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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KXF The Fashiion' 포스터
 '2024 KXF The Fashiion' 포스터
ⓒ 한국성인콘텐츠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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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K-XF The Fashion'(KXF)를 둘러싼 논란으로 인해 젠더 갈등이 다시금 화제가 되고 있다. 여성단체, 종교단체 등의 시민 사회부터 지자체의 판단, 더불어 정치권까지 개입하며 이 행사를 모르던 사람에게까지 홍보가 되는 형국이다.

필자가 최근 주목한 글은 본지에 게재된 <여자는 되고 남자는 안 되냐"는 질문에 답한다>라는 기사다. 이 글은 이번 사안의 핵심을 '맥락'과 '모방'으로 보고 AV 페스티벌과 '미스터 쇼'를 구분한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AV를 이용한 전반적인 컨텐츠 제작 환경에 대해 재고하길 원하고 있다.

이 글이 핵심적으로 지적하는 맥락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가부장제이고, 다른 하나는 이성애 중심 AV가 '여성은 강간을 원한다'는 신화를 남성에게 내재화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 두 가지 맥락은 AV 시청자에게 모방을 유도하고 강간의 촉매제가 된다는 것이 사고의 전개 과정인 듯하다.

일단 두 맥락이 어떻게 강간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근거 있는 연관관계가 있는지를 떠나서 인정할 부분을 인정하자면, 대한민국 사회에서 여성이라는 것만으로 차별당하는 현실은 현존한다. 우리 사회 다양한 곳에서 '성별'이라는 우연적 속성으로 인해 불이익을 당하거나 고통을 겪는 것은 분명 우리 사회가 극복해야 할 문제다. 그런 점에서 한국 사회가 가부장제 '맥락'을 지니고 있다는 점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다만 이 '맥락'이 미스터 쇼는 정당하고, AV 페스티벌은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예를 들어 서구 사회에서 유대인들에 대한 차별은 현존한다. 그리고 그 차별은 끔찍한 학살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렇다면 유대인들은 소수자라는 특징 때문에 똑같은 행위를 해도 되는가? 가령 팔레스타인 침공은 유대인이 소수자이므로 정당한가? 실제로 이스라엘은 자신들의 침략 행위를 매번 자신들의 피해의 역사로 정당화한다. 그러나 누가 그런 짓을 했느냐를 떠나 침략이 가지는 본질적 측면은 동일하다.

같은 맥락에서 '미스터 쇼'는 신체의 대상화/도구화를 행하지 않는, 하나의 '대항문화'로서 기능하는 순결한 행사일까? 결국 AV 페스티벌이 문제되는 것은 인간의 신체를 성욕의 도구로만 보는 관점을 공공연하게 전시하고자 하는 것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스터 쇼'도 그저 남성의 신체를 여성의 쾌락을 위해 전시하는 것에 불과하다.

물론 본질이 같은 행위라도 충분히 '맥락'에 따라 정당화될 수 있다. 일제강점기 시기 독립운동가들은 폭력을 사용한 투쟁을 벌였고, 이는 엄연히 살인과 폭력이라는 점에서 비난의 가능성을 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일본의 일부 극우 세력은 이들을 테러리스트로 본다. 하지만 우리는 왜 그들의 행동이 정당하다고 평가받는지 알고 있다. 그들의 폭력은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이 수단을 사용하지 않고서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그 '맥락'이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미스터 쇼'는 가부장제에 대항하는 불가피한 문화는 아닐 것이다. 그러므로 해당 기사의 논변은 빈약한 근거를 두고 있다.

필자는 그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싶다. 문화를 금지하는 것은 가능한가? AV는 결코 세련되고 매력적인 문화 콘텐츠가 아니다. 그저 단순한 욕망의 발로일 뿐인 1차원적인 콘텐츠다. 하지만 이 또한 문화다. 이를 금지하는 것이 옳은가?

이번 사안에서 학부모 단체, 여성 단체 등의 시민 사회는 잘못한 것이 없다. 그들은 토론을 원했고, 목소리를 낸 것이다. 이 과정에서 그들이 조금 과격한 목소리를 내며 금지를 외쳤다고 해서 그 행위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고, 자유가 우리 사회의 핵심 가치인 것을 그 누구도 부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문제의 핵심은 다른 무엇도 아닌 금지를 한 지자체다. 지자체는 적어도 강제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함부로 이를 금지해서는 안 되는 책임 있는 주체다.

적어도 문화와 관련해서는 금지로 어떤 문제도 해결되지 않는다. 문화는 말 그대로 사람의 삶의 양식이다. 우린 현재 다양한 가치를 공유하며 다양한 삶의 태도 속에 공존하고 있다. 또 어떤 문화는 폭력적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범죄에 해당하는지, 비윤리적인지를 특정 입장에서 마음대로 예단해서는 안 된다. 이를 따지기 위해 우린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고 토론해야 한다. 더군다나 금지의 논리는 왜곡된 욕망을 더 키울 것이 분명하다. 인간은 금기로부터 욕망을 느끼기도 한다. 한국 사회의 성적인 것에 대한 억압이 이를 더 기형적으로 키운 것은 아닌지 자문할 필요도 있다.

마지막으로 신체를 상품화한다는 비난 여론에 대해 한마디 덧붙이고 싶다. 사실 모든 노동자는 신체를 상품화하고 산다. 노동하는 신체와 우리 자신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정말 상품화가 문제라면 취업 페스티벌은 말 그대로 신체 상품화의 대잔치이고, 아이돌부터 스포츠까지 자기 신체를 상품화하지 않는 분야를 찾기가 힘들다. 단지 그게 직접적이냐 간접적이냐의 차이일 뿐이다. 자세히 보면 비극일 수밖에 없는 이 현실은 우리가 행한 자본주의 사회 속 악마와의 거래일 것이다.

태그:#KXF, #가부장제, #차별,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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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글이 누군가에겐 낯설게 느껴졌으면 합니다. 익숙함은 폭력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세상을 낯설게 바라볼 때 비로소 세상을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어디서나 이방인이 되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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