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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우상호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뒤 '청년 전략 특구'로 지정된 서울 서대문갑에 출마한 권지웅·김규현·김동아·성치훈·전수미 후보(오른쪽부터)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공개 오디션에서 공정경쟁 실천 서약을 한 뒤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 공개 오디션 치르는 민주당 서대문갑 청년 5인  우상호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뒤 '청년 전략 특구'로 지정된 서울 서대문갑에 출마한 권지웅·김규현·김동아·성치훈·전수미 후보(오른쪽부터)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공개 오디션에서 공정경쟁 실천 서약을 한 뒤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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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 또 돌연. 

4선 중진 우상호 의원이 불출마하는 서울 서대문구갑의 더불어민주당 공천 상황은 이 다섯 글자로 요약된다. 민주당 안팎에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들이 쏟아지고 있다.

첫 번째 '돌연'은 경선방식이다. 2월 23일 처음 서대문구갑의 청년전략특구 지정을 발표할 때만해도 안규백 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원장은 "슈퍼스타 K방식"을 말했다. '슈퍼스타 K'가 언제적 프로그램인가 싶지만,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대국민 투표'다. 기자로선 어떤 방식이든 일반 국민들의 폭넓은 참여를 꾀해 '흥행'을 노리는 경선을 고민한다는 뜻으로 이해했다. 민주당에는 2012년 비슷하게 청년비례를 선발했던 경험도 있으니까.

그런데 사흘 뒤, 안 위원장은 '1차 후보 8인 선발 후 국민면접, 2차 후보 4인 압축 다음 중앙위원 610명 대상 투표로 최종 1인 발표'이라는 후보 선정 계획을 공개했다. 국민이나 당원의 직접 참여가 아닌 사실상의 간선제로 경선 방식이 달라졌음에도 별다른 설명은 없었다. 그런데 3월 5일 최종 발표된 것은 '전국 권리당원 70% + 서대문갑 유권자 30%'였다. 오랫동안 당에서 활동해온 이들은 하나 같이 "지역구 후보 경선인데 이렇게 치르는 일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돌연 달라진 경선방식, 돌연 달라진 후보

'돌연'은 더 있었다. 유일하게 예비후보로 등록해 꾸준히 지역 기반을 닦아왔던 황두영 후보는 1차 심사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비명계 의원 보좌진 출신이기 때문 아니냐는 뒷말이 돌았다. 이보다 더 큰 '돌연'은 남아 있었다. 1차 심사를 통과한 다섯 명의 후보가 7일 '국민면접' 후 최종 3인, 권지웅 후보와 김규현 후보, 성치훈 후보로 좁혀졌다. 그런데 다음날, 강선우 대변인은 비공개 최고위원회 이후 취재진에게 "권지웅, 김규현, 김동아 후보로 의결했다"고 발표했다. 기자들은 웅성댔다.
 
기자 : 원래 김동아 후보가 아니었는데요?
강선우 : "아 그래요? (자리를 비운 뒤 돌아와서) 의결 안건으로 최고위에는 권지웅, 김규현, 김동아 이렇게 세 명이 올라왔다. 올라온 안건대로 의결한 거고."
 
임혁백 더불어민주당 공관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공관위원회 활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정식 부위원장, 임 위원장, 안규백 전략공관위원장.
▲ 브리핑하는 임혁백 공관위원장 임혁백 더불어민주당 공관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공관위원회 활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정식 부위원장, 임 위원장, 안규백 전략공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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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시간 뒤, 중앙당사에서 취재진을 만난 안규백 위원장은 "어제 서대문갑 후보에 관해 전략공관위에서 의결했는데, 후보 중 한 명에 대해서 여러 가지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그 부분들이 100% 사실이거나 결격 사유가 있어서 그분을 제척한 것은 아니고, 국민적 요청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하는 것이 정치집단의 책무라 생각해서 오늘 아침에 회의를 열어 재의결했다"고 설명했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성폭력 피해자 2차 가해 논란이 불거진 성치훈 후보 이야기였다.

