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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
ⓒ 오마이뉴스 이종호
열린우리당의 김근태 전 의장이 다시 등장했다. 2·14 전당대회에서 퇴진한 지 열흘 만이다. 그냥 돌아온 게 아니다. 아주 결연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김근태 전 의장은 지난달 24일, 자신이 이끄는 민주평화연대 소속 의원 등 40여명과 만나 "죽을 각오로 최선을 다 하겠다"고 했단다.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뜻이다.

이런 말도 했다고 한다. "궁극적으로 (범여권 대 한나라당의) 1대1 싸움이 되면 현재의 지지율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일단 후보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 양자대결구도라면 해볼 만하다는 얘기다.

새삼스런 얘기가 아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똑같은 말을 했다. 지난달 28일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민생정치모임 의원들을 만나 말했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양당제의 틀"이라면서 "통합정당을 만들거나 최소한 선거연합을 이뤄내 단일 후보를 내세우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했다.

뿐만이 아니다. <중앙일보>가 과거와 현재의 선거참모 8명에게 물은 결과, 범여권이 통합을 이루면 대선 승부가 박빙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고 한다.

그렇다고 치자. '정치 9단'이 훈수를 두고, '선거 전략가'가 분석하는데 누가 토를 달겠는가.

묻고 싶은 건 '무엇'이다. 도대체 '무엇'을 통합의 명분으로 삼고, '무엇'으로 표심에 호소할 것인가?

묻자마자 대답이 돌아온다. 죽어도 다시 한 번 '반한나라당'을 외쳐야 한다고 한다. 그럴까?

주의를 기울일 대목이 있다. 김근태 전 의장의 걱정이 크단다. 열린우리당이 너무 '오른쪽'으로 가고 있다는 걱정이란다.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한나라당과 사학법 재개정 협상에 나서고, 출자총액제한제를 대폭 완화하는 법안이 당론과 무관하게 상임위를 통과한 데 대한 걱정이라고 한다. 그래서 지난달 28일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한 마디 하려다가 참았다고 한다.

참으로 겸연쩍은 일이다. '뉴딜정책'을 선창한 김근태 전 의장이 우편향을 우려하는 것도 그렇거니와, 발은 '친한나라당' 쪽으로 떼면서 입으로만 '반한나라당'을 외치는 범여권의 태도도 민망스럽긴 마찬가지다.

혹자는 민망한 마음으로 범여권을 바라보는데 한나라당은 그렇지가 않다. 180도 다른 입장에 서서 범여권을 공격한다.

<중앙일보> 조사에 응한 '선거 전략가' 가운데 이명박·박근혜 캠프 인사가 공통되게 전망한 게 있다. 이번 대선에서 '진보정권 10년 심판론'이 제기될 것이라고 한다.

선거 전략가들, "'진보정권 10년 심판론' 제기" 한목소리

▲ <중앙일보>가 과거와 현재의 선거참모 8명에게 물은 결과, 범여권이 통합을 이루면 대선 승부가 박빙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고 한다. <중앙일보> 2일자 5면.

이명박 캠프의 정두언 의원은 "10년간 좌편향에 대한 반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고, 박근혜 캠프의 유승민 의원은 "진보 정권 10년 국정에 대한 불만세력과 그렇지 않은 세력으로 양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발언의 형식은 진단이지만 맥락엔 의지가 녹아있다. 자기 후보가 본선에 나서면 '진보정권 10년 심판론'을 본격 제기하겠다는 것으로, '반한나라당'에 '반진보정권'을 맞세우는 전략이다.

그래도 범여권의 '선거 전략가'는 느긋하다. '반진보정권' 구호는 세를 얻을 수가 없다고 한다. 실용중도형 인물이 범여권의 후보가 될 것이므로 이념 공세를 차단하는 효과를 볼 것이라고 한다.

논리구조를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통합은 아우르는 것이다. '소이'를 접고 '대동'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중도노선을 채택하는 게 맞다. 그래야 '잡탕'이든 '퓨전'이든 뭔가를 버무릴 수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중도 성격이 강화되는 만큼 '반한나라당' 구호의 음량이 줄어드는 걸 피할 수 없다.

이것만이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유연한 진보'와 '교조적 진보'의 논쟁을 촉발했고, '교조적 진보'가 그 논쟁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범여권 통합세력은 이중 전선에 맞닥뜨릴 공산이 크다. 오른쪽 전선에서 '진보정권 10년 심판론'을 상대하고, 왼쪽 전선에서 '진짜 진보' 논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범여권으로선 최악의 상황이다.

그래도 걱정하지 말란다. 믿는 구석이 있다고 한다. 그게 뭘까?

노무현 후보 선거참모였던 이광재 의원은 "지역은 무시 못 할 상수"라고 했고, 김대중 후보의 선거참모였던 이강래 의원 역시 "대선의 기본은 지역"이라고 했다.

또 다시 지역이다.

태그:#김근태, #범여권, #대선, #박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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