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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대문에 있는 농협중앙회 건물.
ⓒ 오마이뉴스 남소연
농협의 현대 프로야구단 인수가 뜬금없이 논란이 되고 있다.

지금 농촌·농업은 고령화, 한미FTA, 농가부채 등으로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한국농업·농촌의 위기는 곧바로 한국인의 삶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개방화라는 물결 속에서 국민의 삶의 질을 지켜내고 농업인들도 그들의 가치를 찾아야 하는 절박한 시기에 난데없는 야구단 인수가 농협의 중요한 사안이 된 이유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게다가 농협은 농민조합원이 그 근간을 이루고 있다. 농촌의 붕괴로 대다수 회원조합이 적자경영에 시달리고 있으며 각종 부채상환에 허덕이는 농민들의 원성은 대뜸 농협으로 향하고 있는데 야구단 인수는 농협 내부의 정서에도 배치되는 일이다.

대기업도 포기한 야구단을 인수하겠다고?

@BRI@농협은 지금 농협법 개정에 따른 신경분리나 경제사업 활성화 대책, 그리고 농업·농촌의 리모델링의 주체로 경영혁신과 구조조정을 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야구단 인수라는 논란의 주인공이 된다는 것은 많은 설명이 필요하다.

백번 양보하여 200억의 인수대금과 매년 100억이상 적자를 감수하면서 야구단을 인수하면 얼마나 농협에 이익이 되는가?

현대라는 대기업도 더 이상 그들의 홍보를 위해 그 많은 적자를 감당하기엔 타당성이 없다고 판단하여 매각하려는 것 아닌가?

설령 야구단 운영에서 적자를 본다 해도 농협의 홍보를 강화하여 그보다 많은 이익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납득할 만한 설명 없이 야구단 인수를 말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다.

경제사업의 적자를 신용사업의 수익으로 메워 농민을 위한다는 농협경영을, 농민을 위한 최대의 정체성이라고 내세우는데 이제 프로야구까지 신용사업으로 먹여 살린다는 말인지 묻고 싶다.

KBO에서 농협이 아니면 프로야구팀 하나가 없어지는 절박한 시점이라고 호소하지만 그것은 지금 농민의 절박함하고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이다.

프로구단은 스스로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이다. 국내기업이 인수자가 없으면 외국기업이 인수할 수 있는 것이다. 첼시의 구단주가 러시아의 재벌인 것처럼 수익성이 있으면 외국기업도 인수하는 것이다.

농협은 프로야구단 운영이라는, 재벌기업도 버린 홍보마케팅을 버리고 농민과 국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얼마든지 있음을 알아야 한다.

▲ 지난 2004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쌀개방 반대와 농협법 개정 촉구 집회를 벌이고 있는 농민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농협은 단순한 기업이 아니다

아직 우리 농민들과 그 농촌에 뿌리를 둔 국민들은 농협을 단순한 은행이나 대형 마켓으로만 생각하지 않는다. 도시인들도 농협은 자신을 길러준 고향·농촌, 나아가서는 이 나라의 뿌리를 지켜주는 독특한 네트워크로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애정과 기대를 야구단이라는 방법으로 저버리기에는 그 발상이 너무도 어리석다.

농협이 농심을 떠나 재벌기업 흉내를 낸다면 그것은 당장은 기분 좋을지 모르지만 어느 순간 농협도 그 야구단처럼 누군가에게 매각을 기다리는 신세가 될지도 모른다.

농협은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킨 것에 대해 해명하고 농림부장관도 진정 농민과 국민경제를 위한 현명한 판단을 내리길 바란다. 이에 대해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들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다.

농협은 단순한 기업이 아니다. 그리도 지금 농협이 안고 있는 현실은 그리 만만치 않다. 농민과 국민의 애정이 조금이라고 남아 있을 때 미래를 준비하는데 노심초사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철우 기자는 전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으로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이었습니다.


태그:#농협 야구단, #농협, #농민조합원, #농협, #프로야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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