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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 규모와 관련된 자치단체 조례는) 각 자치단체에 맞게 현실화 돼야 하는데, 감사원이 단순비교를 해서 그러한 결과가 나왔다. 관련 조례를 모두 삭제하도록 시달할 것이다."

이는 지난 4월 11일 행정자치부 관제계 담당자가 지방자치단체의 신축 청사 규모에 대한 감사원 지적 내용이 문제 있다며 한 발언이다.

감사원이 지난 95년 3월부터 2000년 12월까지 신축하였거나 신축 중인 17개 시·군·구 청사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 조례상의 기준면적을 초과하고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문에 나타난 내용에 따르면 본 청사의 경우 조례상 기준 면적과 장래 수요를 감안한 적정한 규모보다 적게는 1.2배(울산광역시 북구)에서 많게는 2.8배(인천광역시 연수구)만큼 크게 건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의회 청사의 경우 조례상 기준면적보다 적게는 1.6배(부산광역시 강서구)에서 많게는 8.7배(광주광역시)만큼 크게 건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17개 청사 전체적으로 모두 3292억여원의 추가 재정부담을 가져오게 됐다는 것이다.

행자부 담당자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다. 신축 청사의 경우 50년에서 100년 앞을 내다보고 짓는 것이다. (자치단체의 신청사 건축 문제는) 주변 환경을 고려해 적정한 설계인지 사전 심사를 해서 의회 의결까지 받은 상황이다. 문제가 있다면 처음부터 지역 시민들이 막아야지 다 짓고난 지금에 와서 너무 크다고 문제제기 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조례에 정해진 청사의 규모는 실제로 얼마나 되며, 앞으로 50년이나 100년 후의 규모는 어느 정도가 돼야 하는지 따져보자.

여기서는 오는 4월 18일 새 청사로 이전하는 경남 진주시의 경우를 사례로 들었다. 참고적으로 진주시는 시민 87%의 반대 여론을 묵살하고 신축을 강행했는데, 신축 부지 매입금을 제외한 순수한 건물 건축비에만 700여억원의 예산을 쏟아부었다.

진주시의 관련 조례에 나타난 설계 기준에 따르면 일반 직원 1인당 적정 공간은 1.5평, 계장은 2평, 과장은 5평이다. 그리고 기관장인 시장의 경우 30평이 적정 규모로 되어 있다.

그런데 지난 98년 12월 진주시의회 감사 과정에서 드러난 내용에 의하면 진주시 새청사의 행정동은 6892평인데, 본청 근무자는 500여명이기 때문에 공무원 1인당 차지하는 공간이 13평 이상 된다는 것이다.

물론 행정동 공간의 상당 부분은 시민들을 위한 무료예식장이나 탁아시설, 공연장, 전시실 등이 들어서고 8층에는 기자실이, 10층에는 제2건국추진위원회와 민주평통 사무실이 무상으로 사용될 예정이기 때문에 실제 1인당 사용면적은 많이 줄어들게 된다.(시청사에 공연장과 탁아시설, 무료예식장이 들어서는 것 자체가 필요 없는 공간이 너무 많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일례로 19명의 직원이 사용하는 건설과의 경우 사무공간이 78평으로 주어졌다. 따라서 직원 한 명당 차지하는 공간은 4평이 넘는다.

그리고 시장실은 부속실과 대기실 탕비실을 합쳐 모두 61평에 달하고, 부시장실은 부속실과 탕비실을 합쳐 31평이다.

현재의 진주시청 1청사와 2청사(진주시청은 1청사와 2청사로 나뉘어져 있다)를 합한 부지 면적은 8333평이고, 건평은 4248평이다. 그런데 새로 지은 청사는 건축면적은 8700여평에 건평은 1만7047평이다.

건평으로 따졌을 때 현재의 1, 2청사를 합한 면적보다 신청사의 면적이 4배나 많다는 결론이다. 행자부는 신청사의 경우 50년 앞을 내다보고 짓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 앞으로 50년 후에 진주시의 인구는 과연 4배로 늘어날 수 있을까. 그리고 설령 4배 이상 늘어난다 하더라도 4배나 큰 청사가 지어져야 하는 것일까.

하지만 통계상으로 드러난 진주시의 인구 추이로 볼 때 그렇게 늘어나진 않을 듯 싶다. 진주시가 발간한 '2000년도 진주시사회지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 98년 진주시의 인구는 34만1757명이었는데, 99년에는 34만1516명으로 오히려 241명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2000년도에는 34만1917명으로 2년 전에 비해 고작 160명이 늘었을 뿐이다.

또한 진주시의 인구가 갑자기 4배 이상 늘어난다 하더라도 청사 규모가 4배로 커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부산시청사의 경우 규모면에서는 진주시청사의 3배 정도이지만 인구로 따지자면 부산시는 진주시의 10배가 넘는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경우 선진국에 비해 인구대비 공무원 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2차에 걸친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앞으로 공무원 수는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진주시도 100명 이상의 공무원이 감원되었다.

우리는 지금 공무원 수는 줄어들고 있는데 청사는 몇 배로 커진 이상한 현상을 보고 있는 것이다.

관공서를 새로 지으면서 50년이나 100년 앞을 내다보는 것에 대해서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빌미로 엄청난 규모로 건물을 확장해 운동장만한 사무실 공간을 지어 쓸데 없이 낭비하는 것은 분명 실수하고 있는 것이다.

애써 자치단체들을 변호한 행자부 관계자는 자신에게 돌아올 책임량을 계산한 발언일테지만, 청사를 짓는데 쏟아부은 혈세는 도대체 누가 책임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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