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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함양군은 이번 지방소멸 대응기금 사업에서 가장 높은 A등급으로 책정돼 210억 원의 기금을 확보했다. 함양을 발전시킬 수 있는 많은 예산을 확보한 것은 정말 좋은 일이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그만큼 소멸 위기를 목전에 두고 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청년세대의 인구감소와 유출, 일자리 부족 등 함양이 해결해야 할 사회적 문제는 막막할 정도로 산적해있다.

청년인구를 유입시키고 유출을 막는 것은 우열을 가릴 것 없이 시급한 문제다. 청년세대는 인구문제 해결에 중요한 열쇠가 되는 세대다. 현재 함양군뿐만 아니라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청년세대를 유입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혹자는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인구 유치를 위해 힘쓰는 사태를 보며 지방을 찾아온 청년들이 힘든 일을 싫어하고 지원금만 밝힌다며 비판한다. 정말 청년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어떤 환경에서 청년들이 행복하게 정착할 수 있을까? 이에 <주간함양>은 이미 함양에서 살고 있는 청년의 삶 속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얻고 청년들이 함양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 기자 말


함양 청년의 앞줄에 선 청년대표
 
함양군청년정책네트워크 단장 이진우
 함양군청년정책네트워크 단장 이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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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군은 실질적인 청년정책 발굴과 행정 청년 간의 소통을 목적으로 함양군에 거주하는 18세에서 49세의 청년을 대상으로 함양군 청년정책네트워크 회원을 모집한 바 있다. 일자리·창업,주거·복지,농업,문화·여가 등 총 4개분과의 36명 청년이 모였으며 2월 26일 발대식 및 정기회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함양군 청년정책네트워크는 이진우 단장을 추대했다.

 "단장이 됐다고 했을 때 처음 든 감정은 당혹감이었어요. 회원 모집 기준에 부합하긴 하지만 저 스스로도 제가 청년이라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이진우 단장이 함양군 청년정책네트워크에 지원한 이유는 청년 구경을 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25년간 함양을 오가면서 든 생각은 '함양에 청년이 있을까?'였어요. 그런데 지난해부터 청년들이 조금씩 보였던 것 같아요. 아마 못 봐서 몰랐지 다들 자기 자리에서 활동하고 있었을 거예요. 작년부터 청년활동이 눈에 띄게 활성화됐다고 느꼈고 그런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청년 활동가들을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제가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이 지역에 훨씬 많겠다 싶었거든요."

단장을 선출하는 자리에서 이진우 단장은 '일단 나는 아니겠지' 싶은 마음이었다. 이 단장은 "나는 영향력이 있는 사람도 아니고 청년그룹을 대표하는 사람도 아니었기 때문에 그저 편하게 있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단장이 돼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 단장이 가장 마음에 걸리는 건 나이였다.

"단장 취임사에서도 말했듯, 저는 내년이면 지원자격에서 벗어나는 최고령 청년이에요. 공지사항을 전달할 때 '지천명을 앞둔', '노안이 온', '염색이 필요한'이라고 소개하는 건 저 자신도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에요. 함양군이 만든 청년정책네트워크, 그 가장 앞줄에 서야 할 단장이 내가 되도 될까 싶은 당혹과 부담이 있었어요."

구심점 없는 청년층 하나로 모을 수 있는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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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청년과 가장 거리가 멀다고 밝힌 이 단장은 그럼에도 청년정책네트워크의 구성원에 대한 이해나 운영의 청사진은 누구보다 분명하게 말했다.

"모인 36명은 정말 어느 지역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인적자원이라고 봐요. 청년 사업가, 농업 후계인, 예술가, 청년 활동가 등 넓은 스펙트럼을 갖고 있고요. 그만큼 각자가 자신의 분야에 대한 깊이감도 갖고 있어요. 그래서 아직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지만 초기 활동을 조금 더 촉진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지속적인 출산율 감소로 인구절벽 현상이 나타나며 청년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는 사회가 됐다. 하지만 지역에서 주도권을 가져본 적 없는 청년들은 여전히 수동적이다. 함께 가기엔 너무 힘들고 변수도 많으니 그냥 자기 할 일에만 집중하게 된 것이 이미 오래된 것 같다고 이 단장은 말했다.

"혼자서 잘하는 청년들은 분명 모이면 더 잘할 거예요. 스텝업을 위한 협업 컨소시엄이나 청년이 실수혜자가 될 수 있는 정책발굴, 네트워킹이 중요해요. 기성세대가 봤을 때는 청년들을 위해 행정이 많은 것을 해주고 있다고 보거든요. 그런데 정작 청년들은 받은 게 없다고 해요. 이젠 청년들이 스스로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고민해봐야 할 때예요."

내년이면 자격요건에서 벗어나는 이 단장의 임기는 이제 9개월 남은 셈이다. 올해 조금 서둘러서 네 개 분과에서 각 하나 이상의 제안을 만들고 제안에 따른 파일럿 프로그램 진행을 올해 목표로 삼았다.

