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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현습지 수리부엉이 부부 '팔이'와 '현이' .... 팔현습지 하식애에 둥지를 튼 이들이 이곳세서 영원히 살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팔현습지 수리부엉이 부부 '팔이'와 '현이' .... 팔현습지 하식애에 둥지를 튼 이들이 이곳세서 영원히 살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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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식애에 살고 있는 수리부엉이를 관찰하는 사람들
 하식애에 살고 있는 수리부엉이를 관찰하는 사람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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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오아시스와 같은 대구 금호강 팔현습지에 가면 만날 수 있는 야생의 존재가 있습니다.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수리부엉이입니다. 팔현습지에는 금호강 물길이 깎아서 만든 절벽 지형인 하식애(河蝕崖)가 있고, 그 하식애 바위틈에 수리부엉이 부부가 보금자리를 잡고 지난 수십 년간 살아왔습니다. 

필자는 그 모습을 지난해 6월 팔현습지에서 처음 확인하고 지금까지 이들의 모습을 관찰해오고 있습니다. 이들의 주 활동 시간은 밤입니다. 이들은 낮에는 하식애 바위틈에서 잠을 청하다가 해가 지고 땅거미가 내리기 시작하면 '우우 우우~~' 울면서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활동을 시작합니다.

수리부엉이와 14종의 법정보호종 야생동물의 집 팔현습지는 대구의 세렝게티

이들은 습지의 거의 모든 생명을 먹이로 합니다. 팔현습지 금호강에 살고 있는 오리류 같은 수많은 새들과 들쥐, 두더지 심지어 고양이나 어린 고라니까지 사냥합니다. 아침에 팔현습지에 가보면 이들이 사냥하고 남은 흔적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팔현습지는 먹고 먹히는 생태계의 질서가 온전히 자리잡고 있는 '대구의 세렝게티'입니다. 
  
수리부엉이가 새를 잡아먹은 흔적 .... 이곳은 대구의 세렝케티다
 수리부엉이가 새를 잡아먹은 흔적 .... 이곳은 대구의 세렝케티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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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부엉이뿐만 아닙니다. 수달과 삵, 심지어 담비 같은 육상 최상의 포식자도 살고 있고, 천연기념물인 남생이와 참매, 새매, 황조롱이 같은 맹금류와 원앙과 큰고니, 큰기러기, 흰목물떼새 같은 아름다운 새들 그리고 얼룩새코미꾸리 같은 멸종위기 희귀 물고기와 하늘다람쥐 등 법정보호종만 무려 14종이 팔현습지에 살고 있습니다.

금호강 대구 구간 42km 전 구간에서 법정보호종이 14종이 목격되는데, 이곳 팔현습지에서만 14종 모두가 목격될 정도로 팔현습지의 생태계는 살아 있습니다. 팔현습지가 이렇게 온전한 생태계를 유지하는 것은 제봉이란 야트막한 산과 금호강이 온전히 연결돼 있기 때문입니다. 산과 강이 자연스럽게 만나 있는 금호강 대구 구간에서 거의 유일한 공간이 이곳 팔현습지이기 때문에 이곳의 생태계가 온전히 보전돼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곳에 산과 강을 가르는 길을 내겠다고 합니다. 산과 강이 연결된 지점에 사람과 자전거가 지날 수 있는 높이 8m, 길이 1.5km에 이르는 산책로 겸 자전거도로를 놓겠다고 합니다. 이 일을 환경부가 하고 있습니다. 멸종위기종을 보호하고 보전해야 할 환경부가 멸종위기 야생생물들의 집 앞으로 새로운 길을 내서 멸종위기종을 내쫓는 짓을 하려는 것입니다.

이 사업은 원래 대구시가 제안한 사업으로서 국토부가 그 제안을 받아들였고 그것이 물관리일원화로 하천관리가 국토부에서 환경부로 넘어오면서 환경부가 이 사업을 받은 것입니다. 환경부가 이름에 걸맞게 재검토해서 사업 개시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인데, 그대로 이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팔현습지에 닥친 위기... 환경부발 '삽질'

이 사업의 정확한 주체는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입니다. 그러나 낙동강유역환경청도 거듭되는 환경단체의 반대 목소리에 지난해 2월까지만 해도 문제의 보도교 사업은 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당시 낙동강유역환경청 홍동곤 청장이 환경단체 대표들과의 만남에서 분명히 그렇게 이야기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낙동강유역환경청장의 소신은 상부의 강압적 지시에 의해 꺾여 다시 사업을 재개하겠다는 것으로 방침을 바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에서는 지금은 제방 확장공사를 시작했고, 올 연말 이후면 이곳 팔현습지 위로 8m 높이의 보도교 건설사업을 시작하겠다고 예고하고 있습니다. 그때가 되면 이곳 팔현습지의 생태계를 뒤집어엎어 놓을 '삽질'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당연히 멸종위기종들의 최후의 보루인 팔현습지의 생태계는 망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팔현습지의 명물 왕버들숲 .... 이 오래된 숲은 봄은 봄대로, 여름이면 여름대로, 겨울일면 겨울대로 아름답다. 그런데 보도교 공사가 이 위로 진행되면서 이 숲이 위태롭다.
 팔현습지의 명물 왕버들숲 .... 이 오래된 숲은 봄은 봄대로, 여름이면 여름대로, 겨울일면 겨울대로 아름답다. 그런데 보도교 공사가 이 위로 진행되면서 이 숲이 위태롭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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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의 왕버들숲 한 여름에 이 숲에 들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여름날의 왕버들숲 한 여름에 이 숲에 들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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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도교는 팔현습지의 또다른 명물인 오래된 왕버들숲을 관통하게 돼 있습니다. 이 왕버들숲이야말로 각종 멸종위기종들이 오가는 핵심 생태계인데, 보도교가 왕버들숲 바로 위로 건설돼 예정대로 공사가 진행되면 아름드리 왕버들숲도 사라지게 됩니다.

