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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다이어트도 몸에서 지방을 모두 제거하지는 못한다. 사람의 두뇌가 지방으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뇌의 지방까지 모두 없애면 보기는 좋을지 모르지만, 정치인밖에 못 한다는 문제가 생긴다."

아일랜드 출신의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는 다이어트와 정치 사이의 상관관계를 발견한 최초의 인물일 것이다. 그의 독설로 미루어 보건대, 정치인들의 판단력을 못 믿는 사람은 비단 한국 국민만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국가의 운명을 뒤흔들 정책에 대해 시민사회를 배제하고 소수 관료들의 머리에 의존하는 현 정부의 밀실행정을 우려한다면 국민들의 지나친 기우일까? 더구나 정부의 결정이 상식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라면?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칠 정책에 대해 정치인에게 요구하고, 반대하고, 조언하는 것은 국민으로서 당연한 권리다. 이런 권리가 무시될 때 국민은 (버나드 쇼처럼) 조롱으로, 그리고 더 나아가서 권력의 판단력과 정당성을 의심하는 것으로 맞설 수밖에 없다(광우병이 '뇌 무게를 줄이는' 질환이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면 마음이 더 심난해진다).

▲ 한미FTA 협상을 진행했던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왼쪽)과 김종훈 수석대표가 지난 4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출석해서 한미FTA 협상 타결 내용을 보고한 뒤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스크린쿼터 축소 조기실행도 부족해서...

이미 한국의 시민사회는 스크린쿼터 축소가 '문화주권'이나 '문화적 다양성,' 그리고 '문화정체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아무런 여론수렴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스크린쿼터 축소를 일방적으로 결정해 버렸다.

(스크린쿼터 축소를 '외교통상부'가 결정하고 '재정경제부 장관'이 발표했다는 것은 여러 모로 의미심장하다. 당시 스크린쿼터를 강행했던 당시 한덕수 재정경제부 장관은 최근 국회의 인준을 받고 총리가 되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정부는 자유무역협상(FTA) 과정에서 미국의 요구대로 '현재유보'에 합의했다. 따라서 한미FTA가 발효되면, 한국 영화가 어떤 위기에 직면하더라도 의무 상영일수를 단 하루도 늘릴 수 없게 된다.

정상적인 판단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면 누구나 궁금해 할 것이다. 무엇이 급하기에 정부는 협상이 시작되기 전부터 스크린쿼터를 줄이기로 결정하고, 협상이 어떻게 풀릴지도 모르는 작년 7월부터 그 결정을 집행하기 시작했는지 말이다. 그것도 모자라 한국정부는 협상과정에서 현재유보라는 '확인사살'까지 미국에게 약속했다.

물론 이에 대한 정부의 설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주장에 따르면, 스크린쿼터는 "FTA와 전혀 관계가 없으며, 이전부터 문제가 되던 통상현안을 해결한 것 뿐"이다.

심지어 정부는 "협상장으로 가져가면 미국이 폐지를 요구할 것이기 때문에 미리 자발적으로 줄인 것은 잘한 결정이었다"고 항변하고 있다. 한국영화는 이미 세계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었기 때문에 스크린쿼터 축소로 인해 쇠퇴하는 일은 없다고 장담하고 있다.

정부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자.

"한미 투자협정 협상은 마지막 단계에 이르러 스크린쿼터 폐지를 주장하는 미국의 요구와 국내 영화계의 반발이 부딪치면서 결국 좌초되고 말았다. 스크린쿼터 문제는 협상의 아킬레스건이자 언젠가는 반드시 풀어야할 과제였다. (<국정브리핑>, 2006년 8월 8일)"

그러니까, 스크린쿼터는 미국과의 통상에 오랫동안 '걸림돌'이 되어왔으며, 어차피 해결해야 했다는 것이다.

물론, 미국(더 정확히는 미국영화협회) 시각에서 스크린쿼터는 '걸림돌'이고 '과제'일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문제가 자동적으로 우리의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모든 것을 미국의 시각에서 파악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 미시건주 디트로이트에 자리잡은 포드 자동차 본사. 미국의 자동차 산업 쇠퇴를 상징하듯 포드사 앞을 수입차들이 지나고 있다.
ⓒ 강인규
스크린쿼터는 '가트'도 인정하는 정당한 주권행사

스크린쿼터는 가트(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4조에서도 규정하고 있는 한 나라의 정당한 권리 행사다.