함양과의 인연 25년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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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단장의 함양 인연은 1990년도 말 이 단장의 외할머니가 안의에 새로운 터전을 잡으면서 시작됐다. 용추계곡 근처에서 민박을 하셨던 외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여름마다 부산에서 용추계곡까지 4시간을 이동했다. 이 단장은 지금은 상림 인근에 있는 카페 케빈커피로스터스가 동문사거리에 있었을 때부터 단골이라며 오랫동안 함양과 맺어온 인연을 말했다.

"요즘은 고향의 개념이 많이 달라졌잖아요. 제가 살았던 물리적인 공간은 부산과 서울이 압도적이겠지만 항상 마음의 거점은 함양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부산이나 서울보다 함양이 심적으로 더 가까웠어요."

부산과 서울을 넘나들며 마을공동체, 영상 관련 업무, 스튜디오 운영 등의 활동을 하던 이 단장은 결혼하면서 새로운 삶을 결정하게 됐다.

"저는 제가 결혼을 할 줄 몰랐어요. 늘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던 사람이었는데 서울에서 지인의 소개로 지금의 아내를 만나게 됐어요. 3~4년을 연애인 듯 아닌 듯 그렇게 지냈었는데 내 앞의 이 사람과 같이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그림책 작업을 하는 아내를 만나 양가 가족끼리만 모여 단촐한 저녁 식사로 결혼식을 대신하고 다음 날 구청에 혼인신고를 마쳤다. 2014년의 쌀쌀한 가을날, 남산에서 웨딩촬영도 작게 진행했다.

"서울에서 만났던 아내의 고향은 거창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거창에서 살면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아내가 함양에서 살고 싶어했어요. 거창과는 다르게 조금 여유롭다는 게 이유였어요. 친정에서 살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기꺼이 시집살이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고마운 마음이 크죠."

2015년 중반부터 4년 남짓 서울과 함양을 오가며 주말부부 생활을 했다. 서울의 일을 접고 함양에 올 수도 있었지만 적당한 일자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함양으로 오길 결정한 건 이 단장의 일자리가 아니라 자라날 아이가 겪을 환경과 공동체에 집중했기 때문이었다. 이 단장이 아예 함양에 지내게 된 것도 아이 덕분이었다.

"서울과 함양을 왔다갔다할 때 길에서 버리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어요. 그 시간만큼 아이의 가장 예쁜 시기를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수입이 반 토막 나도 함양에 있자는 생각을 했어요."

청년단장 전에는 '함양 온데이' 사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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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지리산>에 처음 입사를 했다가 부당해고 등의 문제로 퇴사하고 인산가 콘텐츠 제작실 PD로 입사했다. 제조, 판매 중심의 인산가 공간을 문화와 관광 중심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를 1년 남짓 진행하다 2022년 5월 함양 온데이 사무장으로 일을 시작했다.

 함양 온데이는 '여행을 일상처럼'이라는 슬로건 아래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산삼 캐기, 솔송주 칵테일 체험, 개평 고추장 담기 체험, 압화 만들기와 다식 만들기 등 다양한 매력을 담은 체험 프로그램으로 참여자들을 만족시켰다.

함양 온데이는 1년 차인 2022년 활동에서 8개 지자체 중 1위를 달성했다. 그 덕분에 2023년 온데이 워크숍은 함양 지곡면사무소에서 개최됐다. 남해와 전주에서도 벤치마킹 차 함양을 방문했다.

"2022년과 2023년 2년 연속 한국관광공사 장려상을 받았어요. 그리고 올해인 2024년 말까지 운영이 될 사업이었는데 갑자기 지난해 10월에 내년 사업은 없다는 통보를 받았어요. 원래 3년 운영이 확정된 사업인데."

갑자기 해야 할 일이 없어진 것도 아쉽지만 어렵게 인지도를 확보한 관광 프로그램이 사라지는 것 역시 큰 아쉬움이었다. 경남관광재단을 방문해서 예산 편성을 요구했지만 결국 사업은 없어지고 말았다.

"아직도 함양 투어는 언제 오픈 되느냐는 문의를 많이 하세요. 예산이 없다고 성과를 잘 내던 사업이 없어진 건 아쉬운 일이죠."

이진우 단장은 함양 온데이 성공을 두고 함양이 가진 콘텐츠의 힘이라고 말한다. 다른 지역에는 없는 함양의 자연과 문화, 그 콘텐츠를 매력 있게 녹여냈기 때문에 함양 온데이가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함양이 가진 매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진우 단장. 이런 그가 36명의 청년 위원을 대표하는 함양군 청년정책네트워크 단장이 되었으니 그 시너지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함양군이 청년정책네트워크를 통해 꾸는 꿈을 이뤄낼 수 있는 단장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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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함양뉴스에도 실립니다.


태그:#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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