식으로. 그게 한국 경호업체들의 방식이다.

군사독재 시절의 문화에서 한 치도 달라진게 없다. 해병대 전우회 출신들인가 싶을 정도다. 아니, 해병대 전우회 분들이 교통정리하는 걸 보면 그야말로 능수능란하니 경호업체를 그분들에 비교하는 건 해병대 전우회에 대한 모욕이리라.

방귀가 잦으면 똥이 나온다더니 결국 큰 게 터졌다. 아이비의 방송 녹화 현장에서 경호업체 '강한친구들' 직원들이 폭행을 가했다고 한다. 콘서트나 공개방송에 가본적 있는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이름의 업체다. 그들이 진행을 맡는 행사의 후기에는 늘 안좋게 거론되는 업체기도 하다. 진행의 편의를 위해서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막무가내식의 태도를 취하는 걸로 유명하다.

그들만 그런 건 아니다. 한국에서 행사 진행을 하는 업체들은 대부분 그렇다. 지금은 없어진 애국조회때 학생들을 통제하려고 무작정 몽둥이를 휘두르던, 교사라는 이름의 깡패들이 떠오르는 것이다.

10대다. 인생에서 가장 에너지로 충만한 또래들이다. 어리다면 어린 학생들이다. 하지만 이성이 안통하는 나이도 아니다. 경호를 빙자해서, 폭력을 휘두를 나이도 아니라는 얘기다. 무작정 고압적으로 대하는 게 최선은 아니다. 그건 자신들의 편의를 위한 방책일 뿐이다.

인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할 수 있다. 그러나 변명 거리가 되지 않는다. 사람을 더 뽑으면 될 일이다. 사전 교육을 철저히 하면 될 일이다. 그동안 그들이 했던 모습을 봐서 그 교육의 내용이 어떨지는 대충 짐작이 가지만서도.

한국의 공연 인프라는 결코 선진국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어느 나라에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게 있다. 해외 뮤지션들이 오면 공연기획자들이 하는 얘기가 있다. 한국 관객은 세계 최고라고. 관객의 열정이다. 뮤지션들이 놀랄 만큼 뜨거운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콘서트인지, 군대유격훈련인지...

하지만 그런 열기에도 불구하고 사고는 나지 않는다. 우뇌와 좌뇌를 동시에 풀 가동하는 것이다. 그런 관객들을 상대로, 경호업체는 강압적 자세를 고수한다.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 이번 아이비 사건의 경우, 항의하는 교사에게까지 막말을 하며 이게 콘서트인지 군대유격훈련인지 알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쯤되면 알 수 없어진다. 누구를 위한 경호인가.

군사독재시절의 '그 분'들의 행사에서 경호를 맡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같다. 밤의 세계를 주름잡는 형님을 호위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팬이, 관객이 자신이 경호하는 대상의 목숨이라도 노리고 있다고 단정하는 것 같다.

몇년전 매니지먼트의 권력이 커지자, 강우석 감독이 그랬다. "매니저는 운전을 해야지." 경호업체는 진행이나 똑바로 하시라. 정 불상사가 생길 것 같으면 조용히 VIP에게 바리케이트나 치시라. 욕하지 말고, 조인트 까지 말고. 그건 당신들의 '업무'가 아니다.

태그:#경호, #폭력, #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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