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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 : 기사 수정 및 사진 추가]

▲ 하노이 호치민 묘소의 의장대 군인들이 노무현 대통령의 헌화를 앞두고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김당
대통령은 해외순방 때에 전용기를 이용한다. 미국 영화 <에어포스 원>(Air force 1)에 나오는 '공군 1호기'가 그것이다.

대통령은 전용기 말고도 전용헬기와 전용차 그리고 전용열차를 이용한다. 대통령이 지방의 비교적 먼 거리에 갈 때는 이 '전용 탈 것' 가운데 2∼3개가 빈 채로 동시에 이동한다. 현지의 기상 악화나 고장 등 만약의 돌발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전용기는 국내나 일본처럼 가까운 거리를 이동할 때나 타지 대부분은 특별기(전세기)를 이용한다. '보잉 737' 기종인 우리나라 '공군 1호기'는 미국의 '공군 1호기'와 달라 기체가 작고 낡아 장거리 운행 때에는 안전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해외 순방에 수반되는 공식·비공식 수행원들과 기자단을 소화하려면 자연스레 '큰 비행기'가 필요하기도 하다.

대통령 전용기를 '교체'하지 않으면서 별로 '전용'하지도 않는 딜레마

그래서 과거 국감 때에는 이따금 대통령 전용기 운용을 둘러싸고 야당 의원들로부터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지적을 받곤 했다. 역대 대통령들이 전용기가 낡아 별로 이용하지 않아 이제는 수리·유지비가 더 많이 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대통령 전용기를 규모에 맞는 새로운 기종으로 교체하는 '대안'을 제시하는 의원도 없다. 전용 헬기만 교체하려 해도 예산 낭비라고 지적을 받는 처지에 전용기 교체는 '언감생심'이다. 그러니 대통령 전용기를 '교체'하지도 않으면서 별로 '전용'하지도 않는 딜레마에 빠져 있는 셈이다.

대통령 특별기는 민간여객기의 내부구조를 바꾼 '보잉 747' 기종의 전세기이다. 김대중 대통령 취임 전에는 대통령 전세기로 대한항공(KAL)만을 이용했으나 그 이후에는 '새 비행기'를 홍보전략으로 내세운 아시아나항공과 KAL을 교대로 이용했다.

노무현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전세요금의 공개 입찰을 전제로 하지만 대체로 KAL과 아시아나 특별기를 교대로 이용하는 편이다.

▲ 노무현 대통령의 탑승을 기다리는 베트남 하노이 국제공항의 아시아나항공 특별기.
ⓒ 오마이뉴스 김당

대통령 특별기는 미 공군 1호기의 별칭인 '날아다니는 백악관'과는 차이가 있지만 집무실과 침실 등을 갖추고 있어 '날아다니는 청와대'라고 불러도 크게 손색이 없다. 무선 교신, 팩스 등 대통령이 본국과 교신을 나누며 집무할 수 있는 시설을 두루 갖추고 있다.

특별기에는 대통령 부부 외에도 공식·비공식 수행원 그리고 청와대 출입기자단이 동승한다. 그 규모는 그때그때 다르지만 이번 인도·베트남 국빈방문의 경우 공식수행원은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을 포함해 13∼15명 규모로 구성되었다.

비공식 수행원에는 청와대 행정관과 정부 공무원, 대통령 내외를 전담하는 부속실 직원, 경호실 직원 등이 포함된다. 청와대는 비공식 수행원의 규모를 공개하지 않는다. 그러나 특별기 승무원에 따르면, 비공식수행원들과 출입기자단이 이용하는 특별기의 일반석(이코노미 클래스)의 탑승인원은 135석. 이번 순방의 기자단 규모가 70명 이하였음을 감안해 역산하면 기자단과 비슷한 규모임을 알 수 있다.

대통령 특별기 승무원들의 친절한 서비스는 가히 감동적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청와대 및 부처의 취재시스템이 개방형 등록제로 바뀌면서 출입기자 수가 곱절로 늘었지만, 순방 취재기자 수는 늘지 않았다. 이번 기자단 수를 정확히 세어 보지는 않았지만, 66∼69명으로 전해진다. 물론 신문·방송·통신(인터넷) 매체를 모두 포함한 수효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평균 60∼80명 정도였다.

이처럼 순방 취재기자 수가 늘지 않은 것은 '정부 보조'가 없어진 탓도 있지만 그만큼 언론사들의 경영 사정이 좋지 않은 것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통상 대통령의 해외순방 일정을 취재하는 데 드는 항공료와 호텔비, 통신비 등을 감안할 때 출장경비 400ㅡ600만원은 '비용 대 효과' 면에서 적지 않은 돈이다. 방송의 경우 노 대통령의 하반기 해외순방 일정을 모두 소화하려면 출장비만도 1억원이 넘게 든다.

