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사회적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포털사이트.
ⓒ 시민행동
포털 뉴스는 '언론'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언론임에 틀림없다. 자체 기사를 생산하느냐 여부는 이제 언론인가 아닌가를 가름하는데 더 이상 중요한 요소가 되지 못한다.

무수히 많은 정보가 여러 경로를 통해 끊임없이 생산되고 유통되는 오늘날의 지식정보 환경에서는 기사의 생산보다도 어떤 기사를 어떻게 배치하고 노출시키느냐의 문제, 즉 편집권이 언론의 핵심기능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포털 뉴스는 분명 언론이다. 그것도 입법·행정·사법에 이어 제4부로 막강하게 군림하던 기성 언론들을 일개 콘텐츠 공급업자로 거느린 거대한 '신흥 언론권력'이다.

'신흥 언론권력' 포털 뉴스

이번엔 조금 다른 각도로 다시 질문을 던져보자. 그렇다면 포털 뉴스는 '신문'인가? 개별 신문사들이 생산한 기사들을 웹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면 포털 뉴스 역시 인터넷신문이라 할 수 있는가?

이 질문의 해답을 구하기 위해 우리는 먼저 디지털 시대의 미디어 연구를 선구적으로 개척했던 석학 마샬 맥루한(Marshall Mcluhan)의 지혜를 빌리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맥루한은 "미디어는 메시지이다"라는 유명한 명제를 남겼다. 같은 메시지라도 그것이 어떤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느냐에 따라 수용자가 그것을 받아들이는 방식도 달라진다는 의미이다.

즉 미디어는 그것이 담고 있는 메시지뿐 아니라 미디어 그 자체의 특성도 함께 수용자에게 전달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똑같은 노래라도 이것을 MP3 플레이어를 귀에 꽂고 걸으면서 들을 때와 거실에 앉아 오디오로 감상할 때는 맛이 다르게 느껴질 것이며, DVD를 통해 뮤직비디오로 접할 때는 또 다른 느낌을 갖게 되는 이치이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똑같은 기사라도 종이신문을 통해서 보는 경우, 그리고 하이퍼링크와 쌍방향 게시판이 제공되는 인터넷신문을 통해 보는 경우에 각기 다른 미디어의 특성이 메시지로서 수용자에게 전달된다. 그렇다면 포털을 통해 기사를 보는 것 역시 종이신문이나 인터넷신문과는 또다른 방식의 커뮤니케이션 행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독자들은 포털을 통해 각기 다른 논조의 기사들을 비교 선택하여 읽는다. 따라서 일반 신문에 비해 기사의 내용보다 제목이 주는 효과가 훨씬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포털에서는 독자들이 특정 기사를 접하게 된 동기가 애초부터 뉴스 구독을 목적으로 했던 것이 아니라 어떤 정보를 찾기 위해 검색창에 입력한 키워드가 그를 해당 기사로 인도했을 수도 있다. 이 경우 그에게 있어서 해당 기사는 뉴스라기보다는 자신이 입력했던 키워드와 관련한 지식검색, 블로그, 백과사전, 웹문서 등에 담겨있는 여러 정보들 중 하나로 인식된다.

이처럼 똑같은 기사라 할지라도 그것이 포털을 통해 제공될 때에는 종이신문이나 인터넷신문과는 또다른 성격을 띠게 된다. 그래서 포털 뉴스는 '언론'임에는 분명하나 '신문'이라고 규정하기는 어렵다. 포털 뉴스는 인터넷 공간에 등장한 새로운 형태의 언론매체, 말 그대로 뉴미디어인 것이다.

'언론'임은 분명한데 '신문'은 아니고...

포털 뉴스의 언론 영향력이 커지면서 사회적 책임을 강제하고 막강한 언론 파워를 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점점 늘고 있다.

포털을 언론기관으로 법적 테두리 안에 집어넣으려는 입법화 과정이 진행되고 있으며, 포털 뉴스를 모니터링하고 포털 이용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시민운동이 새롭게 시작되고 있다. 그리고 포털 내부에서도 운영 시스템의 개편과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들을 마련하는 등 자정 노력을 보이고 있는 중이다.

사실 지금까지 포털 뉴스는 스스로가 행사하는 위력에 비하면 제도화된 책임과 의무로부터는 거의 자유방임 상태에 놓여 있었다. 특정 기사가 문제를 일으키면 그 기사를 생산한 신문사에게 책임을 돌렸고, 댓글이 문제가 되면 그 댓글을 작성한 네티즌들에게 책임을 물었다.

포털은 권력을 행사할 뿐 책임을 지려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제라도 역기능을 막기위한 움직임들이 활발해지는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포털 뉴스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제도화하기 위한 입법 과정은 가시적 효과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는 측면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최근 국회에서 나오는 소리를 들어보면 포털 뉴스에 대한 법적 책임을 신문법 개정을 통해서 강제하려는 쪽으로 정황이 흘러가고 있는 모양이다.

