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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혁당재건위 사건으로 사형선고 하루 만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간 인혁열사 추모 49주기 행사가 9일 경북 칠곡군 지천면 현대공원묘역에서 열렸다.
 인혁당재건위 사건으로 사형선고 하루 만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간 인혁열사 추모 49주기 행사가 9일 경북 칠곡군 지천면 현대공원묘역에서 열렸다.
ⓒ 4.9인혁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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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구시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건립하기 위해 조례를 제정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박정희 정권 시절 '인혁당 사건' 희생자 유족들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우상화 사업을 멈추라"고 요구했다.

4.9인혁열사계승사업회와 4.9통일평화재단은 9일 오전 경북 칠곡군 지천면 현대공원에서 '4.9통일열사 49주기 추모제'를 열고 "홍준표 시장이 박정희 동상을 설치한다고 한다"며 "군사쿠데타의 주역 박정희의 완벽한 부활"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보수진영 일부의 박정희 향수에 기대어 정치적 이득을 얻어 보고자 하는 홍준표 시장의 철없는 대권 놀음에 정신이 아찔하다"며 "홍 시장은 역사관뿐만 아니라 인권에 대한 기본적인 감수성도 없다"고 주장했다.

유족들은 "박정희는 민청학련 사건을 조작하고 그 배후로 세칭 인혁당재건위원회 사건을 조작했다"며 "불법 고문으로 없는 간첩을 만들고 사건을 조작하여 인혁당 관련자 여덟 분을 살해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홍 시장은 인혁당 사건과 같은 박정희 정권의 극악무도한 반인권적 독재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그의 산업화에 대한 업적만을 찬양하고 동상을 세우겠다고 한다"며 "홍 시장은 4.9인혁열사들을 두 번 죽이지 말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간첩의 가족으로 살아왔어야만 했던 유족들의 아픈 마음을 더는 짓밟지 말아야 한다"며 "홍 시장은 시대착오적인 동상 건립으로 자랑스러운 대구의 민주주의 역사를 훼손하고 있다. 어설픈 대권 놀이에 빠져 독재자 박정희를 우상화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라경일 열사의 아들 라문석(67)씨는 "일제 앞잡이로도 모자라 쿠데타로 세운 정권을 천년만년 해쳐먹기 위해 헌법을 유린하면서까지 온갖 만행을 저지르고 수많은 민주인사들을 투옥하고 마침내 잔악한 조작으로 살인까지 저지른 자의 동상을 세우겠다는 X는 도대체 어떤 인간들인가"라고 절규했다.

라씨는 "지난 50년의 세월을 되돌아보기도 싫은 저희 가족들은 이제 분노를 넘어 회복할 수 없는 상처만 가득 안고 살아가고 있다"며 "모두 힘을 모아 친일 독재자 박정희의 우상화 동상 건립 조례안 통과를 꼭 막아 달라"고 호소했다.
  
인혁당재건위 사건으로 사형선고 하루 만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간 인혁열사 추모 49주기 행사가 9일 경북 칠곡군 지천면 현대공원묘역에서 열렸다.
 인혁당재건위 사건으로 사형선고 하루 만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간 인혁열사 추모 49주기 행사가 9일 경북 칠곡군 지천면 현대공원묘역에서 열렸다.
ⓒ 4.9인혁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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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수 계승사업회장은 "오늘 열사들의 영정 앞에서 유가족들과 우리 지역의 많은 분들이 모여 성명서를 낭독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면서 "또다시 피눈물을 삼켜야하는 유족들의 처절한 목소리를 기억해 달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오늘날 박정희를 우상화하는 것은 하나의 정치적 퍼포먼스가 아니라 대구의 역사를 지우려는 것"이라며 "대구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 땅에 깨어있는 시민으로서 박정희 동상을 공적인 공간에 세우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박정희 정권은 정권을 연장하기 위해 10월유신을 선포한 후 1974년 학생들이 반유신 저항 운동을 전개하자 민청학련 사건을 조작하면서 인혁당재건위가 민청학련의 국가 전복 활동을 지휘했다며 '제2차 인민혁명당 사건(인혁당 재건위 사건)을 조작해 발표했다.

이후 1975년 4월 8일 사건 관련자 23명 중 서도원, 도예종, 여정남, 송상진 등 8명에게 사형을 선고하고 사형선고를 받은 지 18시간 만인 9일, 8명 전원에 대해 사형을 집행해 세계 사법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날로 기록됐다.

유신정권은 사형당한 8인의 시신을 유가족들에게 돌려주려 하지 않았고 특히 송상진, 여정남의 시신은 유족들의 동의 없이 멋대로 탈취해 화장해 버렸다. 당시 피해자들이 심한 고문을 당했다는 사실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지난 2002년 9월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인혁당 사건이 중앙정보부가 조작한 사건이라고 발표하고 법원은 재심을 통해 2007년 사형선고를 받은 8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대구시 박정희 대통령 기념 조례 입법예고에 찬성 1명도 없어

한편 대구시는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세우고 기념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지난달 11일 '대구광역시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입법예고하고 지난 1일까지 시민 의견을 수렴했다.

대구시는 시민 의견을 접수한 결과 찬성 의견은 한 건도 없었고 반대 의견은 886건(중복 제외) 접수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례 제정을 예정대로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시민단체들은 "조례 제정을 강행하면 거센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며 "박정희 동상과 함께 홍준표라는 이름이 같이 무너져 내릴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태그:#인혁당재건위, #인혁열사49주기, #현대공원묘역, #박정희동상반대, #홍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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