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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변단체들이 거리에 내걸고 있는 현수막은 대부분이 불법 광고물로서 철거대상에 해당된다. 하지만 가로정비를 담당하는 행정당국은 불법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발견하지 못했다는 핑계로 손을 쓰지 않고 있다.

바르게살기협의회는 4월 초 "바르게 살자"라는 문구를 새겨 넣은 자연석을 전국의 산하 단체별로 하나씩 세울 것을 '권고'했다. 그리고 바르게살기 경남 협의회는 "더욱 좋은 사람이 됩시다"라는 문구를 새긴 현수막을 산하 시군 협의회에 나누어주고 전체 읍면동에 한 장씩 부착하도록 '권고'했다.

하지만 말이 권고이지 실제로는 비슷한 규모에 꼭 같은 문구를 새긴 조형물과 현수막이 전국에 일제히 걸렸다. "바르게 살자"라는 자연석 조형물은 전국 거의 모든 시군 마다 하나씩 설치돼 있어 아마 누구나 한번쯤 본적이 있을 것이다.

바르게살기협의회측은 자연석 조형물은 모두 회원들의 자발적인 모금으로 제작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현수막의 경우 광역 협의회에서 일률적으로 제작해 산하 조직으로 내려줬다는 것이다.

그런데 '바르게살기'측이 현수막을 내건 장소는 대부분 눈에 잘 띄는 간선 도로변인데, 하나 같이 지정 게시대가 아닌 임의적인 장소에 걸어 놓았다. 어떤 경우는 신호등주에 매달아 놓은 것들도 있다. 물론 지정 게시대를 벗어난 현수막들은 대부분 불법 시설물이다.

담당 공무원은 "지정 게시대가 아닌 곳에 걸린 현수막은 모두 불법 시설물로서 철거와 함께 과태료 5만원 처분 대상이 된다. 건물 벽에 현수막을 걸더라도 원칙적으로 신고를 해야하고, 신호등 주와 같은 공공시설물에는 아예 현수막을 걸수 없도록 되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남 진주시의 경우 37개 전 읍면동에 "더욱 좋은 사람이 됩시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지만, 한 장도 과태료 처분을 받거나 철거되지 않았다.

관변단체들이 내걸고 있는 이러한 구호성 문구에 대해 전문가들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어떤 것이 바르게 사는 길이고,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에 대한 방향성 제시도 없이 겉보기에 좋아 보이는 문구를 남발하다 보면 오히려 그 주제에 대해 사람들을 무감각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경상대학교 김덕현 교수는 "'바르게살자' '좋은 사람이 되자' 등의 단세포적인 구호를 남발하는 것은 정작 그 문제에 대해 사람들을 무감각하게 만드는 역기능을 하게 된다. 또한 그러한 문구를 특정 단체가 주도함으로서 일반인들은 이를 주장하는 사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못하다는 피해의식을 가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러한 문구가 적힌 시설물을 남발하는 것은 환경을 해치는 공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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