정부의 '비공식 보조'도 없어졌다. 예를 들어 김대중 정부 때는 대통령 해외순방 취재 때 기자 1인당 500 달러씩을 지원하는 것이 '공정가격'이었고, 비서실장이나 관련 수석들이 몇 백 달러씩 보태 줘 기자 1인당 1천 달러 정도는 손에 쥐고 해외출장을 갔었다. 물론 씀씀이가 큰 김영삼 대통령 시절에는 더 많은 정부의 '비공식 보조금'이 주어졌다.

▲ ASEM 참석 및 베트남 국빈 방문차 10월 6일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에 도착한 노무현 대통령 내외가 사열대 앞을 지나고 있다.
ⓒ 청와대
대통령 특별기에서 비공식 수행원들과 기자단은 '이코노미 클래스'에 앉고, 공식수행원은 '비즈니스 클래스'에 그리고 대통령 내외는 '퍼스트 클래스'에 앉는다. 그러나 비즈니스 클래스에 준하는 기내식과 서비스가 주어지는 데는 거의 '요금 차별'이 없다.

'차별'이 있다면 일반 여객기의 퍼스트 클래스 승객들에게 주어지는 특전처럼 대통령은 탈 때는 맨 나중에 타고 내릴 때는 맨 먼저 내린다는 점이다. 이런 '차별'은 '일반석 승객'들이 흔쾌히 견딜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인도 뉴델리 국제공항에서는 경호실 직원들이 기내에서 보안검색을 하는 바람에 기자들은 땡볕에 줄을 서서 타야 했고, 또 비행기에 탑승해서도 줄 이은 보안 검색에 이어 대통령의 탑승을 기다리느라 1시간 넘게 기내에서 땀을 흘려야 했다.

▲ 대통령 특별기의 요금은 '이코노미 클래스'에 준하지만 승무원들의 친절한 서비스는 '퍼스트 클래스'에 버금간다.
ⓒ 오마이뉴스 김당
특별기의 기장과 승무원은 경험 많은 베테랑들이다. 노 대통령은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노무현 대통령 내외분을 모시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며 성공적인 순방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라는 노련한 기장의 인사말을 듣고서 해외순방을 시작했다.

대통령 특별기 승무원들의 친절한 서비스는 가히 감동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비행기 요금은 '일반석' 규모이지만 서비스만큼은 '1등석'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런 서비스는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이기도 하지만 특별기에 항공사 사장이 타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면 너무 계산적일까?

해외순방 취재에서 대통령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깊어지는 것은 인지상정

아무튼 대통령 해외순방 때에 국적기 사장이 동승하는 것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의 관행으로 알려져 있다. 대통령에 대한 예우이기도 하지만 항공기의 안전을 사장이 책임지겠다는 제스처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 인도-베트남 방문 때부터는 대통령에 대한 '의전 개혁' 차원에서 그 관행을 없애기로 했다. 다만, 이번 해외순방의 경우 이런 방침이 뒤늦게 전해져 아시아나 회장은 별도의 항공편으로 경제사절단의 일원으로 뉴델리까지 동행하고 특별기에는 회장 대신 상무가 동승했다.

외국이나 객지에 나가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고국 음식이고 고향 음식이다. 기자들에게 기내식으로 가장 인기 있는 것도 비빔밥과 컵라면이다. 특히 컵라면은 외국 음식에 지친 입맛을 되살려 주기에 그만이다.

해외에 나가면 누구나 애국자가 된다는 얘기도 있다. 그 점은 대통령도 기자들도 마찬가지이다. 국내에 있을 때는 정치일정에 매몰된 정치부 기자들일수록 밖에 나가면 경제 선진국으로서 한국의 위상을 실감하게 된다.

명칭은 대통령 해외순방 취재 기자단이지만 막상 기자들이 대통령과 접촉할 기회는 별로 없다. 경호와 의전상 모든 취재가 소수의 대표기자를 선발해 교대로 취재하는 '풀 기자' 취재방식이기 때문이다. 특별기 안에서도 대통령의 탑승구는 따로 있기 때문에 타고 내릴 때도 기자들과 마주칠 일이 없다.

그러나 해외순방 취재를 하다보면 밖에서 실감하는 국가의 위상에 대한 공감대 말고도, 딱딱한 의전과 빡빡한 일정을 다 소화해내는 것에 대한 동정심(?) 그리고 기체의 좁은 공간에 함께 있다는 동질감 때문인지 대통령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깊어지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안에 들어가면 다시 비판의 날을 세울지라도 말이다.

