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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특별자치도 농정당국이 분노가 극도로 치솟은 농심을 어떻게 달랠지 주목된다.
ⓒ 제주의소리

한미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 후 감귤을 포함한 농산물에 대한 협상에서 당초 알려진 것보다 피해가 상당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제주도 농정당국의 대응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더욱이 사과나 배 등의 작물보다 오히려 제주감귤의 '보호막'이 상대적으로 약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정말 행정당국이 '감귤 지키기'에서 얼만큼 실속을 챙겼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측의 '오렌지 전략'에 말려든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과·배보다 홀대받은 제주감귤... 20년 장기 관세철폐보다 못해

이번 협상 내용을 보면 미국 오렌지의 경우 계절관세 적용기간을 9월부터 다음해 2월말까지 현행관세 50%를 유지해 다른 농산물과는 달리 관세 철폐 기간을 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협상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제주온주 감귤은 물론 가공용 감귤까지 피해가 확산되는 등 적지 않은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실제 협상과정에서 오히려 제주감귤이 다른 농산물에 비해 현저히 홀대받았다는 부분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감자·대두·분유·꿀 등은 현행 관세를 유지하고, 사과와 배는 20년 장기 관세철폐로 가닥이 잡혔다.

그런데 한미협상단은 주요 관심 대상이던 미국 오렌지의 경우 일단 우리나라 감귤이 출하되는 9월∼이듬해 2월까지 여섯달 동안은 현행 관세 50%를 유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 외 비 출하시기인 3월∼8월까지는 현행 관세 50%를 즉시 30%로 줄인 뒤 이마저도 7년에 걸쳐 없애기로 했다.

더욱이 계절관세를 도입하는 대신 미국 오렌지 수입량의 6%에 해당하는 2500톤을 무관세로 들여오기로 하는 등 제주감귤에 대한 위협이 커졌다.

특히 온주밀감류인 미국 만다린의 경우 현행 144% 관세를 점차 줄여가면서 15년 후 완전 철폐되는 것으로 협상이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제주도 당국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제주온주밀감, 현행 144% → 15년 후 완전 철폐... 농축액 '즉시 관세 철폐'

▲ 2002년 12월 민주당 대선후보 시절 노무현 대통령이 제주도 서귀포시 거리유세에서 선물 받은 감귤을 들고 있다.
ⓒ 권우성
나아가 감귤 농축액은 즉시 관세 철폐가 적용된 것으로 밝혀져 가공용 감귤 산업도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되는 등 제주 감귤 당국이 뒤늦게 비상이 걸린 상태다.

따라서 결국 하우스감귤과 만감류, 노지감귤뿐 아니라 대체 재배된 작물 역시 생산과잉과 가격하락으로 동반몰락과 제주경제의 연쇄적 도산은 불보듯 뻔해 '이번 협상결과가 최악을 초래했다'는 게 농업 단체의 일치된 의견이다.

이에 대해 한미FTA협상저지 도민운동본부는 "그동안 정부와 박홍수 농림부장관 등 관료들은 감귤류를 '쌀과 같이 동등하게 보호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제주도민들의 절박한 요구와 약속은 쓰레기통에 처박혀버렸다"고 비난했다.

또한 "오히려 오렌지에 대해 계절관세를 적용해 비수확기에는 관세를 없애기로 하는 등 제주도민들이 그토록 우려했던 최악의 상황이 현실화됐다"고 졸속 협상을 맹비난했다.

"안일한 대처 결과 아니냐?" 질문에 "끝까지 책임지겠다" 공언

도지사를 비롯한 행정당국이 제주 감귤에 대해 안일하게 대응했다는 비판도 면할 수 없게 됐다.

실제 김태환 지사는 2일 오후 한미FTA 협상결과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제주도가 협상 전략에서 (감귤이) 처음에 민감 품목에 선정됐다는 이유만으로 안일하게 대처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별다른 답변을 하지 못했다.

단지 김 지사는 "이번 한미FTA 협상 관계는 지사인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겠다"며 "미흡한 것은 저를 질책해 달라, 한미FTA 협상에 최선의 노력을 다 했지만 여러 가지 여건 하에서 판단을 국가에서 하다 보니 그런 점에서 어려웠다"는 말로 피해갔다.

김 지사는 또 "국회 비준절차에 맞춰 제주감귤의 절박성과 민감성을 호소해나가겠다"고 했지만 구체적 방안에 대해서도 '함구'했다.

단지 "제주도의 입장은 지금도 변함없이 정부에서 제주감귤을 쌀과 같이 대우해 달라는 것"이라며 "이 부분은 남은 절차 때마다 끝까지 최선의 노력으로 도민의 뜻을 전달하겠다"는 각오만 밝혔을 뿐이다.

특히 협상 타결을 위한 논의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계절관세'라는 숨은 복병을 만났지만, 행정당국은 이에 대해서도 준비와 대응에서 적지 않은 허점과 부족함을 드러냈다.

제주농심, 무엇으로 달래고 채울까

▲ 지난해 11월 제4차 제주협상에서 건배하고 있는 김태환 지사와 웬디 커틀러, 그리고 김종훈 수석.
ⓒ 제주의소리
김 지사는 8차 협상까지 진행되는 동안 줄곧 실무자들과 함께 미국 측 협상단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감귤의 민감성과 생명산업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전달해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냈다고 몇 차례 밝혔다.

"과연 미국 측에서 일개 지사의 말을 듣겠느냐"는 지적과 심지어 도 의회에서 "달랑 커피 한 잔 마시러 갔느냐"는 비난도 쏟아졌지만, 김 지사 측은 나름대로 미국 측을 향해 감귤에 거는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 결과는 너무 허무했다. 결과적으로 미국 측의 '제스처'와 '립 서비스 전략'에 말려들고, 제주도정 역시 '얼굴 내세우기'에만 자족한 채 실속을 챙기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제 김 지사가 무엇으로 농심을 달래고, 그 '빈 속'을 채울 수 있을지 자못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주의소리>에도 실렸습니다.


태그:#한미FTA, #제주도, #감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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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대자(大者)는 그의 어린마음을 잃지않는 者이다' 프리랜서를 꿈꾸며 12년 동안 걸었던 언론노동자의 길. 앞으로도 변치않을 꿈, 자유로운 영혼...불혹 즈음 제2인생을 위한 방점을 찍고 제주땅에서 느릿~느릿~~. 하지만 뚜벅뚜벅 걸어가는 세 아이의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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