물론 미국이 한국과의 영화교역에 대해 심각한 무역적조를 겪고 있다면, 스크린쿼터를 문제삼을 수 있다. 하지만 심각한 무역적조를 겪는 것은 도리어 한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미국의 논리에 따라 스크린쿼터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

영화진흥위 집계에 따르면, 2005년 기준으로 한국은 미국에게 201만 4500달러의 영화를 수출했고, 7985만 9337만달러의 영화를 수입했다. 직배사 로열티를 포함해 수출액의 40배 가까운 영화를 미국으로부터 수입한 것이다.

아무리 미국의 (그리고 한국 정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아도, 영화를 둘러싸고 해결해야 할 심각한 문제는 스크린쿼터가 아니라 대미교역 불균형이다.

만일 미국이 한국 입장이라면 '영화수출에 방해가 되는 유무형의 무역장벽을 철폐하라'고 미국정부에게 요구했을 것이다(미국은 한국의 과소비 자제나 근검절약 운동까지 '비관세무역장벽'으로 규정하고 문제제기를 한 일까지 있다).

자동차의 경우를 보자. 한국은 미국의 요구에 따라 특별소비세를 완화하는 것은 물론, 배기량이 큰 미국차 판매에 유리하도록 자동차세를 조정하고 이에 맞게 환경기준도 바꾸기로 약속했다. 만일 '예상되는 혜택'을 무마할 어떤 조처가 감지되는 경우 6개월 이내에 기존의 관세를 되돌려 보복할 수 있도록 한 '스냅백(snap-back)'이라는 '획기적인(innovative)' 조처도 타결된 협상안에 들어가 있다.

놀라운 것은 "미국에 차별적인" 현재의 관행을 금지하고 처벌하는 것은 물론, "미래에 발생할지 모를" 차별을 예방하는 조처까지 협상안에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미국측이 공개한 협상안에 따르면, 한국정부는 "미래에 가능한" 모든 형태의 규제조치를 사전에 포착하기 위한 "조기경보장치"로서 자동차 작업반을 두자는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이러한 파격적인 자동차 양보안에 대해 정부는 "양국간 교역불균형으로 인한 반덤핑 조치 등 무역마찰 가능성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었다"고 해명한다. "2005년 기준으로 우리는 미국에 71만대를 수출한 반면 미국은 우리에게 5500대 수출에 그쳐, 양국의 자동차 수출 불균형에 따른 통상현안 문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326억 5800만달러 상당의 자동차를 수출했고, 21억 4900만달러어치의 자동차를 수입했다. 미국이 심각하게 문제제기를 하고 한국이 인정한 한미간의 '자동차 수출 불균형' 비율은 15배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40배에 가까운 한미간의 영화수출 불균형 해소를 위한 어떤 조처를 취했는가? 스스로 스크린쿼터를 축소 결정하고 조기시행한 것과 이를 환원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 이외에 말이다. 이런 부조리극을 바라보는 국민의 눈에 정부가 합리적 사고를 갖추었다고 비치긴 어렵다.

자동차는 흑자니까 양보, 영화는 적자지만 양보?

이러한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에 대해, 한국 관료들과 협상단은 ('두뇌 다이어트'를 의심받지 않으려면) 타당한 설명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그들 입에서 나온 설명은 고작 "미국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는 해명과 '50%가 넘는 점유율을 자랑하는 한국영화의 경쟁력' 뿐이었다.

"한국영화가 세계와 경쟁할 수준으로 올라섰다… 2001년 50.1%였던 한국영화 점유율은 2004년 59.3%까지 높아졌다. 정부는 2003년 이후 한국영화 점유율이 50% 이상을 유지하고 있어 한국영화의 경쟁력에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 미국의 요구대로 스크린쿼터를 완전 폐지한 것이 아니라 의무상영 일수를 줄였다."(외교통상부 홍보자료, 2006년 7월 21일)

ⓒ 강인규
그러나 한국정부가 그토록 자랑하던 '점유율 50%'는 스크린쿼터 축소 시행 6개월만에 반토막이 되었다. 수출은 더 줄어들어, 2006년 영화수출액은 1년 전보다 68%가 감소했다. 물론, 현재 드러나는 한국영화의 침체는 스크린쿼터 축소의 직접적인 결과로 보기는 어렵다.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라, 바로 그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

영화는 기획-투자-제작 과정을 거쳐 상영되기까지 대략 2년에서 3년 사이의 시일이 소요된다. 다시 말해, 한국영화계의 본격적인 침체기는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스크린쿼터 축소가 한국 영화에 대한 투자 축소와 제작 의욕의 상실을 가져오리라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스크린 확보도 보장되지 않는 한국 영화에 투자하기보다 외국영화를 수입하는 것이 훨씬 더 손쉽고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스크린쿼터 축소는 특히 저예산 영화제작에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사실 한국영화가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는 시기는 2000년 초부터 중반까지의 5년 정도다. 한국영화는 이제 겨우 자리를 잡고 성장하기 시작한 상황이었다. 아직 완숙기에 들지 못한 영화산업을 한국정부는 30년 이상 보호하며 성장시켜 온 자동차 산업을 위해 혹독한 추위 속에 던져 놓은 것이다.

