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장수 팔공산 정상, 진안 백운면 백장로 벚꽃 길에서 조망
 장수 팔공산 정상, 진안 백운면 백장로 벚꽃 길에서 조망
ⓒ 이완우

관련사진보기

 
장수 팔공산(1,151m)은 금남호남정맥 마루금의 으뜸 산으로 진안군 백운면과 장수군 장수읍에 걸쳐 있는데, 예로부터 진안에서는 중대산이라고 불러왔다.

진안고원의 장수 팔공산은 남쪽 뜬봉샘에서 금강이 발원하여 북쪽으로 돌아 398km를 흘러서 서해에 이르고, 북쪽 데미샘에서 섬진강이 발원하여 남쪽으로 돌아 212km를 흘러서 남해에 이르며 산줄기와 물줄기가 휘돌아 커다란 산태극수태극(山太極水太極)의 조화로운 지형을 이루는 중심 묏부리가 된다.

이 산은 북쪽의 서구이재(西九耳峙, 850m), 서쪽의 마령재(馬靈峙, 775m)와 남쪽의 자고개(675m) 등은 진안고원의 준령을 넘는 길목이 된다. 서구이재 주차장에서 250m의 경사면을 오르면 금남호남정맥 마루금에 올라선다. 팔공산 정상까지 2.5km의 구간은 푹신한 흙길, 칼날 같은 암릉, 조릿대 군락지와 너럭바위길이 몇 차례 이어진다. 4월 중순 이른 아침에 장수 팔공산 등산길에 나섰다. 
 
장수 팔공산 금남호남정맥 마루금 등산로 현호색
 장수 팔공산 금남호남정맥 마루금 등산로 현호색
ⓒ 이완우

관련사진보기

 
장수 팔공산은 국립공원인 대구 팔공산(1,193m)과 동명이산(同名異山)이다. 이들 두 곳의 팔공산은 산 높이도 비슷하고, 고려의 왕건(877~943)과 후백제 견훤( 867~936)의 후삼국 통일 과정의 역사와 설화가 함께 전승되어 의미가 큰 산이다.

도선 국사가 창건하였다는 장수 팔공산 도선암(현재 상이암)에서 왕건은 청소년 때(17세, 894년)에 하늘에 기도하고 계시를 받아서 고려를 건국하였다는 설화가 전승되어 오며, 후백제의 견훤은 이 산 남쪽에 성을 쌓고 군량미를 비축하였던 합미성(合米城)이라는 유적지가 남아 있다. 

대구 팔공산은 왕건이 후백제의 견훤과 공산전투(927년)를 치른 역사적 장소로서, 왕건은 공산전투에서 견훤의 후백제군에게 대패하고 수많은 고려 병사와 8명의 장수까지 전사한다. 그러나 견훤으로부터 공격당하는 신라를 구원하려 출병하고 패전하였던 공산전투를 계기로 왕건은 민심과 지역 호족들의 마음을 얻게 되어 결국 후삼국 통일의 주인공이 되었다.
 
장수 팔공산 금남호남정맥 마루금 등산로 노랑제비꽃(꽃 지름 2.5cm)
 장수 팔공산 금남호남정맥 마루금 등산로 노랑제비꽃(꽃 지름 2.5cm)
ⓒ 이완우

관련사진보기

 
백제 무왕(580~641) 때 장수 팔공산에 팔성사가 창건되고 이 산자락에 7개의 부속 암자가 있었다고 하며, 고문헌과 고지도에 팔공산이 성적산(聖迹山)으로도 표기되어 있다. 신라 진평왕 때(603년) 원효와 의상이 팔성사에 머물러 불법을 펴니 향기가 퍼져 나왔다는 만향점(滿香岾)이 있었다고 한다. 그 만향점의 위치를 현재 확인할 수는 없지만, 사찰의 당간을 세우고 백성들을 구휼하고 숙식을 제공하는 보시를 행했던 장소였을 것이다.

장수군지(長水郡誌, 2010년)에 의하면 장수현 서남쪽으로 15리(6~7km) 떨어진 곳(현재의 팔공산 팔성사 위치 추정)에 성적산 운점사가 있었다. 운점사에서 조선 초기까지 고승들이 강연했다고 전한다. 이 팔공산에 용탑사, 문수암, 보현암, 수문암, 광명암, 벽계암, 국사암, 팔공암 등의 여러 암자 이름이 전해지고 있지만, 이들 절터의 위치가 확인되지는 않는다. 
 
장수 팔공산 금남호남정맥 마루금 등산로 얼레지(꽃 지름 5cm)
 장수 팔공산 금남호남정맥 마루금 등산로 얼레지(꽃 지름 5cm)
ⓒ 이완우

관련사진보기

 
장수 팔공산은 장수분지와 진안고원의 으뜸 묏부리로서 전망이 멀리 탁 트인 곳이다. 아침 안개가 자욱하여 동쪽으로 천왕봉에서 반야봉 노고단까지 펼쳐진 지리산 주능선의 기대하였던 조망은 자욱한 아침 안개에 가려져 있었다.

안개와 구름이 팔공산을 멀리 에두른 하늘과 산줄기를 감싸서, 먼 곳의 조망은 태양의 밝음을 함축하며 희미한 혼돈에 잠겨 있었다. 

지리산 주능선이 보이지 않는 아쉬움을 당나라 시인 가도(賈島, 779~843)의 오언절구 한시 '심은자불우(尋隱者不遇)'를 읊으며 달래보았다.

송하문동자(松下問童子), 소나무 아래에서 동자에게 (스승에 대하여) 물었다.
언사채약거(言師採藥去), (동자가 대답하기를) 스승은 약초 캐러 갔어요.
지재차산중(只在此山中), 이 산속에 있을 터이지만,
운심부지처(雲深不知處), 구름이 깊어서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네요.


장수 팔공산 등산의 기쁨은 뜻밖에 등산로에 줄지어 피어나는 야생화에 있었다. 금강과 섬진강을 휘감는 바람이 야생화 씨앗을 날려와 금남호남정맥 능선의 높은 마루금에 내려놓았다.

1,000m 이상의 높은 등산로 어깨에서 야생화가 무리 지어 피었다. 현호색, 노랑제비꽃과 얼레지가 조릿대 군락지와 등산로 너럭바위길 틈에서 밝은 미소를 피워내기 시작하였다.
 
장수 팔공산 헬기장, 팔공산 정상 200m 앞
 장수 팔공산 헬기장, 팔공산 정상 200m 앞
ⓒ 이완우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 신문 지리산인에도 게재 예정입니다.


태그:#장수팔공산, #대구팔공산, #장수팔공산산태극수태극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문화관광해설사입니다. 향토의 역사 문화 자연에서 사실을 확인하여 새롭게 인식하고 의미와 가치를 찾아서 여행의 풍경에 이야기를 그려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