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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시 3.1운동 100주년 기념관을 찾은 학생가족들의 체험모습
▲ 태극기를 흔들며 대한 독립만세를 외치던 초등학생 군산시 3.1운동 100주년 기념관을 찾은 학생가족들의 체험모습
ⓒ 박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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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궁멀사람 임옥빈이다. 오등은 자에 아 조선의 독립국임과 조선인의 자주민임을 선언하노라"는 시극배우(김성현, 시낭송가)의 함성이 울려퍼졌다. 궁멀은 군산의 구암동의 옛이름으로 1919년 3.1운동이 퍼져 호남 최초로 3.5 독립만세운동이 시작한 곳이다.

해마다 돌아오는 군산시 삼일절 행사현장, 아이들이 초중고 학생일 때부터 참여하면서 비록 1년에 한 번일지라도 여느 시민보다 더 가까이 삼일절을 체감하고 있다. 특별히 어제는 시낭송과 시극을 하는 지인들이 행사현장에서 3.1만세운동을 주제로 연극무대에 선다고 해서 응원차 찾아갔다.

3.1운동의 역사적 배경에는 당시 고종황제국장일(3.3일)에 많은 사람들이 모일 것을 예측, 일제에 대한 항거 시위로 만세운동을 전개했다. 각 종교계 지도자들로 구성된 민족대표자들이 독립선언식을 하고, 수천명의 시민, 학생들이 서울탑골공원에 모여 태극기를 흔들며 만세를 외쳤다. 100년이 넘는 지금도 그때 그 시절의 흑백사진을 보면 우리민족의 독립에 대한 열망과 민족 자주성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느낄수 있어 가슴이 뛴다.

이렇게 시작된 3.1운동은 전국적으로 퍼져 나갔고, 그중 호남에서는 최초로 군산 궁멀에서 만세운동이 시작되었음이 역사의 한 줄기다. 군산시에서도 해마다 이 점을 강조하며 다양한 퍼포먼스로 3.1절을 기념하고 있는데, 올해는 만세운동의 주역이었던 궁멀사람 '임옥빈(당시, 영명학교 교사)'이 환생하는 연극무대를 시민들과 함께 볼수 있었다는 점이다.

군산시는 구암동(당시지명, 궁멀)에 3.1운동 100주년 기념관과 공원을 조성하고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인물들과 관련사건들을 전시하고 있다. 역사 사진전에는 3.1운동사 관과 호남선교사 관으로 나눠 전시했으며, 방문객들이 독립운동의 역사적 의의를 체험할 수 있도록 다채로운 체험활동공간도 있다.
 
회원들의 연습과 본무대를 통해 진정한 민족운동의 가치를 되새겨 본 시간
▲ 3.1절 행사 시극에 참여한 한시예회원들 회원들의 연습과 본무대를 통해 진정한 민족운동의 가치를 되새겨 본 시간
ⓒ 박향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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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의 3.5만세운동에 대한 역사적 사실도 전하고 있는데, 군산영명학교(지금의 제일중고등학교, 선교사가 지은 최초의 학교)를 졸업한 김병수가 민족대표 33인 중 한 사람인 이갑성과 연결되어 독립선언문 200장을 건네받았다고 한다. 군산의 대표적 오일장 장터인 서래장날(1일과 6일)인 6일에 만세운동을 기획했는데 비밀이 폭로되어 3.5일 만세운동이 되었다. 이때 앞장섰던 영명학교 교사 박영세와 임옥빈들이 끌려갔고 이를 본 수만의 시민들이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면서 군산에서 시작된 만세운동이 전북 충남 전 지역으로 확산되었다.