▲ 10월 10일 '하노이 해방 50주년 기념일'에 호치민 묘소를 방문해 헌화하는 노무현 대통령.
ⓒ 오마이뉴스 김당
대통령의 해외 순방은 효율성을 기하기 위해 대체로 한 나라에 2∼3일씩 머물게 된다. 이처럼 제한된 시간에 기본적인 공식·비공식 일정을 소화해 내고 현지 기업인들과 재외교민들을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려고 바삐 움직이는 대통령을 지켜보느라면 자연스레 대통령에 대한 이해와 애정을 느끼게 마련이다.

특히 IMF 외환위기 직후 출범한 김대중 정부 시절의 청와대 출입기자들 가운데는 나랏빚에 시달리는 고령의 대통령이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동분서주하는 것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을 느낀 기자들이 적지 않았다.

물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시까지 해외에서 먼저 알아보는 '브랜드 가치'가 있는 유일한 대통령이라는 점을 기자들이 해외에서 직접 목격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것은 고령의 대통령이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외국 기업인들과 투자자를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서 투자를 권유하는 것을 지켜본 젊은 기자들이 갖는 당연한 인지상정이었다.

물건을 팔기보다 장기적 협력관계를 강조하는 데 많은 시간 할애한 노 대통령

특히 98년 취임 직후에 김대중 대통령이 ASEM 방문차 영국을 방문해 영국 여왕의 한국 공식방문을 이끌어낸 것은 대표적인 정상외교 성과로 꼽힌다. 영국 여왕의 공식 외국방문은 1년에 2회뿐인데 그 가운데 한 번은 영연방 국가 중 한 곳을 방문하는 것이 관례여서 여왕의 한국 방문은 의미가 컸다.

입헌군주제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실감나지 않는 일이지만, 영국 여왕이 움직이면 왕실 출입기자 50여명과 세계 각국 기자 100여명이 동행하며 여왕의 일거수 일투족을 전세계에 전파하게 된다. 그러니 여왕의 한국 방문은 한국의 국가 이미지를 전세계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이다.

그 성과를 이어받은 노무현 대통령은 오는 12월초에 우리나라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영국 여왕의 초청을 받아 영국을 국빈 방문하게 된다.

지난 90년대 들어 미·소 양극의 냉전체제가 붕괴되면서 세계는 통상을 무기로 한 무한 경제전쟁의 시대로 돌입했다. 정상외교에서 이른바 '세일즈외교'를 강조한 것도 이 때부터였다. 그리고 김영삼·김대중 대통령 시절의 정상외교가 그렇듯이 노 대통령의 이번 인도·ASEM·베트남 순방 외교의 컨셉도 경제·통상 및 세일즈 외교에 맞춰졌다.

그러나 다른 점이 있다. 노 대통령은 인도에서도, 베트남에서도 우리 기업의 활동을 뒷받침하는 세일즈외교를 펼쳤지만 당장 더 많은 물건을 팔기보다는 양국간에 장기적으로 공동의 이익을 도모하고 협력관계를 강조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려고 애썼다. 그것은 흔히 하는 '립 서비스'나 '빈말의 덕담'이 아니라 진심이 담겨 있었다.

"나는 베트남의 역사와 그 역사를 사랑하는 베트남 국민의 자존심을 존경한다"

노 대통령은 인도에서는 "러시아 모라토리움 때나 중국 사스 사태 때 한국기업은 철수하지 않았다"면서 "한국기업은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특별히 강해지고 또한 인연을 오래 유지하고 의리를 매우 중시한다"고 한국 기업의 끈기를 강조했다.

베트남에서는 "'호치민 선생'의 묘소를 다녀왔다"는 말로 친근감을 솔직히 표시하면서 베트남과의 신의를 강조하고 "나는 베트남의 역사와 그 역사를 사랑하는 베트남 국민의 자존심을 매우 존경한다"고 말했다.

▲ 노무현 대통령의 국빈방문 소식을 1면에 비중 있게 전한 베트남 현지 언론들.
그리고 사용하는 언어는 서로 달랐지만, 상품을 팔기보다 마음을 사려고 하는 그 진심을 헤아리는 데는 인도인들도, 베트남인들도 별로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인도의 최고의 명문대학인 국립 네루대의 '차다' 총장은 인도의 유력지인 'The Hindustan Times'(10월5일)에 기고한 글에서 한국의 사회경제 발전 경험과 노 대통령의 개혁을 벤치 마킹할 것을 주문했으며, 베트남의 '새하노이'지는 "한국, 베트남과의 관계 개선을 원한다"는 기사로 노 대통령의 진심을 받아들였다.

그런 점에서 노 대통령은 어쩌면 이번 해외순방에서 '역동적인 한국의 젊고 솔직한 대통령'으로서 해외에서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는 두 번째 대통령이 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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