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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아무개씨의 아들은 2005년 10월 어린이집에 놀다가 배식엘리베이트에서 떨어져 엉덩이에 멍이 드는 등의 상처를 입었다. B유치원어린이집 원장의 남편은 이 사진이 조작됐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경찰 측은 감정을 의뢰해놓은 상태다.
ⓒ 이행순

부산 사하구의 한 대형 유치원어린이집에서 2살 난 아이가 배식엘리베이터에 떨어져 다쳤는데도 계단에 넘어졌다며 9개월 동안 관련 사실을 숨겨온 것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을 낳고 있다.

다친 아이의 어머니인 황아무개씨는 최근 B유치원어린이집을 상대로 사하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으며, 사하경찰서는 어린이집으로부터 황씨의 아들이 배식엘리베이터에 떨어졌다는 진술을 받아낸 뒤 보강수사를 벌이고 있다.

황씨는 지난해 아들(만 3살)을 B유치원어린이집 종일반(오전 9시~오후 5시)에 맡겼는데, 2005년 10월 4일 오후 평소보다 1시간 가량 일찍 집에 온 아이를 보고 깜짝 놀랐다. 황씨에 따르면 아들을 안고 온 담임선생은 아이가 뛰다가 넘어졌고 병원에서 발목 엑스레이를 찍었으며 아무 이상이 없다며 시럽 3일분을 줬다는 것.

그날 밤 황씨는 아들의 오른쪽 엉덩이 부분이 시퍼렇게 멍이 들면서 부어오르자 다음날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았다. 황씨 아들은 오른쪽 다리에 깁스를 한 뒤 통근치료를 받았고, 황씨는 6일 뒤 엉덩이에 난 멍자국이 커지자 사진을 찍어놓았다.

황씨는 그 뒤 어린이집으로부터 "사실, 현장을 보지는 못했고 아이가 종일반에 바지를 벗은 채로 누워서 울고 있었고, 치료비는 자신들이 부담하겠다"는 말을 들었다는 것. 그 뒤 보험회사로부터 병원비(9만4000원)를 받았는데, 유치원 측은 보험회사에 "책상에서 떨어진 것으로 보고했다"고 한다.

피해자측 남편, 사진관에서 우연히 이야기 들어

그러던 중 사진관을 운영하는 황씨의 남편이 올해 7월초순께 사진관에서 유치원 교사로 보이는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고 한다. 이들이 "B어린이집유치원에서 지난 해 배식구에 아이가 떨어져 끼인 적이 있다"는 말을 하더라는 것.

황씨는 남편으로부터 그 같은 말을 듣는 순간 아들의 사건을 두고 얘기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곧바로 어린이집으로 찾아가 당시 찍었던 '엉덩이 사진'을 내밀며 따졌다. 이에 어린이집 측에서는 아들이 배식엘리베이터에서 떨어졌다는 사실을 시인했다고 한다.

배식엘리베이터 입구는 평소에는 닫혀 있어야 하고, 배식 할 때만 열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2005년 10월 4일 오후 2시께, 배식엘리베이터 입구가 열려져 있었고 이때 황씨 아들이 그 안으로 들어갔다가 4층에서 3층으로 떨어졌다는 것. 깜깜한 곳에 떨어진 황씨 아들의 울음소리를 듣고 교사들이 달려와 구조했다고 한다.

황씨는 "그날 사고로 인해 아들은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하고, 말도 급하게 하면서 더듬으며, 숟가락질도 여전히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고 있다"면서 "이전에는 밝고 명랑한 모습이었는데 그날 사고로 인한 충격이 컸던 것 같다. 앞으로 성장 과정이 어떻게 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 황아무개씨의 아들은 배식엘리베이트에서 떨어진 뒤 다리를 다쳐 깁스를 하기도 했다. B유치원어린이집 원장의 남편은 이 사진이 조작됐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경찰 측은 감정을 의뢰해놓은 상태다.
ⓒ 이행순

어린이집 "사진 조작"- 피해자측 "카메라에 저장되어 있다"

이에 대해 B유치원어린이집 원장은 "경찰에서 사건을 조사하고 있기에 구체적인 내용은 거기서 파악하면 될 것"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배식엘리베이터에서 떨어진 사실을 처음부터 은폐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원장은 "은폐는 아니다"는 말만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이가 사망한 것도 아닌데 아이의 부모 측에서 10억원을 요구했다"면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 브로커가 끼어 있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또 원장의 남편인 B유치원어린이집 이사장은 "배식엘리베이터라고 하지만 높이는 1m 밖에 되지 않으며, 부모들이 사고가 난 뒤 찍은 엉덩이 사진을 증거라고 내놓았는데, 조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황씨는 "어린이집 측에서는 엉덩이 사진이 조작되었다고 하는데, 사진은 조작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당시 촬영한 카메라는 조작할 수 없지 않느냐"면서 "지금도 카메라에 당시 찍힌 사진이 그대로 저장되어 있어 언제든지 증거로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황씨는 "브로커도 없을 뿐만 아니라, 어린이집 측에서는 합의를 보자고 하지만 합의를 볼 이유가 없다"면서 "어린이집 운영의 중대한 과실로 인해 아이가 다친 것이기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하경찰서 수사 담당자는 "배식엘리베이터에서 아이가 떨어졌다는 사실은 어린이집측에서도 시인을 했다"면서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상태이기에 상세한 말을 할 수 없으며, 엉덩이 사진이 조작되었다는 주장을 해서 감정을 의뢰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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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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