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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전광판 '인권침해' 응원을 폭로했던 제주 S고 학생이 지난 22일 자퇴 사실을 알리는 대자보를 이 학교 현관에 붙였다. ©청소년인권모임 ‘내다’
 인간전광판 '인권침해' 응원을 폭로했던 제주 S고 학생이 지난 22일 자퇴 사실을 알리는 대자보를 이 학교 현관에 붙였다. ©청소년인권모임 ‘내다’
ⓒ 교육언론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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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백호기 고등부 축구대회의 '인간전광판' 인권침해 응원 사실을 세상에 알린 고교생이 제보 2주 만에 자퇴해 충격을 주고 있다. 이 학생은 "학생을 사람이 아닌 부품으로 여기는 학교를 더 이상 다닐 수 없었다"고 말했다.

"창체시간에 연습, 비참여 학생은 바닥에 대기"

24일, 제주 공립 S고 2학년에 재학 중이던 정아무개 제보자(이하 제보자)는 교육언론[창]에 "인권침해 폭력에 입을 다물고, 학생을 사람이 아닌 부품으로 여기는 고등학교를 더 이상 다닐 수 없었다"면서 "지난 22일 학교에 자퇴서를 냈다"고 밝혔다.

제보자는 2주 전쯤 백호기 축구대회 집단 전광판 응원 연습을 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학생 인권침해에 대해 청소년인권단체와 언론에 제보한 바 있다.

제보자에 따르면 S고의 경우 백호기 응원 연습과정에서 일사 분란한 인간전광판을 만들기 위해 학교 정규수업인 창의적체험활동 시간을 활용했다. 이 학교는 약 일주일간 학생 500여 명을 거의 날마다 체육관으로 모이게 한 뒤 하루 1~2 시간에 걸쳐 인간전광판 응원 연습을 진행했다고 한다.

고성으로 윽박지르며 응원연습을 시킨 당사자는 학생회 간부들이었지만 교육규정상 이 수업은 담당 교사가 진행해야 했다. 하지만 "교사들은 이런 인권침해 연습 광경을 벤치에 앉아 지켜만 봤다"는 게 정 제보자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S고는 언론 등에 "학생 응원은 자율적인 참여에 따른 것이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에 대해서도 제보자는 "학교는 응원연습 참여를 거부한 학생 30여 명을 연습시간 내내 체육관 바닥에 앉아 있도록 했다"면서 "바닥에 앉아 있는 동안 심한 모멸감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제주 S고의 인간전광판 응원 연습 모습. MBC 뉴스 동영상.
 제주 S고의 인간전광판 응원 연습 모습. MBC 뉴스 동영상.
ⓒ 교육언론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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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자는 지난 22일 학교 현관에 붙인 '나는 오늘 폭력에 침묵하는 학교를 자퇴합니다'란 제목의 대자보에서 "(제보 뒤에) 저를 폄훼하고 까 내리는 행위가 지속해서 반복됐다"면서 "이를 선생님, 학생 등 아무도 제지하지 않았다. 제보한 학생을 근거 없이 특정하고, 비난하는 모습은 도대체 어떤 환경 속에서 빚어진 감수성이냐"고 하소연했다.

이어 제보자는 "이런 모습을 보면서도 제지하지 않는, 동조하는 소위 명문고등학교라고 불리는 우리 학교의 학생과 선생님들을 보면서 놀랐다"면서 "(학생을) 하나의 공동체인이 아닌 부품처럼 여기는 학교를 나는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다음처럼 강조했다.

"학생이 죽어나가도, 고통받아도, 모두가 친구가 아니라 경쟁자가 되어도 침묵을 강요하는 이 공교육에서 나는 침묵하지 않으며 저항하겠습니다."

"학생을 부품 아닌 인간으로 대하는 학교 다니고 싶어"

제보자는 교육언론[창]에 "백호기 인권침해 응원 문제가 국가인권위 조사 등을 통해 잘 해결되면 학생을 부품이 아닌 인간으로 대하는 고등학교에서 다시 학업을 이어가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

인권위는 조만간 백호기 응원의 인권침해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권침해 사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청소년인권모임 '내다' 관계자는 "제보자는 제보 이후 학교 내 심한 따돌림과 학교폭력 피해에 시달려야 했다"면서 "사건을 인지한 도교육청과 해당 학교는 이번 인권침해 응원연습 문제제기 이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는 관계법령에 의거하여 학생인권 보장의 책무를 지는 도교육청과 학교가 그 본연의 책임을 저버린 것"이라고 짚었다.

한편, 해당 기사 보도 뒤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는 '정규수업시간에 학생회를 내세워 응원연습을 시키고, 불참 학생을 바닥에 대기시킨 것 자체가 강압적인 인권침해 아니냐'는 교육언론[창]의 물음에 "해당 S고교에 대해 관련 사실을 확인할 것"이라면서도 "이런 (집단) 응원형태가 오랫동안 지속된 문화이기 때문에 한 순간에 바뀌기는 쉽지 않다. 앞으로 관련 5개 고교 교장들은 물론 학생들과도 협의해 인권침해가 없는 응원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교육전문언론 교육언론[창](www.educhang.co.kr)에서 제공한 것입니다.


태그:#인간전광판 응원연습, #교육언론창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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