이번 3.1절 행사에 선보인 시극무대는 궁멀사람 임옥빈을 주연으로 한 짧은 극이었다. 책방에서 열린 시낭송 행사로 인연을 맺은 지인들이 시극을 준비해서 더욱더 관심을 두었다. 임옥빈 역할을 한 시낭송가 김성현씨, 시극의 극본을 쓰고 연출을 한 한국 시낭송 예술원 군산지부 회장 채영숙씨를 중심으로 한 회원 20여명이 펼친 시극무대는 여느 해 행사와는 다른 고품격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무엇보다도 전국적으로 유명한 민족종교자도 아니고, 유명한 문인, 정지지도자도 아닌 평범한 우리 군산사람들이 어떻게 일제의 탄압에 항거하고, 만세운동에 참여했는지를 진실되게 전달했음이 돋보였다. 전국적으로 몰아닥친 강한 추위에도 불구하고, 시극 단원들의 애끓는 열연에 반응한 군산시민들의 박수소리와 태극기의 물결은 마치 1919년 3.5일 만세운동이 현실로 되돌아온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뜻깊은 무대행사였다.

시극의 주인공, 임옥빈이란 사람을 독립만세운동의 주역으로 밝힌 사람 역시, 지역역사문화에 지속적인 연구를 하고 있는 조종한(현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기자다. 조기자님은 근현대사에 걸친 군산의 사회, 문화, 역사 이야기, 그중 알려지지 않은 숨은 이야기를 대중들에게 들려주며 군산의 자부심을 널리 알리고 있다. 오마이뉴스에 올라온 기사 공유를 허락할 뿐만 아니라 지역사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기도 하다. 
 
본 무대 정면에 앉아있던 수 백명의 군산시민들도 저절로 '대한독립만세'
▲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는 시극단원과 군산시민들 본 무대 정면에 앉아있던 수 백명의 군산시민들도 저절로 '대한독립만세'
ⓒ 박향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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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극을 준비한 사람들 대부분은 취미활동으로 시낭송을 하는 분들인데, 젊음이 살짝 뒤로 밀린 나이라 연습부터 많은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분들에게서 흘러나오는 나라사랑의 마음을 옛 사람들의 고태(故態)라고만 말하기에는, 민망할 정도이다. 한 나라의 완전한 독립과 주체성은 시대와 세대를 가르지 않고 가져야 할 고유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시극의 한 배우가 외친 말, '역사를 버린 민족은 과거도 없고, 역사를 잃은 민족은 현재도 없고,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도 없다.'는 진실이 아니겠는가. 선거를 앞두고 일초단위로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정치사회 관련기사를 들으면서 '도대체 이 나라의 중심은 있는가. 있다면 어디에 있는 것인가?'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총선이 다가온다. 우리 군산에서도 후보자들의 막상막하 경쟁으로 시민들마저 경쟁자가 되어 쌈꾼 모습으로까지 보인다. 정치는 인간이 만든 최고도의 기술이라고 한다는데, 이 기술을 유용하게 사용하도록 정치현장에 선 사람들의 민주적으로 선진적인 행동을 요청하고 싶다. 최소한 우리 민족의 독립만세 운동이 왜 일어났었는지, 절대절명의 그 가치가 왜 보존되고 상기해야 할 덕목인지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얼마전 방문했던 안동을 가니, 올해 항일민족시인 이육사(1904-1944)의 탄생 120주년이 되는 해라고 했다. 대표시 <광야>는 일제에게 체포되어 중국으로 압송되는 기차간에서 종이쪽지에 썼다고 한다. 그의 순국(1944.1.16.)후 발견되었으니 마지막 시, 유언과 같은 절명시인 것이다. 오늘은 그의 시 <광야>를 소리내어 읽어보고 싶다.

광야 – 이육사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중략)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군산 3.1운동 100주년 기념관에서 보이는 군산 하구의 전경
▲ 1919년3월5일, 그날도 이렇게 푸르렀으리.. 군산 3.1운동 100주년 기념관에서 보이는 군산 하구의 전경
ⓒ 박향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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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군산궁멀, #3월5일만세운동, #삼일절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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