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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완도 노화읍 미라(美羅)마을은 물과 인심이 후하고 여자가 고와서 비단같이 아름답다는 마을이다. 

지난 달 정월 대보름날 봄을 재촉하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운데 미라마을의 당제가 올해 완도군 내 마지막 당제로 열렸다. 

 
미라마을의 당제가 올해 완도군 내 마지막 당제로 열렸다.?
 미라마을의 당제가 올해 완도군 내 마지막 당제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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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히 들어서 미라마을의 단합된 모습은 잘 알지만 현장에서 보는 마을의 모습은 정말 활기 넘치는 아름다운 모습이다. 미라마을에는 동백관(冬栢館)이라는 마을의 커뮤니티센터가 있다.

이 커뮤니티 센터는 미라마을의 모든 대소사가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당제 역시 동백관에서 모든 준비가 이루어졌다. 당제가 열리는 날 마을에서는 이틀 동안 개를 막고(바다의 출입) 마을 주민 모두가 나와서 당제를 준비한다. 전복 사업의 활성화로 젊은이들이 유독히 많은 마을에서는 남녀노소가 따로 없이 대동단결하여 당제를 준비하였다.

 
남녀노소가 따로 없이 대동단결하여 당제를 준비한다
 남녀노소가 따로 없이 대동단결하여 당제를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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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여 분간 메구를 치고 마을로 내려온다.
  10여 분간 메구를 치고 마을로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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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물패는 메구를 치며 마을을 지나 북쪽에 있는 북고(北古) 마을을 향해 일렬로 도열한다.
 풍물패는 메구를 치며 마을을 지나 북쪽에 있는 북고(北古) 마을을 향해 일렬로 도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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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물패는 10여 분간 메구를 치고 마을로 내려온다.
 풍물패는 10여 분간 메구를 치고 마을로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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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녀회에서는 당제 음식과 마을 주민과 인근 마을에서 찾아오는 손님들을 접대하기 위한 수백명이 먹을 식사를 준비하고, 노인들은 달집태우기에 필요한 왼새끼를 꼬고, 청년들은 대나무로 달집을 만들고, 청장년들은 북과 장구를 정리한다.      

그런데 아주 독특한 것은 미라마을은 당제를 모실 당집이 없다는 것이다. 당집이 없으니 제주 선정도 없다, 특별하게 상을 차리지도 않는다, 대신 정월 보름날이면 마을을 돌며 메구(농악)를 치고 밤이 되면 선창에서 장작불을 크게 피우고 온 마을 주민들이 모여 흥겹게 놀았다고 한다. 오늘날 진행되는 달집태우기는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당집이 없지만 당제를 모시는 것은 다른 마을과 별반 다르지 않게 마을의 무사안녕(無事安寧)과 풍어, 육축(六畜 소, 말, 양, 돼지, 개, 닭)이 번성하기 위함이다.

샤머니즘과 토테미즘이 어우러진 당제

당제는 오후에 시작된다. 상쇠가 이끄는 풍물패는 메구를 치며 마을을 지나 북쪽에 있는 북고(北古) 마을을 향해 일렬로 도열한 후 10여 분간 메구를 치고 마을로 내려온다. 이후 선창으로 장소를 옮겨 몇 군데의 선창에서 메구를 친 후 바다건너 노록도(老鹿島)가 보이는 선창에서 당제를 모신다. 당제의 신체는 없고 노록도의 북쪽 숲이 우거진 곳을 당의 신체로 모시고 그곳을 바라보며 상차림 없이 메구만 친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유일무이하게 샤머니즘과 토테미즘이 어우러진 당제가 된 것이다. 

여기서 당제가 끝나면 갯제를 진행하는데 아무래도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하다 보니 갯제에 가장 비중을 두고 제를 모신다, 또한 마을주민들은 갯제에서 소머리가 마련된 상을 차리고 주민들은 필요에 따라 이곳에서 복채를 내고 소원을 빈다.   

상차림도 아주 간소하다 갯제 때와 달집태우기 때에 상을 차리는데 갯제에서는 소머리를, 달집태우기 때는 돼지머리를 쓰고 과일 한두 가지와 나물은 서너 가지로 제상이 아주 단출하다.   

예전에는 지신밟기를 집집마다 하였는데 요즘은 뱃고사를 많이 지낸다고 한다, 선주들이 원할 경우 뱃굿을 쳐주는데 올해는 세척의 배에서 진행됐다. 

미라마을은 경제의 규모가 크니 뱃굿에서도 기천만원에 달하는 상당한 액수의 복채가 나왔다. 뱃굿 후에는 풍물패가 동백관 앞으로 돌아와 대망의 달집태우기를 한다. 여기에는 마을의 유아부터 청소년들이 모두 모였다. 

그 이유는 달집태우기에 참여하는 유아와 모든 청소년들에게 문화상품권 1매와 라면 한 묶음을 주어서, 청소년들의 당제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참여를 유도한다고 한다. 

달집태우기는 비가 오는 가운데도 마을주민 모두가 참여한 가운데 자신만이 원하는 소원을 빌며 무사히 마무리됐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다도해해양문화연구원입니다. 이 기사는 완도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완도, #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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