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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남부교육청이 작성한 징계매뉴얼. 앞에서 문답을 진행한 뒤 '간단히 3분 안에 말하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 윤근혁
전교조 연가 집회 참여 교사에 대해 교육청에서 징계위원회를 열면서 '3분 안에 진술하라'는 내용의 징계 매뉴얼을 만든 것으로 30일 밝혀져 법 위반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 남부교육청(교육장 주영기)은 지난 26일 징계위원회를 앞두고 이같은 내용이 들어간 A4 용지 3쪽 분량의 매뉴얼 문서를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자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남부교육청은 징계 매뉴얼을 통해 징계 혐의자를 출석시킨 뒤 신분 확인, 연가 집회 참석 여부와 법 위반 인지 여부 등의 5개 단순 질문을 이미 구성해 놓고 있었다.

이어 징계위원장이 "혐의자께서는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간단히 3분 범위 안에서 말씀하라"고 지시하도록 되어 있다. 법으로 보장된 진술권을 3분으로 제한한 셈이다

교육공무원법 "진술 기회 없는 징계는 무효"

▲ 29일 전교조 소속 교사들 200여 명이 서울 남부교육청 앞에서 '징계 반대' 집회를 열었다. 사진 속 '신뢰와 참여 속에 도약하는 남부교육청'이란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 윤근혁
징계 관련 법률은 '징계혐의자에게 충분한 진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여야 하며(교육공무원 징계령 9조 2항), 진술의 기회를 부여하지 아니한 징계의 의결은 무효로 한다(교육공무원법 50조 3항)'고 규정하고 있다.

전교조와 민주노동당 등이 "충분한 진술권을 주지 않는 징계는 불법의 소지가 있다"고 반발하는 상황에서 교육청의 징계 매뉴얼을 담은 내부 문서가 드러남에 따라 파장이 예상된다.

징계위원장을 맡은 진아무개 남부교육청 학무국장은 "질문에 참고하기 위해 우리(남부) 교육청 중등교육과에서 문서를 만들기는 했다"면서 문서 작성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나는 징계혐의자들 앞에서 3분 이내에 진술하라는 말을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서울 교육청 관계자 역시 "'3분간 진술하라'는 매뉴얼은 남부교육청 말고도 K, B지역 2개 교육청도 똑같이 작성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 관계자는 "교육부가 징계를 미루는 교육청을 하도 닦달하니까 교육청도 이렇게 3분 진술 제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고 사정을 설명했다.

지역 교육청의 이같은 조치에 대해 교육부는 진술 기회 박탈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없다는 반응이다.

교육부 교육단체지원과의 한 사무관은 "전교조 징계 교사들이 하도 말을 많이 하니까 원활한 진행을 위해 3분 진술권을 주게 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교육부 "문제 될 것 없어"VS 전교조 "법적 조치, 책임 물을 것"

▲ 지난 26일 서울 남부교육청 징계위원회에서 조아무개 교사가 진술을 더 하려다 교육청 직원들에 의해 들려 나오고 있다.
ⓒ 이두표 제공
반면, 김민석 전교조 서울지부 사무처장은 "교육청이 매뉴얼대로 '3분 이내에 답하라'거나 '간단하게 답하라'고 출석 교사들에게 압력을 행사해 더 진술하려는 교사들을 끌어냈다"고 주장했다.

한만중 전교조 정책실장도 "교육부의 강압으로 진행되는 이번 징계야말로 절차를 어긴 명백한 불법 행위"라면서 "이에 대해 법적인 조치를 취하는 등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교육부는 지난해 11월 22일 연가 집회 참가자 2286명에 대해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별로 행정처분과 징계 등의 처벌을 진행했다고 29일 밝혔다.

2000년부터 3회 이하 연가 집회 참가자 1850명에 대해서는 주의·경고 등 행정 처분했으며, 4회 이상 참가자로 징계 처분 대상자인 436명(사립 44명 포함) 가운데 60%인 263명을 1월 26일 현재 징계의결(감봉 5명, 견책 132명, 불문경고 66명)을 진행했다. 또한 3회 이하 참가자로 밝혀진 나머지 60명에 대해서는 행정처분(59명)과 함께 무혐의 처분(1명)했다.

징계 의결 절차가 남아 있는 나머지 173명 가운데 사립 39명과 해외체류 중인 17명을 뺀 117명은 2월 5일까지 징계한다는 게 교육부의 방침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연가투쟁, #전교조, #징계매뉴얼, #진술권 제한, #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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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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