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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이미 나왔다. 통합, 추진력, 경제다. 풀어 말하자면 중도 실용주의에 입각해 국민을 통합하고, 강력한 추진력으로 경제를 살리는 지도자다. 새해 벽두에 언론이 쏟아낸 여론조사 결과는 이렇다. 우리 국민은 이런 대통령을 원한다.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이다. 이런 대통령이 싫다고 말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BRI@꿈을 그렸으니 현실을 돌아보자. '입에 맞는 떡'을 찾을 수 있을까? 쉽지 않다. 하나만 예로 들자. 통합과 추진력의 조화? 말은 쉽지만 실천은 어렵다. 통합은 두루뭉수리로 흐르기 쉽고, 추진력은 독선을 낳기 십상이다.

실체와 그림자를 갈라내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치밀한 검증기준이 동원돼야 한다. 어떤 게 있을까?

공약을 말한다. 당연하다. 대선 주자가 내놓는 공약만큼 구체성을 띠는 대국민 약속은 없다. 하지만 여기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는 벌써 초일류 선진국이 돼 있어야 한다. 역대 대선 주자, 아니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이 그대로 실현됐다면 그랬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지금 처지는 그렇지 않다. 먹고 사는 문제가 다시 최고의 화두가 돼 있다. 믿을 수 없는 게 공약이란 건 세상 사람들이 다 안다.

▲ 한나라당은 1일 오전 박근혜, 손학규, 원희룡, 이명박 후보등 대선주자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남산에 올라 단배식을 가졌다. 단배식에서 박근혜 전대표와 이명박 전시장, 손학규 전지사등이 원희룡 의원의 `사모님`흉내를 들으며 웃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대로라면 이미 초일류 선진국

우는 좌로, 좌는 우로 반걸음 이동해 중도의 공약을 쏟아내는 게 선거의 속성이다. 여기에 상대 후보의 경쟁력 있는 공약을 포장만 바꿔 복사하기도 한다.

공약이 '대통령다운 대통령'을 가르는 기준이 되기 어렵다고 보는 첫 번째 이유가 이것이다.

반론이 있다. '행정수도 건설' 공약이 위력을 발휘한 사례가 있지 않느냐고 한다. 비고 찼는지를 가르기 위해서라도 공약을 찬찬히 뜯어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딱히 맞세울 말이 없다. 그럼 거기서부터 출발하자. 시점이 걸린다. 대선 주자가 공약을 가다듬어 국민에게 내놓는 시점은 대선에 임박해서다. 그 전에 내놓는 것은 대개가 거창한 구호이거나 '묻지마 비전'이다.

몇 개월이 뜬다. 올해 대선을 예로 든다면 최소 반년 이상이 허공에 뜬다. 이 기간 동안 국민은 대선 주자의 '잔영'에 갇혀있거나 실체 없는 '허상'에 현혹되기 쉽다. 대선주자의 이전 족적만을 돌아보거나, 립 서비스와 선전이 만들어낸 이미지에 갇힐 공산이 크다.

이게 문제다. 어쩌면 본선보다 더 중요할지 모를 예선이 이 기간에 열린다. 당원만이 아니라 국민도 참여하라고 한다. 열린우리당은 선거권 100%를, 한나라당은 절반을 뚝 떼어준다고 한다. 도대체 뭘 기준으로 "강한 추진력으로 국민 통합을 이루고 경제를 살릴" 대통령 후보감을 가려낼 것인가?

포기할 일은 아니다. 바로미터가 있다. 대표적인 게 한미FTA다.

어떤 경제연구원 원장이 그랬다. 참여정부가 한미FTA만 체결하면 이전의 실정을 가리고도 남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서민은 한미FTA가 타결되면 살림살이가 절단 난다고 반발하고 있다. 국민은 극심하게 분열하고 있다.

한미FTA가 타결되면 그에 맞춰 국내 산업구조 개선책을 내놔야 하고, 결렬되면 다른 비전을 내놔야 한다. 어떤 경우든 한국경제 전체 설계도를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게 한미FTA다.

한미FTA의 가치는 크다. 대선 주자의 통합 리더십과 추진력, 경제실력을 한꺼번에 잴 수 있는 저울은 없다.

반사이익은 없다. 공을 참여정부에 넘기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규탄이든 찬양이든 참여정부를 향해 입장을 내놓을 순 있겠지만 거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이후의 방도는 자신들이 내놔야 한다.

그리 멀지 않았다. 3월이면 협상이 결판난다고 한다. 기다렸다가 대선 주자들에게 물을 일이다.

▲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은 28일 긴급조찬회동을 갖고 `원칙있는 국민의 신당`창당을 추진하고, 전당대회에서 평화개혁세력과 미래세력이 대통합을 결의한다는 데 합의했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이 2006년 12월 28일 긴급조찬회동에서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대선주자 검증의 바로미터 '한미FTA'

이왕 물을 거면 하나 더 추가하자. 올해는 IMF 외환위기 10주년이 되는 해다. 그동안 뭐가 바뀌었는가?

달러가 넘쳐 환율이 떨어지는 현상, 기업의 채무구조가 현저히 개선된 현상만이 부각돼서는 곤란하다. 그 이면도 있다. 나라 경제를 살리기 위해 수많은 직장인을 거리로 내몬 10년 전의 사실이 있고, 수출을 늘리기 위해 민생을 파탄 내려 한다는 게 10년 후의 우려가 있다.

경제 살리기를 성장, 일자리 창출과 동의어로 간주하고, 그 주된 해결책을 한미FTA에서 찾는 시각이 엄존하는 이상 이 점도 함께 물어야 한다. 성장기조의 후퇴, 일자리 상실의 기점이 된 IMF 외환위기가 어디서 비롯됐고, 환란 체제가 치유된 건지, 그런데도 왜 한미FTA를 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지를 밝혀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국민 통합 못잖게 중요한 덕목, 아니 국민 통합의 기반이 되는 국민 공존의 비전이 뭔지를 물어야 한다.

가려질 것이다. 통합과 두루뭉수리의 그 오묘한 공존상태가 깨질 것이고, 추진력과 독선 중 어떤 것이 앞면인지가 판명 날 것이다.

서둘 이유가 전혀 없다. 집요하게 물어보고 찬찬히 뜯어보면서 '호'와 '불호'를, '지지'와 '반대'의 뼈대를 세워가면 된다.

태그:#한미FTA, #FTA, #공약,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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