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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택시청 앞에서 3보1배 나서기에 앞서 평택대책위 강상원 집행위원장이 취지와 주의사항을 설명하고 있다.
ⓒ 김용한
7일 오후 6시 평택시민 70여 명이 평택시청 앞에 모였다. 미군기지 확장 저지를 위한 3보1배를 하기 위해서였다.

3보1배는 수경 스님과 문규현 신부 등이 새만금 간척 사업 저지를 위해, 세 걸음 걷고 한 번 엎드려 절하기를 끊임없이 반복하며, 전북에서 출발해 서울까지 올라갔을 때부터 널리 알려진 방식이다. 당시 3보1배단이 평택을 지날 때, 평택 시민단체 회원들이 환영 나와, 3보1배단 뒤를 따라 평택 구간을 천천히 도보로 행진한 적은 있지만, 평택 시민 수십 명이 한꺼번에 3보 1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세 걸음 걷고... 겨우 500m나 될까 말까 한 지점까지밖에 안 왔는데도 땀으로 범벅들이다.
ⓒ 김용한
미군기지확장반대평택대책위는 애초 6시에 정확히 출발할 경우 3보1배로 가더라도 두 시간이면 충분히 평택역 광장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하고, 저녁 8시부터는 촛불행사를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계산 착오였다. 애초 휴식을 취하기로 한 지점을 반밖에 못 간 상태에서 첫 번째 휴식 시간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직장에서 좀 늦게 퇴근한 노동자들이 대열에 합류하기 시작했고, 자연히 대열이 길어지고 시간도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모두 처음 하는 3보1배라 경건한 마음 자세를 가져야겠다고 다짐해서였는지, 옆 사람 숨소리도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사뭇 진지하기만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여기저기서 "아이구 아이구" 신음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러면 북을 치며 대열을 이끄는 고수가 "여기서 잠시 쉬어 가겠습니다~" 했고, 모두들 그 자리에 철퍼덕 주저앉아 버렸다.

▲ 한 번 절하고... "하늘이시여, 땅이시여, 평택 미군기지 확장을 꼭 막아 주세요."
ⓒ 김용한
힘들기는 고수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평택지역 풍물패 '천지울림' 곽성옥 대표와 '평화바람'의 해밀이 전후반을 나누어 고수를 맡아야 했다.

그나마 출발 직전에 비가 내려 아스팔트를 적셔 준 게 천만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열기를 견디기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군데군데 빗물이 고여 있어서 힘들었던 것을 빼고는 비 덕을 톡톡히 보았다.

하지만 모든 참석자들은 땀으로 전신욕을 해야 했다. 이마에서 눈으로 흘러드는 땀을 씻느라 고생하는 사람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견디기 정말 힘든 사람들은 조용히 일어서서 대열을 따라 걸어가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 어둠이 짙게 깔려도 3보1배는 계속되고...
ⓒ 김용한
시민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맨 처음 반응은 "3보1배에 초를 치는" 반응이었다. 출발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옆을 지나던 한 교회 승합차에 탄 어떤 여성이 달리는 차의 차창을 일부러 열고 큰 소리로 "야, 정신들 차려, 이 사탄들아!" 하고 외친 것이다. 3보1배 대열에서 어느 누구도 어떻게든 대응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기분은 씁쓸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그러나 대부분 시민들은 아주 호기심을 가지고 오래오래 지켜봤다. 특히 하교길에 3보1배 행렬을 만난 학생들은 그 진기한 행렬을 보며 아주 신기해했다. 휴식 시간에는 "수고들 많다"며 음료수와 먹는 샘물을 사다 주는 분까지 있었다.

▲ "우리는 해냈다. 이제 이겼다. 미군기지 확장은 절대 안 된다." 평택역 광장에 도착해 약식 집회를 한 뒤 모든 행사가 무사히 끝난 것에 기뻐하며 손뼉을 치고 있다.
ⓒ 김용한
이 날 3보1배 행진에는 평택대책위 소속 단체 회원들 말고도, 민주노총 경기본부 이상무 본부장 일행과 범민련 경인연합 이태형 의장 일행도 끝까지 함께 했다. 특히 생명과 환경, 평화를 주제로 하는 동아리들이 인터넷 공간을 통해 모였다는 '파란' 구성원들도 상당수 있었다. 이들은 "이번에는 미군기지 확장 저지를 위해 투쟁하는 평택 지역의 여러 행사에 참여하고, 평택 지역을 돌아보기 위해 왔다"고 밝혔다.

간부들은 물론 회원들까지 거의 '올인'한 단체도 있었다. 평택참여자치시민연대는 정선영 이승희 이상훈 등 세 명의 공동대표와 이은우 사무처장을 비롯한 상근 활동가 4명, 그리고 일반 회원들까지 대거 참여했다. 금속노조 만도지부 평택지회도 안영화 지회장을 비롯한 집행 간부들이 거의 다 참여했다.

3보1배는 예정시간보다 1시간 긴 3시간이나 걸렸다. 그래서 평택역 광장에서 하기로 했던 촛불문화제는 간단한 마무리 집회로 대체했다. 마무리 집회는 팽성대책위 이상렬 도두2리 이장의 환영사와 '파란'을 대표한 한 명의 발언, 생태운동가 겸 한광고 교사 김만제 선생의 소감을 듣는 것으로 간단히 치렀다. 마무리 집회 때는 전국연합 노수희 공동의장과 전노련 평택지부 이철구 지역장, 평택외국인노동자센터 황재식 대표 등이 참석하여 3보1배를 마친 시민들을 격려해 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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