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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법 통과 이후 여야간의 대치로 인해 임시국회가 열리지 못하는 가운데, 여의도 국회 앞의 한 천막에서는 '파병철회'를 위해 무기한의 결연한 단식농성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7일부터 시작, 무려 20일간의 단식을 이어 오고 있는 농성단의 정식 명칭은 <이라크 파병 재연장 동의안 부결 및 자이툰 철군 촉구를 위한 단식농성단>(아래 단식농성단)이다.

지난 2004년 8월 '야반도주식 파병', '몰래파병' 등의 신조어를 낳으며 이라크로 떠난 자이툰부대는 이미 지난해 말 한 차례 기한을 연장한 바 있다. 2005년 한 해 동안에도 자이툰부대에 로켓 포탄이 날아들고 테러첩보가 입수되는 등 여러 가지 사건이 있었으나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이툰부대의 임무변경과 파병연장을 계획해 나갔다.

이라크 주둔 다국적군 중 철군을 논하지 않는 나라가 없을 정도인 지금, 아무런 이유도 명분도 없는 파병재연장이 실제로 이루어질 경우 자이툰부대가 전투에 투입될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정부의 언론통제와 언론의 자발적인 협력(?)으로 인해 이러한 사실은 중요한 논의 대상이 되지 못한 채 방기되고 있으며 이 시기에 응당 제시되어야 할 '자이툰부대의 철군' 또한 이슈화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노무현 정부는 파병반대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감군' 카드로서, 다시금 1년을 연장 주둔하면서 자이툰부대 규모를 일부 감축하는 안을 국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게다가 이 결의안에 대해 이미 찬성당론을 정한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이 국회 등원을 거부하는 가운데서도 파병연장동의안을 "연내에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큰소리치고 있는 실정이다.

단식농성단은 이러한 현실을 바꾸어내겠다는 굳은 결심으로 단식농성을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조국을 사랑하기에, 사대주의가 판치지 않는 당당한 조국에서의 삶을 살고 싶기에, 육신의 괴로움을 이겨내며 20일을 보내고도 또 다음날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의 의로운 투쟁을 짧은 글과 사진으로 정리해 보았다.

ⓒ 단식농성단
ⓒ 단식농성단
이라크파병연장동의안이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날인 지난 12월 7일 단식농성단은 발대식과 함께 여의도 국회 앞 천막에서의 농성을 시작했다.

천막을 치는 과정에서부터 경찰의 방해에 맞닥뜨리기도 했지만, 파병재연장 반대의 흐름을 만들기 위해 스스로 '불씨'가 되겠다는 단식농성단원들의 기세는 드높았다.

ⓒ 단식농성단
농성단의 기본적인 일과는 여의도를 지나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자이툰부대 철군의 긴박성을 알리는 선전전을 진행하는 것이다. 첫날부터 거의 매일 거르지 않고 아침 출근시간, 점심시간, 저녁 퇴근시간에 맞추어 지하철 여의도역에서 대시민 선전전을 꾸준히 해 왔다. 파병철회 단식농성단을 알아보고 관심을 기울이는 직장인도 점점 늘어났다.

ⓒ 단식농성단
농성 사흘째인 12월 9일, 정기국회가 종료되고 파병연장동의안은 임시국회에 상정된다는 보도가 있었다. 아직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천막에서 기한 없는 싸움을 진행하기로 한 농성단은 더욱 뜨거운 마음으로 여의도 거리의 강추위를 이겨냈다. 또 12일에는 국회의원들에게 파병 재연장 동의안 부결과 자이툰 철군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단식농성단이 국회의원들에게 보내는 서한 중에서>

국회는 치욕적인 이라크 파병 재연장을 막아내고 점령군 자이툰부대의 완전 철군을 결의해야 합니다. 국회조차 이라크 파병을 위해 미국과 노무현 정부의 충실한 후견인 노릇을 하려한다면 그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미 국회 국방위가 30여명의 국회의원들이 제출한 자이툰 부대 철군결의안을 부결시킨바 있음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국회는 지금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인지 아닌지의 기로에 놓여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우리의 요구는 다음과 같습니다. 저희의 요구사항에 대한 의원님의 답변을 기다리겠습니다.