그런데 성 후보의 2차 가해 논란은 제법 오래된 이야기다. 국민면접 당일, 김성환 전략공관위원이 아예 "안희정 지사 관련 2차 가해 의혹이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본인의 해명이나 소명을 할 게 있는가"라고 질문도 했다. 성 후보도 "안희정 측 변호인이 '연인관계로 보이지 않았나'고 질문받고 '전혀 그렇지 않았다. 아이돌을 바라보는 팬심 정도로 이해하고 있었다'고 발언했는데 앞뒤 다 자르고 그게 2차 가해인 것인양 공격하는 것은 너무 터무니없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심사위원들은 최종 3인에 성치훈 후보를 포함했다. 그의 논란까지도 반영한 평가인 셈이다. 하지만 불과 하룻밤 사이에 전략공관위는 손바닥 뒤집듯 생각을 바꿨다. 공교롭게도 '찐명'을 내세워온 김동아 후보가 성 후보를 제쳤다. 그는 이 대표 최측근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 변호인으로, 경기 평택갑 출마를 준비하다가 서대문갑 경선에 뛰어들었다. 강성 지지자들은 각종 게시물, 유튜브 방송 등으로 김 후보를 적극 지원해왔다.

성 후보가 자격 미달로 탈락했다면 남은 두 명끼리 경선을 치러도 된다. 하지만 안규백 위원장은 관련 질문에 "그 부분도 논의가 있던 것은 사실이나 대부분의 위원은 최초에 3인(경선)으로 발표했기 때문에 차순위를 올리는 게 맞다고 했다"고만 해명했다. 그의 발언을 아무리 다시 살펴봐도 성 후보가 배제된 까닭마저 모르겠다. 2차 가해 논란이 100% 사실이 아니라면, 결격 사유가 없다면, 후보 교체는 그저 '소음'을 일단 줄이자는 결정이란 말인가.

'수박 아닙니다' 말하는 사이에 벌어진 일들

당혹스러운 장면들은 아직 남아 있다. 7일 오전 국민면접을 앞둔 권지웅 후보는 페이스북에 "저는 '비명(이재명)'이 아닙니다. 저는 '수박'도 아닙니다"라고 썼다. 8일 김규현 후보는 검사 시절 '대검찰청 우수검사'에 선정됐고, 전직 검사들이 있는 법무법인 출신이란 이유로 '윤석열 사단'이라고 의심받는 상황을 해명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남겼다. 같은 날 김동아 후보는 이재명 대표와 함께 사진을 올리며 "이재명과 함께 할 동지를 원하면 김동아를 선택해주세요"라고 했다. 

청년 후보들을 격려하기 위해 국민면접 현장을 찾았던 우상호 의원은 이형기 시인의 <낙화>를 인용하며 "우상호가 떠나는 것이 아니고 청년이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우리 민주당에 여러 가지 걱정들이 많지만 우리는 윤석열 심판의 대열에 청년들을 앞세우고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며 우리 국민들은 이런 민주당을 선택해주실 것이라 확신한다"고 했다. 하지만 불과 하룻밤 사이에 "아름다운 세대교체"라는 그의 꿈은 흔들리게 됐다.

민주당 청년경선마저 '친명 인증대회'로 전락한 사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해병대원 사망사건 외압 의혹의 핵심인물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의 주호주대사 임명을 강행하고 있다. 인천 서구 리모델링공사 현장에선 23m 아래로 떨어진 노동자가, 경기 화성 제조업장에선 시설물에 낀 노동자가 숨졌다. 한국은 12년째 영국 <이코노미스트> 유리천장지수 꼴찌라는 대기록도 이어갔다. 산업계는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문제로 전전긍긍 중이다. '못 살겠다'는 이들은 가슴만 치고있다.

태그:#민주당, #서대문갑, #청년경선, #2024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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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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