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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면 쌉싸름한 머위 나물이 입맛을 돋워 준다. 봄을 기다리는 이유 중 하나는 봄에만 맛볼 수 있는 봄나물이 있기 때문이다. 겨울이 지루할 즈음 그 추운 겨울 땅속에 잠자고 있던 모든 생물들은 땅을 밀고 밖으로 올라온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생명의 신비, 놀라움 그 자체다. 

그 무엇보다 봄나물을 만나는 것이 반갑다. 봄나물은 각기 다른 맛과 효능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나는 머위나물을 좋아한다. 쌉싸름하고 약간 쓴맛이 나는 머위 나물은 나물이 어려서 먹을 때가 가장 연하고 맛있다. 모든 나물이 그러하듯 너무 자라면 그 맛이 떨어지므로, 신경을 쓰지 않으면 맛있는 때를 놓칠 수 있다. 
 
시들기 전에 머위 나물을 씻어 놓는다. 씻어 놓은 머위 나물
 시들기 전에 머위 나물을 씻어 놓는다. 씻어 놓은 머위 나물
ⓒ 이 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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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계절에 나는 음식을 잘 먹고 계절을 무사히 보내는 것도 삶의 지혜일 것이다. 시골에 집이 있는 지인이 머위가 예쁘게 올라오고 있다고 나눔을 하고 싶다고 말을 한다.

그 말에 나는 머위는 좋아하는 나물이라고 말을 건넸더니 일부러 시골집에 가서 머위를 뜯어 아파트까지 가져다주고 가신다. 살짝 미안한 마음에 말했던 걸 곧 후회를 한다. 시장에 가면 머위가 있을 텐데, 바쁜 사람 번거롭게 하지 않았나 싶었다. 

그럼에도 지인이 보내줬던, 어린잎 올라오는 새순의 사진을 보고 그 유혹에 나는 넘어가고 말았다. 

시장에 나오는 머위는 어린잎을 만나기 어렵다. 하우스 안에서 키운 머위와 노지에서 자란 머위는 그 맛도 다르다. 

나물 종류는 실온에 놓아두면 금방 시든다. 시들면 싱싱한 맛을 느낄 수 없어 나는 머위를 씻어 냄비에 물을 팔팔 끓이며 소금 넣는 것도 잊지 않는다. 끓는 소금물에 데쳐 놓은 머위잎은 보는 것만으로도 맛있어 보인다.

지인이 가져다 준 머위는 시장에서 산 머위와는 다르게 정이 담겨 있어 머위잎을 대하는 마음부터 달라지게 된다. 적당히 삶은 머위나물을 물기를 꼭 차 냉장실에 보관을 했다. 셋째 딸네 가족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같이 먹기 위해서다. 

지난 금요일, 마침 서울에 사는 셋째 딸네 가족이 군산에 내려왔다. 작년 가을에 담가 놓은 김장김치를 주지 못해 늘 신경이 쓰이던 차다.

택배를 보내 준다 해도 딸은 아빠 엄마 고생스럽고 번거롭다고 못 부치게 했었다. 매일 직장일로 바쁘게 종종거리며 살고 있는 딸은 시간이 나질 미루어 왔는데 어쩌다 짬을 내어 내려온 것이다. 

딸도  나이 들어가면서 이제 엄마 힘든 일을 안 시키려 애를 쓴다. 집에 와서도 군산에 먹고 싶은 것 많다며 밖에 나가 밥을 먹자고 조른다. 나는 집밥을 해 주고 싶은데, 아마도 엄마 힘들까 봐 그러는 것 같다. 어쩌지 못해 못 이기는 척하고 외식을 했다. 밖에서 먹는 밥은 편하기는 하지만, 왜인지 별로 정이 없다.
   
무쳐 놓은 머위 나물
 무쳐 놓은 머위 나물
ⓒ 이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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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을 먹으며 된장 쑥국과 머위 나물을 된장과 고추장 마늘을 넣고 들기름도 듬뿍 넣어 무쳤더니... 아, 맛있다.

남편은 나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사위는 그게 무엇이든 내가 해 주는 반찬은 맛있다고 잘 먹어줘서 밥 해 주는 사람을 신바람 나게 만든다. 성품 좋은 사위만 보면 나는 마음이 흐뭇하다. 어떻게 가족이란 인연으로 만났는지, 절로 감사해지는 마음이다. 

나머지는 머위 나물 무침은 그릇에 담아 딸 집으로 가는 편에 보냈다. 날마다 바쁜 일정으로 종종거리며 살고 있는 딸을 보노라면 마음이 짠하다. 반찬도 없을 텐데 어떻게 김치를 보낼까, 고민하고 있었던 참에 군산집에 내려와 김치 종류를 모두 그릇에 담아 보내고 나니 얼마나 마음이 홀가분 한지. 그간 미루어 놓은 숙제를 마친 기분이다. 

옛날 어른들이 딸은 '주고 싶은 도둑'이라고도 했다는데, 집에 있는 것은 원하는 대로 다 그릇 그릇에 한 가득 채워 보내고 나니 엄마인 내가 더 든든하다. 밥상에 올라가 잘 먹을 딸네 가족을 생각한다. 부모 마음은 자식들이 건강하게 잘 살아주면 그 이상 더 바랄 것이 없다. 부모라고 찾아와 주고 내가 해 줄 수 있는 음식이 있어 마음 한편이 가득해진다. 

사위 좋아하는 머위나물을 같이 먹은 걸 두고두고 생각하며, 내년 봄이 오기 전까지 그 맛을 추억할 것이다. 머위가 더 자라기 전에 시장엘 나가 보아야겠다. 지인이 준 머위는 사위와 함께 맛있게 먹을 수 있어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 자식이 좋아하는 음식을 먹을 때 부모는 흐뭇하다. 이 계절 봄나물이 있어 밥상은 풍성하고 우리는 더 건강해지는 것 같다.  

머위 덕에 이 아름다운 봄날이 축제처럼 즐겁다. 부지런히 나물 반찬을 밥상에 올려야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태그:#머위나물, #봄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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