1. 국회는 이라크 파병 재연장 동의안을 즉각 부결 시켜야 합니다.

2. 국회는 자이툰 부대 철군 동의안을 재상정하여 자이툰 부대를 즉각 철군시켜야 합니다.

3. 국회는 노무현 정부의 친미사대정책을 폐기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국회의원에게 보내는 서한 전문 보러가기
국회의원에게 보내는 서한(2번째) 보러가기

일주일째 되는 12월 13일에는 2명의 농성단원이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잠시 병원을 찾았다. 그럼에도 하루하루 날짜가 쌓여 가자 많은 사람들이 농성단을 찾아서 격려와 연대를 전했다. 특히 14일 범민련의 여러 선생님들께서 직접 찾아오셔서 "우리의 싸움은 반드시 승리하는 싸움"이라고 격려해 주신 까닭에 농성단은 용기백배했다. 코리아포커스, KBS라디오 등의 언론과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 단식농성단
ⓒ 단식농성단
ⓒ 단식농성단
대학로에서 '이라크 파병연장 항의행동' 집회가 개최된 12월 17일, 단식 11일째에 들어선 농성단도 여의도에서 대학로까지 이동하여 자리를 함께 했다.

수은주가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날씨 속에서도 파병반대의 한 뜻으로 모인 여러 단체들 속에서 집회의 마지막 발언자로 무대에 선 단식농성단의 정문식 농성단장은 "우리는 자이툰 부대가 돌아올 때까지, 파병반대의 여론이 일어날 때까지 여의도에서 단식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노무현 정부와 국회를 향해 "파병에 찬성하는 자들은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는 엄중한 경고를 보냈다.

ⓒ 단식농성단
단식 12일째가 되는 날, 건강이 심하게 악화된 2명의 농성단원이 병원에 갔다가 결국 포도당을 맞으며 단식을 중단하게 되었다. 날짜가 보름을 넘기고, 20일이 가까워지면서 나머지 농성단원들의 건강 또한 단식 후유증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나빠졌다. 현재는 23일부터 새로 단식농성단에 합류한 1명을 포함하여 모두 4명이 혼신의 힘을 다해 단식을 이어 가고 있다.

ⓒ 단식농성단
2005년 겨울, 민중의 삶은 갈수록 피폐해지지만 노무현 정부는 사대굴종의 안온함에, 국회는 비본질적인 정쟁에 빠져 하루하루를 흘려보내고 있다. 누가 보아도 불의한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이지만 여러 가지 장벽을 뚫고 이 문제를 여론화시키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바로 그러하기 때문에 지치지도 쓰러지지도 말고 더 열심히 싸워야겠다고 농성단은 말한다.

ⓒ 단식농성단
단식 20일째. 신념의 힘이 아니었다면 도저히 불가능했을 것이다. 현실을 온몸으로 헤쳐 가는 농성단의 모습은 실로 많은 사람들에게 힘과 용기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들을 격려하고 응원하고자 하는 여러 사람들의 마음이 한데 합쳐져, 농성장 천막 주위에서는 가슴 찡한 감동의 사연들도 자주 창조된다.

"자이툰부대가 돌아올 때까지" 진정한 평화와 자주를 염원하는 투쟁은 계속될 것이다. 그날의 엄중한 심판이 두렵다면, 국회는 파병연장안을 부결시키고 자이툰부대 철군결의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정문식 기자는 '이라크 파병 재연장 동의안 부결 및 자이툰 철군 촉구를 위한 단식농성단' 단장입니다.

※ 이 기사는 파병철회네트워크(http://antipb.net)에 게재된 <이라크 파병 재연장 동의안 부결 및 자이툰 철군 촉구를 위한 단식농성단>의 일별 활동 기사를 압축, 정리한 것입니다. 자세한 농성소식은 파병철회네트워크 홈페이지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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