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적당히 도시스럽고 알맞게 시골다운 내 고향 군산은 전라도다. 인심 좋고 맛집 많고 교회도 많다는 이곳은 바다가 있는 항구 도시이다. 산수 좋은 월명산과 야트막한 산들이 도시를 에워싼 멋진 도시다. 도시 한가운데 위치한 은파호수공원의 정취는 봄날 벚꽃의 향연이 아니어도 사계절이 그림처럼 아름다운 절경이다. 

매일 걷는 은파 호수의 사계절은 나만 보고 싶은 보물처럼 멋진 공원이기도 하다. 어느 곳을 찍어도 그림엽서가 되는 은파 풍경사진은 주변 지인들에게 보내는 최고의 선물이 되었다. 주말이면 은파호수를 만나러 오는 지인들은, 실물을 직접 보고는 실물이 사진을 따라갈 수 없게 멋지다며 환호한다. 자연예찬이 절로 나오는 호수와 나무, 사람의 조화는 어떤 명화에 비할 데 없이 아름다운 군산의 명품공원임을 확인해 준다. 

봄으로 가는 꽃샘추위가 오락가락하는 사이 3월이 시작되었다. 산림청 발표에 따르면 올봄 꽃소식은 예년보다 좀 빨라질 거라 한다. 곧 만개할 은파의 벚꽃 개화시기가 3월 20일 전 후가 될 거라는 예측지도가 벌써 마음을 설레게 한다. 은파공원을 에워싸고 있는 수백 년 된 벚꽃의 향연은 3~4월의 봄밤을 설렘으로 만드는 자연의 선물이자 군산 시민들의 자부심이다. 

호수를 가로지르는 물빛과 별빛이란 이름의 두 다리를 거닐며 사람들은 분수의 시원한 물줄기와 밤을 밝히는 오색의 불빛도 만끽한다. 
 
겨울의 은파
 겨울의 은파
ⓒ 정미란

관련사진보기

 
내가 최근 매일 눈에 넣는 은파는, 바로 은파호수 끝자락의 둑방길이다.

호수의 가장자리에 위치한 둑방길은 뒤편으로 별빛다리로 연결되는 한적한 곳이다. 하늘과 둑방길과 호수가 주는 한 폭의 그림 같은 그 길은 내게 아침이 주는 감사의 공간이다. 둑길 오른편 호수 위 오리들의 반가운 인사가 휴식 같은 여유로움으로 하루를 열어주기도 한다. 

봄이면 샛노란 야생화가 카펫 같은 둑길 옆 장식이 되어 손을 흔든다. 찌는 듯한 여름 햇볕에도 둑방길의 아침은 호수의 시원한 바람과 만발한 연꽃으로 우리를 반긴다. 가을을 알리는 갈색의 키 높은 침엽수들이 하늘의 구름과 하나가 되어 유럽의 마을처럼 변신한다. 겨울이면 흰 눈의 설국이 되며 변신하는 둑방길의 사계는 감동의 모습으로 가던 길을 멈추게 한다.

산책하는 관람객 모두를 사진작가로 만드는 은파. 이는 자연이 최고의 모델임을 증명한다. 그 자태에 미소가 절로 번지곤 한다. 

이처럼 아름다운 호수 위, 또 다른 자연 생태계의 한 부분인 오리들은 수 마리가 어느 순간 수십 마리가 되어 호수의 평화로운 가족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며칠 전, 무심코 바라본 오리들 중 몇 마리가 호수 주변에 버려진 휴지 조각들을 먹고 있는 게 아닌가. 가던 길을 멈추고 바라보며 소리를 내어 막으려고 했지만, 두 녀석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열심히 뜯어먹는 모습에 차마 발길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 고민 끝에, 다음에는 새우깡으로 오리들에게 별미를 제공해야겠다는 부질없는 생각마저 하게 되었다. 그런데 다음 날 다시 자세히 살펴본 호수 주변에는 사람들이 버린 일부 쓰레기와 플라스틱 물건들이 쌓여있었고 그 가운데 죽은 물고기의 모습마저 보였다. 다행히 쓰레기를 먹는 오리가 없기에 전날보단 가벼운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지만, 오리들이 걱정돼 마음 한쪽이 무거웠다. 

아름다운 자연을 즐기는 인간의 욕망이, 그저 보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자연을 잘 지키려는 마음까지 함께 해야한다는 걸 실감하는 날이었다. 나는 환경론자도 생태학자도 아니지만 은파 오리가 걱정되어 오리의 서식을 한참 동안 알아보았다. 

우리나라에서 관찰되는 가장 흔한 겨울새이자 텃새인 오리들 중 은파 호수의 오리는 검은색을 띤 모습으로 보아 검둥오리사촌으로 수영과 잠수가 가능한 오리로 추정된다. 아직 겨울을 나고 있는 검둥오리사촌들이 은파 호수의 가족으로 함께 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러려면 공원 내 쓰레기 문제도 주의해야겠다.

봄이 오는 먼 곳의 소리가 둑방길 어딘가에 묻어올 거라 기대해 보는 3월의 첫 주다.  새로운 모습으로 설렘과 감동을 열어주는 은파의 하루는 내 마음의 보물이자 나만 아는 문화유산이다.

 

태그:#은파호수, #4계절, #오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잘 사는 인생을 꿈꾸는 모두와 재미있는 하루를 만들고 싶은 지금을 위하여!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