이제 성장하기 시작한 한국영화의 싹을 밟다

영화는 높은 초기생산자본과 낮은 재생산 자본을 특징으로 하는 대표적인 문화산업이다. 영화 한 편을 만드는 데는 막대한 비용이 들지만, 그것을 프린트 여러 벌로 복사하는 데에는 거의 비용이 들지 않는다(물론 홍보비용은 예외다). 그로 인해 성공적인 영화 하나를 만들면 그것을 무제한 복사하고 배급함으로써 여분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영화산업의 이러한 특성은 할리우드가 영화 한 편에 상상할 수 없는 자본을 쏟아붓는 것을 가능케 해 준다.

문제는 영화의 흥행비율이 10편 중 한두 편 정도에 머문다는 것이다. 따라서 '흥하면 크게 흥하고, 망하면 크게 망하는' 것이 바로 영화산업이다. '흥하고 망하는' 일마저 결코 동등한 조건에서 이루어지 않는다. 흥행의 가능성을 높이는 스타시스템과 스펙터클은 언제나 돈 있는 자의 손을 들어주기 때문이다. 미국영화가 세계를 지배해 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막대한 비용을 투자할 수 있고, 이 투자가 실패해도 망하지 않을만한 자본력, 이것이 한국영화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영화 한 편의 평균 제작비는 한국영화의 30배에 달한다. 이는 할리우드 흉내를 내다가는 영화 한 편에 한국영화계 전체가 날아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영화인을 불러다 놓고 "그렇게 자신이 없느냐"고 힐난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정신력'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은 2006년에 100편이 조금 넘는 영화를 제작했다. 정부는 "활황"을 외쳤고 FTA협상단은 호기롭게 "한국영화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었다"고 선언하며 스크린쿼터 축소에 대한 시민사회의 우려를 간단히 무시했다. "중국에 따라 잡히지 않기 위해서" 한미FTA가 필수적이며, "FTA 협상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하기 위해" 스크린쿼터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영화에 관한 한 중국은 벌써 한국을 앞서기 시작했다.

영화진흥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 중국에서 제작된 영화는 330편으로 한국의 세 배가 넘는다. 1년 전에 비해 70편이 늘어난 수치다. 증가규모가 한국에서 1년 간 제작된 영화편수와 맞먹는 셈이다. 할리우드 영화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같은 해 중국영화는 70%의 스크린 점유율을 과시했다. 243일이라는 세계 최장의 스크린쿼터가 이러한 성장의 원동력이 되었음을 두 말할 필요가 없다.

흥미로운 것은, 한국이 50%의 국산영화 점유율을 '성공'이라고 자랑할 때 미국의 국내 자동차 산업은 그보다 높은 점유율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산업의 몰락"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차와 유럽차, 그리고 한국차가 미국 자동차 시장을 잠식해 가고 있지만, 2006년의 '빅3'(지엠,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 자동차의 점유율은 55%가 넘는다(블룸버그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현대는 2.7%, 기아는 1.8%다)

<괴물>의 미국 내 흥행실적이 주는 교훈

"괴수 영화사상 최고의 작품" "<죠스>와 <리틀 미스 션샤인>의 장점을 결합시킨 걸작" "당신이 꼭, 꼭, 꼭, 봐야 할 영화"