맙소사! 신문법이라구? 포털 뉴스는 신문이 아니라 뉴미디어인데 말이다.

구체적으로 이승희 민주당 의원은 현행 신문법 제2조 5항에 정의되어 있는 '독자적 기사생산'이라는 인터넷 신문 자격 요건을 삭제하여 기사 생산을 하지 않고 편집권만 행사하는 포털 뉴스를 인터넷 신문 범주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개정안을 준비했다.

이 개정안에서는 포털이 초기 화면에서 제공하고 있는 검색·메일·커뮤니티·블로그 등을 종이신문의 경품 끼워팔기 서비스와 유사한 불공정 경쟁이라 간주하고, 초기 화면의 50% 이상을 보도 기능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도 눈에 띈다.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의 신문법 개정안에는 포털이 언론사로부터 제공받은 기사와 제목을 임의로 편집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과, 신문의 독자위원회나 방송의 시청자 위원회처럼 이용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기구를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같은 당 권영세 의원은 구글 뉴스처럼 포털은 언론사로부터 공급받은 기사 제목만 게재하고 본문은 해당 언론사 사이트로 연결하는 딥링크 방식을 채택하도록 한 개정안을 마련했다.

'올드미디어'의 틀에 갇힌 신문법 개정안들

▲ 포털의 사회적 책임을 이야기하자는 이용자 운동이 시작됐다. 포털이용자운동 홈페이지(http://action.or.kr/portal)
ⓒ 시민행동
물론 지금 나오고 있는 신문법 개정안들은 한결같이 현재 포털 뉴스를 향해 제기되고 있는 여러 지적들을 고려한 방안이라고 평가된다. 하지만 신문과는 성격을 달리하는 뉴미디어로서의 포털 뉴스라는 특성을 무시한 채, 기존 신문법 안에 포털 뉴스를 구겨 넣으려는 발상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많은 아쉬움을 주고 있다.

오늘날 포털을 비롯한 제반 미디어 환경은 이런 구겨 넣기 식의 개정안으로는 온전히 현실을 수용하기 힘들 정도로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

당장만 보더라도 웹2.0 시대의 도래와 함께 이용자생산콘텐츠(UCC : User Created Contents) 도입이 활발해지는 추세이다. 조만간 신문사 기자들이 작성한 기사와 개인 블로거들이 생산한 정보가 뒤섞여 보도되는 새로운 언론 환경이 도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디까지가 언론 기사이고 어디까지가 개인이 생산해 낸 정보인지 경계조차 불분명해 질 것이다. 이미 인터넷의 등장 이후 기사라는 개념의 범주 자체가 계속 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예전에는 기사라 함은 곧 언론사에 소속된 기자라는 신분을 가진 사람들이 취재를 통해 보도한 글만을 의미했다. 그러나 <오마이뉴스>의 등장 이후 시민기자들이 보도 과정에 적극 참여하면서 이러한 규정은 깨어졌다. 기사라는 범주가 어떤 사람이 썼느냐가 아니라 어느 지면에 실리느냐로 바뀌었다. 즉 <오마이뉴스>라는 인터넷 신문 지면 위에 올라오는 글들이 기사로 간주되었다.

UCC의 시대에는 이러한 기준에 또 다시 변화가 일어난다. 인터넷 공간 여기저기에 분산된 개인 블로그에서 생산되는 글들 중에는 신문사 기자가 쓴 글보다도 훨씬 정확하고 유용한 정보들이 많이 있다.

충분히 기사 가치가 있는 블로그의 글들이 기사로서의 사회적 지위를 획득하고 신문사가 제공한 기사들과 포털 뉴스 공간 안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면 지금 준비하고 있는 신문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통과되기도 전에 낡은 문서가 되어 버릴 것이다.

뉴미디어에 맞는 옷을 준비하자

뿐만 아니라 최근 포털에서는 각종 동영상 기반의 서비스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네이버 플레이, 다음 TV팟, 야후 야미, 그리고 싸이월드 동영상 업로드 기능 등 신규 동영상 서비스들이 속속 선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들과 기존에 포털에서 제공하고 있는 방송 뉴스가 결합되어 동영상 보도 기능이 강화된다면 그때는 또 다시 방송법을 개정해야 하는가? 나아가 이들 동영상 보도와 신문사와 블로그로부터 제공되는 텍스트 기사가 결합된 언론 기능이 확산된다면 그때는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던 디지털 법철학의 세계적 권위자인 로렌스 레식(Lawrence Lessig) 교수는 "네트의 법은 네트에서 나와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아날로그 세계에 적용했던 법 규범을 디지털 세계에 무리하게 적용시켜서는 곤란하다는 의미이다.

다시 말하지만 포털 뉴스에 대한 법적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포털 뉴스는 신문이 아닌 뉴미디어이다. 포털 뉴스에게 필요한 것은 신문과 방송이라는 전통적인 틀을 벗어난 새로운 법률적 접근이다. 포털을 신문법 안에 묶으려는 시도가 과연 타당한 것인지 다시 한번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일이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