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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2016년 3월 23일,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대구광역시 동구 용계동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새누리당 탈당 및 20대 총선 대구동구을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기 위해 도착하며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기자회견장으로 사용된 회의실앞에는 박근혜 대통령 사진이 걸려 있다.
▲ 유승민 "새누리당을 떠납니다" 2016년 3월 23일,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대구광역시 동구 용계동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새누리당 탈당 및 20대 총선 대구동구을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기 위해 도착하며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기자회견장으로 사용된 회의실앞에는 박근혜 대통령 사진이 걸려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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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20일, 이한구 당시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은 '유승민 의원의 자진사퇴를 기다리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게 서로 간에 좋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는...(방법)"이라며 "나는 기다리는데, 안 할 것 같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그리고 그는 또 기다렸다. 사실상 '유승민 고사작전'이라는 말이 나왔다. 사흘 뒤에도 공관위는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다만 공관위가 회의 중이던 3월 23일 늦은 밤, 유승민 의원 본인이 직접 움직였다.
 
"공천에 대하여 당이 보여준 모습, 이건 정의가 아닙니다.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상식과 원칙이 아닙니다. 부끄럽고 시대착오적인 정치 보복일 뿐입니다. 정의가 짓밟힌 데 대해 저는 분노합니다. (중략) 공천을 주도한 그들에게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애당초 없었고, 진박(진짜 박근혜계)-비박이라는 편가르기만 있었을 뿐입니다."

그리고 유 의원은 탈당했다. 이 일은 김무성 당시 대표가 '공천학살'당한 비박계 의원 지역구에 다른 후보를 추천하는 것을 거부한 '옥새 파동'과 함께 2016년 새누리당 공천파동의 결정적 장면으로 꼽힌다. '선거의 여왕' 지휘 아래 연전연승을 거듭해오던 새누리당은 그해 총선에서 단 1석 차이로 더불어민주당에 패배했고, 그 여파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까지 이어졌다. 보수정당 암흑기의 시작이었다.

2016년 새누리당과 2024년 민주당

8년이 흐른 지금, 민주당에서 박용진 의원을 두고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물론 외형은 다르다. 박 의원은 현역 국회의원 하위 평가에서 '꼴찌'나 다름없는 하위 10%에 들어갔다. 객관적 평가와 규정에 따라 '경선 전체 득표의 30% 감산'이라는 불이익을 받았고, 패배했다. 그런데 정봉주 전 의원의 공천이 취소됐다. 민주당은 박 의원의 공천 승계가 아니라 재경선을 택했다. '감산'에도 변함은 없었다. 안규백 전략공천관리위원장은 "당헌에 못 박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박 의원의 상대 후보는 조수진 변호사는 정치신인이자 여성으로 최대 25% 가산을 받는다. 역시 당헌에 못 박혀 있는 내용이다. 박 의원은 과반을 득표해도 승리할 수 없다. 64.2% 이상을 받아야 살아남는다. 그런데 강북을 주민 50%, 권리당원 50%가 참여한 일반 경선에서 박 의원은 약 51%를 득표하고도 -30% 감산 규정 때문에 패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선을 '전국 권리당원 70%, 강북을 권리당원 30%'로 진행한다. 박 의원에게 더욱 불리해진 방식이다.

이 모든 절차는 당헌당규대로 이뤄졌다. 매 단계마다 박용진 의원은 당헌당규대로 굴욕을 당하고 있다.

그는 이미 패배를 예감하고 있다. 박 의원은 18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살아돌아오라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주문"이라며 "이 악물고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말했다. '탈당을 정말 생각 안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그렇다"며 "저 지금 전화 돌려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6시부터 19일 오후 6시까지 온라인 투표를 진행한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17일 서울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박 의원은 서울 강북을 전략 경선 참여 뜻을 밝혔다.
▲ 박용진 의원, 강북을 전략 경선 참여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17일 서울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박 의원은 서울 강북을 전략 경선 참여 뜻을 밝혔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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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구의 장담, 이재명의 약속

다시 2016년 2월 11일, 이한구 공관위원장은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유승민 의원이 저성과자나 비인기자인가? 상식적으로 누구 붙들고 물어봐도 여기에 해당되는 사람은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한 달여 뒤, 이 위원장은 "당 정체성과 적합하지 않은 행동을 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응분의 대가를 지불하도록 해야 한다"며 "그래야 20대 국회에서는 당 정체성에 맞는 행동들을 좀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유승민 찍어내기'의 시작이었다.

2022년 8월 6일 민주당 전당대회 순회경선이 시작된 강원도 원주에서 이재명 후보는 즉석발언으로 "우리 박용진 후보도 공천 걱정하지 않는 당을 확실하게 만들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8월 28일 마침내 당대표직에 오르며 "다양성이 본질인 민주정당에서 다름은 배제의 대상이 아니라 역할 분담을 통한 시너지의 원천"이라고 말했다. "역량 있고, 당원과 국민의 지지를 받는 누구나 민주당의 확고한 공천시스템에 따라 기회를 가질 것"이라고도 선언했다. 

박용진 의원이라는 정치인을 어떻게 평가하는지는 저마다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국정감사 우수의원' 단골이었고,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낙마를 주도한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야당 간사였던 박용진이 역량이 없고, 지역 권리당원과 주민들로부터 각각 51%를 득표한 박용진이 당원과 국민의 지지를 받지 않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저 2016년의 유승민과 2024년의 박용진이 겹쳐 보일 뿐이다.

태그:#박용진, #민주당, #유승민, #2024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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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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