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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학교 정문.
ⓒ 오마이뉴스 권우성

대공습이다. 융단폭격과도 같다. 서울대가 미사일 버튼을 눌렀고, 손병두 전 전경련 부회장(서강대총장, 사립대총장협의회 회장)이 이끄는 일단의 사립대 총장들이 전폭기를 발진시켰다. 공격목표는 '3불 정책'. 기다렸다는 듯 다수의 신문들이 포문을 열었다.

반란군의 대오는 치밀하다. <조선일보>는 적군의 무장 해제부터 나섰다. "3불은 법적 근거 없는 교육부 지침일 뿐이다." 공격의 고삐도 바싹 죄고 있다. <중앙일보>는 차기 대선 후보들에게 자신의 입장을 밝히라고 다그치고 나섰다. 그래도 <조선일보> 보다는 한 수 아래다. 대선 주자 6인에게 '당신의 입장'을 물어 실었다. 교육부의 존폐까지도 물었다. 외과적 공격이 아니다. 거점 공격이다.

수세다. 교육부까지 위태롭다. 열린우리당의 두 주자(정동영, 김근태)만 '3불 고수'다. 교육부에 대해서는 정동영 전 의장과 정운찬 서울대 교수가 오히려 대입시나 대학정책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거들고 나섰다. 한 고집 하는 노무현 대통령까지 "방어해 나가는 것이 벅차다"고 했을 정도니 알 만 하다. 그나마 고교등급제는 상황이 조금은 낫다. 한나라당 두 주자(박근혜, 이명박)도 등급제엔 모두 '반대'다.

버리자, 단 더 이상은 '국립대학'일 수 없다

바야흐로 전쟁이다. 전쟁은 전쟁, 구차한 논의는 생략하자. 문제는 카운터 파트다. 한 쪽은 빛보다 빠른 이심전심의 네트워크가 치밀하다. 다른 쪽은 전열도 갖추지 못한 오합지졸의 형국이다. 수성 쪽이 오히려 게릴라 같다. 게릴라로는 방어는 못한다. 그나마 전선을 치자면 노무현 대통령 밖에 없다.

노무현 대통령부터 시작하자. 그의 말이 주목된다. "임기가 얼마 안남아 걱정스럽다"고 했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일을 하고 있는가. 끝까지 국정 하나 하나 챙기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노대통령 스타일에 딱 맞는 주제이기도 하다.

어디서부터 시작할 것인가. 이미 노 대통령이 할 말은 다 했다. "선생님들 못 미더우면 믿게 만들어야지 못 믿겠으니 버려라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호소했다. "공교육을 어찌 버릴 수 있겠는가"라는 말이다. 하지만 노 대통령다운 것은 그 다음 말이다. "정 그러면 공교육 다 없애 버리죠"라고도 했다.

그렇다. 버리자. 서울대도 버리고, 7개 사립대도 버리자. 더 있다면 그 역시 미련 없이 버리자. 한두 명의 이사 자리도 절대로 자신들 '울타리' 밖으로는 개방 할 수 없다고 하는 사학재단도 버리자.

▲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회원들이 지난 2005년 7월5일 오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서울대 본고사 부활에 반대하며 교육부를 상대로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올바른 입시정책 확립을 요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서울대가 원한다면 원하는 대로 해주자. 단 더 이상은 '국립대학'일 수 없다. '서울대'라는 이름도 당연히 환수해야 한다. 일부 대학들이 그렇게 '3불'이 탐이 난다면 그 역시 버리자. 단 이들 대학에 단 한 푼이라도 국민의 혈세를 더 이상 주어서는 안 된다. 개방형 이사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는 사학재단도 그러면 알아서 하도록 하자. 대신 그들도 결코 국민 세금에 손을 내밀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것이 맞는 이야기 아닌가?

당장 그 충격을 어떻게 감당하느냐고? 따지고 보면 충격이랄 게 뭐 있는가? 서울대와 7개 사립대학에 들어가는 학생 수가 얼마나 되나? 어차피 지금은 '그들의 리그'다. 국립대학 체계 자체를 진정 '국립대학'답게 바꾸면 된다. 그들의 리그에 들어가지 못한 다른 사립대학들을 특성화하고 키우자.

어디 유능한 교수 인력이 없는가? 서울대와 이른바 7개 사립대학보다 인재를 길러내지 못하라는 법이 어디 있는가? 입시생을 둔 다수의 학부모들이 서울대와 7개 사립대학에만 목을 매고 있는가? 아이들 잘 키울 수 있는 대학, 졸업하고 '실력'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성심성의껏 열심히 노력하는 대학이면 족하다고 생각하는 학부모와 학생들도 있다.

'그들만의 리그' 선수들의 가면과 위선을 벗기자

사학재단? 그들은 그들대로, 우리는 우리대로 가면 된다. 강남에 있는 학교에 보내려고 목을 매고 있는 학부모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학부모들이 훨씬 더 많다. 오늘 <조선일보> 사설의 지적처럼 '위선적 평등주의'는 때려치우자. 나에게는 내 아이를 성심 성의껏 가르치고 보살필 '우리 학교', '우리 선생님'이 있으면 족하다. 비단 나뿐일까. 공립학교의 학생 수가 조금 더 많아진다고 뭐가 대수랴. 이 전에는 그 보다 훨씬 더 많은 아이들이 함께 공부하면서도 잘 지냈다.

선생님들도 이제는 솔직해져야 한다. 전인교육도 좋다. 그러나 아이들 공부도 중요하다. 사교육과 전쟁을 선포하지 않는, 전쟁을 치를 각오가 돼 있지 않은 학교와 선생님들은 비겁하다.

버리자는 말이 아니다. 살리자는 말이다. 공교육을, 진정 우리가 믿을 수 있고, 자랑스러워 할 수 있는 대학과 우리 학교를. 그러자면 버리자. 노무현 대통령이 결단하길 바란다. '그들의 리그'만을 위해 뛰고 있는 선수들의 '위선'과 '가면'을 벗겨버리자. 얼마 남지 않은 임기이지만, 노 대통령이 집중해야 할 중요한 일이다.

태그:#백병규의 미디어워치, #3불정책, #본고사, #기여입학제, #고교등급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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