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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1일 한나라당 신년 단배식에 참석한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 오마이뉴스 이종호
참으로 희한한 광경이다.

몇몇 언론이 전했다. 미국과 중국의 정부 관계자 등이 한국의 여야 대선주자들을 잇따라 만났다는 내용이다.

미국에선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와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 등이 나섰고, 심지어 존 오버도퍼 존스홉킨스대 교수까지 대선주자들과 연쇄 접촉을 갖고 있다고 했다.

중국에선 왕자루이 공산당 대외연락부 부장과 닝푸쿠이 주한 중국 대사, 그리고 류홍차이 공산당 대외연락부 부부장 등이 만남을 갖고 있다고 했다.

하루 일정을 쪼개 쓰기에 바쁜 한국의 대선주자들이 미국과 중국 관계자들의 면담 요청에 순순히 응하는 것도 사실 희한하지만 그건 예외로 치자. 정말 희한한 건 따로 있다. 왜 만나는 건지, 만나서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도통 알 길이 없다.

힐 차관보가 지난 4일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가 지난 5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만났다고 보도한 <조선일보>는 두 대선주자 측의 설명을 이렇게 전했다.

"설령 만남이 있었더라도 비공개 일정을 어떻게 확인해줄 수 있느냐. 만났는지 자체를 확인해 줄 수 없다."(이명박 전 시장 측)
"면담 사실을 부인하진 않겠지만 대화 내용에 대해서는 두 사람만 안다."(박근혜 전 대표 측)


바쁜 대선주자들이 그들을 왜 만났을까

두 사람만의 내밀한 얘기를 공개하는 법이 어디 있느냐고 한다. 왜 쓸데없는 걸 캐묻느냐는 말이다.

그럴 수도 있다. 공인이라 해도 사적인 만남이 있는 법이고, 비공개 행보도 있는 법이다.

두 캠프에서 그렇게 얘기했으니까 하나만 짚으면 된다. 미국 정부 관계자와의 만남이 사적인 것이었는지, 공개 여부는 본인이 알아서 판단하면 되는 문제인지 여부다.

결론부터 말하자. 아니다.

<중앙일보>가 전한 내용이 있다. 한나라당 관계자의 말이다. "(중국) 대외연락부는 한국 일간지에 실리는 주자들의 사진 게재 순서의 변화까지 감지하고 있다"고 했다.

대선주자에 관한 한, 한국 대선에 관한 한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모두 점검하고 있다. 중국이 이 정도다. 미국이라고 해서 다를 건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상하고 희한하다.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다 챙기고 있는 두 나라가 무슨 이유 때문에 한국 대선주자들과 별도 면담을 가져야 할까?

이런 말로 바꿀 수도 있다. 미국과 중국은 한국 국민이 접하는 대선주자에 대한 정보보다 더 많은 걸 얻으려 한다. 그게 뭘까? 또 한국의 대선 주자들은 두 나라의 이런 요구에 어떻게 대응했을까?

▲ 미국과 중국이 한국의 12월 대선 판세 읽기 경쟁에 나섰다고 보도한 <중양일보>의 9일자 기사.

이명박·박근혜의 한 마디와 국익

이건 예민하고 중요한 문제다. <중앙일보>의 진단이 있기 때문이다.

<중앙일보>는 이런 결론을 내렸다. 미국과 중국의 목표는 각각 "반미 이슈 예방 최우선"과, "10년 친중 분위기 유지"라고 한다.

<중앙일보>의 진단이 맞다면, 실제로 한국의 대선 주자들이 두 나라 관계자에게 그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면 한국 국민도 알아야 한다. 국가의 이익·운명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그 뿐인가. 우리 외교부 고위 당국자의 말에 따르면 "미·중 인사들이 차기 주자들과 면담한 결과는 본국 정부와 의회에 보고돼 정책 판단을 내리는 근거가 된다"고 한다.

더더욱 알아야 할 이유가 이것이다. 미래의 한미·한중 관계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지금 당장의 미·중 정책에도 영향을 끼치는 대선주자들이다. 이들의 입놀림이 우리 국익을 좌우할 수 있는데 어떻게 가만히 입 닫고 눈 감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대선주자들은 요지부동이다. 알려고 하지 말란다. 왜 쓸데없는 걸 캐묻느냐고 한다. 정말 희한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태그:#비밀면담, #김종배, #대선주자, #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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