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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지역 향토은행으로 자리매김한 경남은행이 작은 일(?)로 도민들에게 비난을 받고 있다.

경남은행은 지난 2일 우리금융지주회사로부터 독립법인을 유지하는 최종 합의를 이끌어 냈다. 이에 따라 경남은행은 지난 2000년 12월 경영악화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부실금융기관으로 지목된지 1년 반 만에 독립법인격 경영자율권 유지에 성공했다.

우리은행과 통합하는 원뱅크 합병안 권고를 뿌리치고 지역 금융기관으로 재도약하는데에는 경남의 각 기관과 도민들의 역할론을 부인할 수 없다.

경남은행이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경남은행에 대한 도민들의 애정은 식을 줄 몰랐다. 동남은행이 주택은행과 통합하는 등 금융기관의 빅뱅이 시작된 지난 2000년 이후 경남도민들이 바라보는 경남은행은 향토 금융기관의 마지막 보루였다. 경남은행마저 통합될 경우 지역경제에 심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역 상공인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경남은행 합병반대론을 거론했다.

도민들의 집결된 힘은 경남은행이 회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것이 지론이다. 경남인들의 힘을 등에 업은 경남은행은 지난 해 창립이래 최고의 실적을 기록하며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우량은행으로 인정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년 반 동안 독자회생을 부르짖으며 도민들의 도움을 호소했던 경남은행이 이면에선 시중 타은행보다 훨씬 높은 송금 수수료를 부과하는 등 고객을 상대로 폭리를 취하고 있어서 비난을 받고 있다. 경남은행의 송금수수료를 확인한 결과 다른 일반 금융기관보다 월등하게 높게 책정돼 있었다. 높은 송금수수료는 지역은행 가운데서도 비교적 많은 수수료를 받아 온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은행 송금수수료, 다른 은행보다 최고 3배나 많아

회사원 김방림씨(37·창원시 명곡동)는 지난 7월초 부산 친청집에 500만원을 송금하기 위해 경남은행을 찾았다가 기분이 몹시 상했다. 부산에 있는 경남은행에 500만원을 송금하는데 창구 여직원이 수수료로 4500원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일주일전 모은행을 통해 700만원을 송금하는데에도 1500원의 수수료 밖에 지불하지 않았는데 경남은행은 무려 3배의 수수료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기분이 상한 김씨는 “다른 은행에 비해 송금수수료가 너무 비싼 것 아니냐”고 물었지만 창구여직원의 “규정상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들었다. 김씨는 “도민들에게 도움을 호소한 것이 불과 얼마전으로 기억하는데 송금수수료도 타 은행보다 더 많이 받기냐”며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실제로 김씨가 경험한 것처럼 경남은행의 송금수수료는 다른 금융기관에 비해 월등히 높다.
500만원을 송금할 경우 경남은행은 당지(해당 지역)와 타지(다른 지역)를 구분해 수수료를 차등해서 받고 있다. 은행창구를 이용한다는 전제속에 당지는 1100원의 송금수수료를 받지만 타지의 경우 이보다 4배나 많은 4500원의 송금수수료를 받고 있다.

이에 반해 대다수 시중은행은 당지, 타지 차등수수료를 철폐했다. 더구나 송금수수료도 경남은행에 비해 월등히 적다. 국민, 한미, 상업, 조흥은행은 이미 당지, 타지 구분없이 송금하는 금액에 따라 수수료가 책정된다. 이 마저도 100만원 미만일 경우 송금수수료가 1000원에 불과하고 100만원 초과시에는 일괄적으로 1500원의 수수료만 받고 있다.

제일은행도 오는 8월부터 지역차등 수수료를 없애고 100만원 이상을 송금할 경우 1500원의 수수료만 받기로 결정했다.

지역은행중에서도 최고 수수료 부과

그렇다면, 경남은행의 높은 송금수수료는 지역은행이라는 이유만으로 설명될 수는 없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다른 지역은행들은 최근 높은 송금수수료가 지역민들에게서 반발이 일자 곧바로 송금수수료 인하를 서둘렀다.

부산은행은 이미 당지, 타지 구분을 없애 버렸다. 부산은행은 100만원까지 송금할 경우 1000원의 수수료만 받고 있었고 500만원일 경우에는 1500원에 불과하다. 경남은행과 마찬가지로 최근까지 상대적으로 높은 송금수수료를 받았던 광주은행 역시 송금수수료를 대폭 인하키로 결정했다. 적게는 600원에서 많게는 6000원까지 책정됐던 수수료를 29일부터 500원에서 최고 2500원으로 대폭 인하했다.

때문에 단순히 지역은행이라는 이유만으로 높은 송금수수료를 받고 있는 경남은행의 태도가 이해될 수 없다는 것이 지역민들의 인식이다. 더구나 경영악화로 지역민의 도움을 호소하던 때와는 달리 높은 송금수수료로 지역민의 성원에 보답하고 있는 셈이다.

금감원 권고사항에도 ‘요지부동’

금융감독원 역시 2002년 7월부터 송금 및 계좌이체 수수료 타지 차등 책정을 폐지하거나 개선하도록 권고했다. 금감원의 이같은 권고사항은 창구를 이용한 송금수수료나 자동화기기를 통한 계좌이체 수수료의 경우 동일한 원가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비롯됐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이 달부터 시중 은행의 타지 송금수수료가 당지보다 높게 책정된 수수료를 부과해 온 관행을 폐지토록 했다.

광주은행과 제일은행 등이 이 권고에 따라 다음 달부터 당지와 타지 차별 수수료를 없앴고 수수료 금액도 대폭 인하했다. 하지만 경남은행은 요지부동이다.

경남은행 본점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이 요구한 것은 권고사항일 뿐이지 강제사항은 아니다”면서 “은행마다 자율적으로 수수료가 책정된 만큼 큰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창구를 이용할 경우 송금수수료가 책정되지만 폰뱅킹이나 인터넷을 이용해 송금할 경우 수수료가 부과되지 않는 만큼 이를 이용하면 수수료 부담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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