▲ 위스콘신주 매디슨시에서 개봉한 <괴물>의 극장 앞에 걸려 있는 포스터. <괴물>은 미국평론가들과 관객들 모두에게서 호평 받았다. 아래의 사진은 영화평론 사이트인 <로튼토마토즈>로, 이 영화에 92점 이상의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미국에서 개봉된 이후 저명한 평론가들로부터 받은 찬사다. 다수의 평론가들로부터 이런 극찬을 받는 영화는 할리우드 영화 가운데서도 그리 흔치 않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영화평론 사이트 '로튼토마토즈(rottentomatoes.com)'는 이 영화를 "신선도 92%"로 호평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의 호의적인 반응은 평론가 뿐만이 아니다. 이 영화를 보고 극장문을 나서는 일반 관객들로부터도 부정적인 반응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한 관객은 야후 영화사이트에 다음과 같은 평을 올리기도 했다(이런 평가를 접하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한국에서 제대로 된 것이 나오리라고 누가 기대 했을까? 하지만 이 영화는 괴물담과 가족애를 기막히게 그려낸다. 물론 좀 독특한 가족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지나친 감상주의에 빠지지 않고 유쾌하게 진행해 간다. 정말 대단한 영화! (스토리A+, 연기A+, 연출A+, 시각효과A+)"

이 정도면 김종훈 FTA협상대표의 까다로운 안목마저 만족시킬만하지 않은가? 그는 '한국영화가 미국영화와 경쟁이 되지 않는다'는 우려 섞인 문제제기에 "그럼 미국사람이 볼만한 영화를 만들면 되는 것 아니냐"고 답한 바 있다(나는 그가 미국산 대형차 수출을 위해 세제개편을 요구하는 미국에 대해서도 "그럼 소형차를 만들면 되는 것 아니냐"고 응수했길 바란다).

미국에서 영상매체를 공부하고 가르치는 사람으로 판단하건대, 외국 감독이 미국의 관객에게 이보다 더 입맛에 맞는 영화를 만들기도 어렵다고 생각한다. <괴물>은 그런 선전에 힘입어 현재까지 170만달러가 넘는 흥행수입을 올렸고, 흥행순위 최고 23위에 오르기도 했다.

기쁜 일일까? 물론 기뻐할 일이다. 하지만 동시에 성공작 <괴물>의 미국 내 흥행수입은 한국영화가 미국영화와 결코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없다는 교훈을 일깨워준다.

앞서 예로 들었던 영화평론 웹사이트 '로튼토마토즈'로 돌아가 보자. 이 사이트에서는 얼마 전부터 '최고의 영화'와 '최악의 영화'를 선정하는 행사를 벌이고 있다.

혹시 <어론 인 더 다크(Alone In the Dark)>라는 영화를 들어본 일이 있는가? 현재 사이트에 '사상 최악의 영화' 2위에 올라 있는 흥행실패작이다. 얼마나 인기가 없었던지, 평단과 관객들 모두에게 평점 'D-'를 받으며 개봉 후 석달만에 비디오로 출시되었다(물론 극장이 간판을 내린 건 이보다 훨씬 빠르다. 한국에서는 개봉 없이 비디오로 출시되었다).

"신선도 1%"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수립한 이 영화가 그 짧은 기간에 벌어들인 흥행수입은 얼마나 될까? 믿기 어렵지만, <괴물>의 세 배가 넘는다(비디오 판매 및 대여, 그리고 해외수익은 제외한 액수다).

김종훈 대표는 다시 "미국사람이 자막 없이 쉽게 볼 수 있게 영어로 찍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할지 모르겠다. 혹은 미국투자자의 도움을 받아 특급 할리우드 배우를 기용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가능하다. 미국에 일찍 건너와 영화를 공부한 후 현지인보다 미국인의 감수성을 더 잘 포착한 작품을 만드는 이안 감독이 있고, 홍콩에서 옮겨 와 할리우드에 둥지를 튼 오우삼 감독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이 만드는 영화를 대만영화나 홍콩영화가 아닌 '미국영화'라고 부른다.

안 그래도 할리우드는 아이디어 고갈의 돌파구를 찾기에 여념이 없다. 그들은 이미 탁월한 역량을 선보인 한국감독과 배우들을 기꺼이 할리우드로 초청해 영주권을 줄 것이다. 그러면 한국의 보수신문은 '한국감독의 쾌거, 할리우드 입성'이라는 표제를 뽑으며 흥분할 것이다. 그리고 머지 않아 한국인들은 (옛) 한국감독의 코스모폴리탄 정서 가득한 영화를 자막과 함께 보게 될 것이다.

태그:#한미FTA, #스크린쿼터, #밀실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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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학 교수로,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베런드칼리지)에서 뉴미디어 기술과 문화를 강의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몰락사>, <망가뜨린 것 모른 척한 것 바꿔야 할 것>, <나는 스타벅스에서 불온한 상상을 한다>를 썼고, <미디어기호학>과 <소셜네트워크 어떻게 바라볼까?>를 한국어로 옮겼습니다. 여행자의 낯선 눈으로 일상을 바라보려고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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