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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댄스그룹 동반신기의 아시아 투어 콘서트. 동반신기 만 2천여 명의 팬들이 모인 가운데 화려한 무대매너를 선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김희수
연예인은 존재 자체가 상품이며 콘텐츠다. 때문에 연예인의 초상권은 '자연법의 개념에서 파생된 생래적 권리'라는 사전적 의미보다는 그것 자체가 '돈'이며 혹은 '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23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렸던 동방신기 콘서트에서 관객들의 촬영을 막기 위해 핸드폰과 카메라를 압수할 수밖에 없는 일차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시간으로 흘러가는 그들의 얼굴, 음성, 그리고 퍼포먼스 하나하나가 어떤 방식으로든 저장되고 재생되는 순간 그 기록물들은 자의든, 타의든, 미필적 고의이든 동방신기와 그 매니지먼트회사의 자산을 훔친 것과 다름없게 된다.

콘서트장에서 셔터를 누르기 전에

물론 적지 않은 돈을 내고 고대하던 공연을 보러갔던 관객의 심정이야 충분히 이해가 가고 남는다. '촬영금지'라는 사인보드를 애써 무시하고, 사진 찍지 말라는 안내방송도 못들은 척 앉아 있다가 어떻게든 기념사진이라도 한 장 찍어 '싸이'에 올리고, 핸드폰으로 담아 친구에게도 보내고, 녹음한 라이브를 이따금 꺼내 들으려는 욕심은 그래서 욕심이라기보다는 스타를 사랑하는 팬들의 마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말이다.

아마도 그들 중 99%는 그것을 팔아 돈을 만들거나 그것으로 스타를 해코지 하겠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을 것이라는 것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설사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99%가 아니라 100%라 해도, 너무나 죄송스럽게도, 공연장에서 또는 피사체(?)가 동의하지 않은 상황과 장소에서의 촬영은 재산권뿐 아니라 그들의 인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전 국민이 핸드폰과 디지털카메라를 가지게 된 디지털 강국 대한민국에서, 길가다가 평소에 흠모하던 스타를 만나면 조심스럽게 인사하고 사인을 해달라는 것은 이제 아날로그시대의 추억이 되어 버렸다. 우연히 마주친 연예인들에게 인사와 대화를 나누기보다 숨겨둔 권총을 꺼내듯 가방 속 디카를 재빠르게 꺼내 상대방 얼굴에 들이대는 것이 익숙한 시대다.

이제 사람들은 스타를 만나서 반가운 것이 아니라 그들을 찍을 수 있어 기쁜 것인지도 모른다. 게다가 이런 행동이 스타와 연예인들의 기분을 얼마나 나쁘게 만드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고민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생판 처음보는 누군가가 나를 알아보는 것도 부담스러운데, 나를 보자마자 카메라와 휴대폰을 코앞까지 들이밀고 사진을 찍으면서 내 생김생김에 대해 자기들끼리 이야기 하는 것을 멍청하게 서서 들어야 할 때의 기분을 그들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사진을 찍는 것은 적어도 찍히는 대상에게 분명한 동의와 이해를 구하는 것이 당연한 거잖아."

굳이 김C의 말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누군가를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처음 뵙겠다'는 인사 대신 아무런 동의 없이 카메라로 상대방의 얼굴을 찍어대는 풍속은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 공연장에서 무심코 누르는 셔터, 그것은 초상권 침해다.
ⓒ 김태성
'무단촬영'은 초상권 침해이자 인권 침해

이번 동방신기 공연장에서 벌어진 사고의 원인은 분명 기획사의 미숙한 공연진행에 있다. 기획주체는 관객들의 협조를 받아 보관한 소지품을 공연이 끝나면 신속하고 정확하게 다시 관객들에게 전달하여야 했으나 그렇지 못했다. 그러니 두말할 필요 없이 그에 대한 합당한 책임을 지고 보상하고 배상하고 잘못을 사과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기획사의 잘못은 그렇게 시정할 수 있는 문제지만 정작 문제의 근원인 초상권 침해와 그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사실 이번 사건을 보도하는 몇몇 언론들이나 관객들은 내심 '그깟 사진 몇 장에 많은 관객들을 이렇게 힘들고 지치게하냐'는 투가 적지 않다.

'까짓 거 찍을 수도 있고 녹음 할 수도 있지, 티켓값이 얼마인데 사진도 못 찍게 하느냐'며 볼멘소리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공연장에서 사진을 찍어서는 안 된다는 것은 관객으로서 갖추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소양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입구에서 가방 검사하고 공연 중에 허가 받지 않은 촬영을 하다 적발되면 퇴장은 물론 난동을 부린 관객과 마찬가지로 취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공연 중에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카메라 플래시와 울려대는 핸드폰 소리, 무대 앞에 놓인 소형 녹음기 때문에 애써 준비한 공연의 흐름이 깨지면 그 피해는 가수와 관객 모두에게 돌아가게 된다. 또한 그 피해가 다만 공연하나 망친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무대 위 연예인들의 인권과 재산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탁현민 기자는 문화기획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태그:#동방신기, #콘서트, #촬영, #초상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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