환경단체와 인근 주민들 사이에선 반드시 막아내야 하는 삽질이란 목소리가 큽니다. 금호강 대구 구간에서 거의 마지막 남은 온전한 야생의 공간이자 멸종위기종의 '숨은 서식처'인 팔현습지의 생태계가 망가지게 내버려둘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사실 금호강과 같은 도심 하천은 도심에서 야생동물이 거의 유일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입니다. 도시개발로 서식처가 사라진 야생동물이 마지막으로 쫓겨 들어온 곳이 하천으로 하천은 야생동물들의 마지막 서식처입니다. 따라서 이런 곳마저 인간들만을 위한 편의 공간으로 개조를 해버리면 이들 야생동물들이 살 곳은 영원히 사라지게 됩니다.

인간과 야생의 공존의 질서가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인간을 위한 개발이 필요한 곳과 야생을 위한 보전이 필요한 곳을 정확히 지켜줘야 합니다. 하천의 온전한 모습을 그대로 보전하는 것이 가장 상책일 것이고, 하천도 일부 개발을 해야 한다면 꼭 필요한 곳에 제한적 개발이 행해져야 할 것이지 모든 하천을 개발해서는 안 됩니다.

인간과 야생의 공존의 질서가 지켜져야... 팔현습지로 달려가자

팔현습지가 있는 금호강에 가보면 동구 방촌동 쪽으로는 거대 아파트단지도 들어서 있고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어서 그곳은 일부 개발이 불가피합니다. 이미 그곳은 산책로와 자전거길이 잘 정비가 돼 인간 편의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반대편인 수성구 팔현마을 쪽 금호강은 산지와 연결돼 있어 누가 보더라도 야생의 공간을 남겨둬야 할 곳입니다.

그런 곳에서까지 인간 편의 시설을 들이는 것은 지나친 욕심으로 탐욕일 뿐입니다. 환경부가 건설하려는 보도교는 공존의 질서를 해치는 결과물이 될 것입니다. 2012년에 건설돼 수성구 쪽에서 강촌햇살교를 건너면 맞은편 동구 방촌동 쪽으로 넘어갈 수 있어 얼마든지 산책을 즐기고 자전거를 탈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원래 길도 없는 산지 절벽 앞으로 굳이 새로운 직선 길을 내서 멸종위기종 야생생물을 내쫓는 결과를 초래해야 할까요? 그 예산이 무려 170억 원입니다. 국민혈세를 그런 데다가 마구 써도 되는 것일까요?

금호강은 산업화 시절을 거쳐왔습니다. 산업화 시절 금호강은 완전히 죽은 하천이었습니다. 시궁창이었습니다. 그런 금호강이 1991년 페놀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 사회의 반성으로 강에 대한 시각이 바뀌면서 식수원이기도 한 강을 되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습니다. 그 결과, 2000년대 들어서 기적적으로 되살아나기 시작한 것이 지금의 금호강입니다.
  
금호강 부활의 상징 얼룩새코미꾸리 .... 멸종위기 1급인 이 귀한 물고기가 돌아왔다.
 금호강 부활의 상징 얼룩새코미꾸리 .... 멸종위기 1급인 이 귀한 물고기가 돌아왔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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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강 부활의 상징은 얼룩새코미꾸리 같은 멸종위기종 희귀 물고기와 수리부엉이 같은 최상위 포식자들입니다.

되살아난 금호강을 대구시와 환경부가 나서서 또다시 죽이려고 합니다. 대구의 젖줄이자 상징과도 같은 도심하천 금호강을 지켜내야 합니다.

만물의 영장 인간이라면 인간은 그에 걸맞은 품격을 지녀야 합니다. 마지막 남은 야생동물의 '숨은 서식처'마저 파괴하면서까지 산책하고 자전거를 타겠다는 것은 인간의 품격을 해치는 일입니다. 탐욕의 '삽질'입니다.
 
팔현습지와 연대하자 .... 팔현습지로 달려가자
 팔현습지와 연대하자 .... 팔현습지로 달려가자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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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현습지로 달려가자 .... 팔현습지와 연대하자
 팔현습지로 달려가자 .... 팔현습지와 연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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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현습지로 달려가자.... 팔현습지와 연대하자
 팔현습지로 달려가자.... 팔현습지와 연대하자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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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부엉이가 내려다보고 있는 곳에서 팔현습지를 위한 생명평화미사가 매달 열리고 있다.
 수리부엉이가 내려다보고 있는 곳에서 팔현습지를 위한 생명평화미사가 매달 열리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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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대구시민들이 나서야 합니다. 많은 시민들이 '이 탐욕의 삽질만은 절대 안되겠다'고 하면 사업을 막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팔현습지로 달려갑시다. 가서 팔현습지 하식애에서 살고 있는 수리부엉이 부부를 만나보고 팔현습지의 또다른 명물 왕버들숲도 가봅시다.

그러면 습지가 얼마나 중요한 공간인지 깨닫게 되고, 습지를 사랑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 이들이 늘어나면 습지를 온전히 지킬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대구광역시약사회보>에도 실립니다.


태그:#금호강팔현습지, #수리부엉이, #환경부, #세렝게티, #얼룩새코미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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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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