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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다람쥐를 보기도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는데 야생 다람쥐가 교실에 나타났다가 한바탕 난리를 치르고는 119 소방대의 출동으로 잡혀서 산으로 돌아갔다.

3교시가 되자 급하게 전화벨이 울렸다. 8반 교실에 다람쥐가 나타나서 난리이니 와서 잡아달라는 전화였다. 웬 뜬금없이 다람쥐라니! 아니 무슨 교실에 다람쥐가 나타난다는 말인가! 우리 학교가 아무리 숲을 끼고 살아도 그렇지 어떻게 교실에 다람쥐가 들어 올 수 있을까?

우리 반 아이들에게 국어 쓰기책을 펴게 하고는 행정실로, 교무실로 급히 전화를 했다. 다들 어디로 가셨는지 갈 수 있는 사람이 없다. 급하게 아이들에게 과제를 내고는 무슨 기자처럼 카메라를 들고 갔다. 순간 나는 다람쥐를 잡는 일보다 교실에 온 다람쥐 사진을 찍는 것이 내겐 더 큰 관심사였다.

8반 교실에 가니 아이들이나 다람쥐 모두 조용하다. 내가 선생님이랑 자초지종을 이야기를 하려니 아이들이 다람쥐 이야기로 다시 소란하다. 5학년들이 와서 다람쥐를 잡다가 꼬리가 잘려나갔다느니, 긁힌 손가락과 긁힌 팔뚝을 자랑하며 무용담을 늘어 놓는다.

담임 선생님은 다람쥐보다 다친 곳이 더 걱정이다. 다람쥐가 있다는 프리젠테이션 아래를 납작 엎드려 보니 다람쥐가 맞다. 구석에 조용하게 있다. 아마도 단단히 놀라고 겁먹은 모양이다.

아이들이 하도 흥분하고 떠들어서 시청각실로 가서 공부를 하라고 하고는 과학실에 전화를 해서 포충망을 가져오라고 했다. 아이들을 보내 놓고 나니 교감 선생님께서 오셨다. 포충망도 왔는데 이걸로는 불가능해 보인다. 아무리 혼자서 생각을 해도 무슨 수가 나지 않았다. 결국 119에 전화를 했다.

▲ 119 소방관들이 와서 다람쥐를 찾고 있다.
ⓒ 임성무

▲ 교실 책상 밑으로 도망가서 이리저리 도망갈 곳을 찾는다.
ⓒ 임성무
급하게 교장선생님과 119대원들이 커다란 망과 마대포대를 들고 네 분이나 오셨다. 요놈의 다람쥐는 정말 다람쥐처럼 날쌨다. 소방관들은 웃옷을 벗어서 덮으려 해도 도무지 아이들 책상 사이로 다니는 놈을 잡기가 어렵다. 10여분을 지나서야 겨우 구석으로 몰아서 웃옷으로 덮고서야 잡았다.

▲ 10여분만에 소방관 옷을 덮어서야 겨우 잡았다.
ⓒ 임성무
나는 순간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카메라를 눌렀다. 다람쥐의 커다란 눈과 날카롭게 선 발톱을 보면서 야성과 두려움의 눈빛을 읽을 수 있었다. 망에 갇혀 이리저리 도망가려는 다람쥐를 무시하고 나는 또 사진을 찍었다.

▲ 망에 잡힌 다람쥐, 커다란 눈이 애처롭다. 발톱은 날이 서 있다.
ⓒ 임성무
산 쪽으로 가서 다람쥐를 놓아 주자 다람쥐는 걸음아 날살려라 하면서 달아났다. 사진에는 왼쪽 끝에 겨우 다람쥐가 잡혔다. 사진을 보면서 다람쥐를 찾느라고 사진을 확대해서 이리저리 뒤져서야 다람쥐인 줄 알았다.

숲으로 간 다람쥐는 얼마나 무서웠을까? 아이들 고함소리와 잡으려는 몰이에 얼마나 날을 세웠을까? 아마 오늘 밤 내내 그 생각에 잠 못들 것 같다. 하지만 살려 주려고 했던 아이들의 마음이나 소방관들의 고마움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 학교 앞 숲으로 보내주자 부리나케 달아난다. 원 안쪽이 달아나고 있는 다람쥐.
ⓒ 임성무
도원초등학교는 이렇게 달비골, 수밭골 청룡산, 삼필봉을 이리저리 다니면서 맑은 공기와 물, 상수리 나무 졸참나무가 주는 도토리를 먹고 학교 교실까지 찾아오는 다람쥐가 있을 만큼 자연이 가까운 학교이다. 나는 그래서 이 학교로 오면서 집을 학교 바로 앞 아파트를 구했다. 그리고 이런 좋은 학교에서 5년째 보내고 있다. 하지만 이제 1년이 남았으니 언제 다시 이 학교로 올 수 있을까?

오늘은 앞산 달비골 살리기 천막농성을 한 지 61일째 되는 날이다. 심신이 지쳐서 집에 가고 싶지만 이 글을 쓰지 않을 수 없어 수업을 마치고 교실에 앉아 자랑을 한다.

"다람쥐야, 삼필봉 가는 산길에서 다시 만나면 인사라도 하자."

덧붙이는 글 | 도원초등학교는 대구시 달서구 도원동 삼필봉 아래에 있습니다. 아파트 단지가 있지만 학교는 산쪽으로 나있어 교실에서는 산만 보입니다. 저는 현재 3학년 부장으로 있으며 앞산살리기 천막농성을 천막농성을 61일째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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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생명평화의 도시마을공동체를 꿈꾸는 교사 활동가입니다. 지금은 낙동강을 되찾기 위한 일과 참교육이 무엇인지 새롭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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