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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울산광역시에 있는 전통시장을 방문했습니다. 시장 이곳저곳을 방문하던 중 좌판에서 쪼그려 앉아서 냉이와 나물 등을 팔고 있는 할머니를 마주했습니다. 대통령은 건강하시냐고 물어보고 악수를 청합니다. 처음에 할머니는 손사래를 치셨습니다. 현장을 보도한 언론은 '할머니 손이 차갑다'는 이유를 자막에 달았습니다. 그러자 대통령은 괜찮다고 하며 결국 악수를 합니다.

악수 후 할머니가 팔고 계시는 물건들을 확인하면서 윤 대통령은 주변의 수행원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냉이도 있고, 그래, 시금치 아닌가? 이거는 뭐지? 아 고춧가루. 이거 어르신이 내놓으신 것들 다 사라. 어르신 빨리 들어가서 쉬시게."

이 반말은 '인간적'일까요? 
 
윤석열 대통령이 울산 신정시장을 방문해 할머니 상인과 악수를 하고 있다
▲ 신정시장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울산 신정시장을 방문해 할머니 상인과 악수를 하고 있다
ⓒ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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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간은 대통령실 소셜미디어는 물론 수많은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영상만 보면 훈훈하고 아름다운 장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대통령이 전통시장을 방문해 할머니와 악수하고 할머니가 팔고 있는 물건들을 싹쓸이해 할머니는 기분 좋게 퇴근하게 만드는 장면은 마치 드라마의 한 장면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영상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불편했습니다. 저는 할머니 말고 대통령이 수행원들에게 한 말에 주목했습니다. "어르신이 내놓으신 것들 다 사라"는 발언 말입니다. 대통령은 선거를 통해 선출된 국민과 행정부의 대표라 책임의 크기는 당연히 크겠지만, 동료와 수직적 상하관계에 놓이진 않으니까요.

문득 1990년대 학교 형사소송법 시간에 배운 '검사동일체의 원칙' 개념이 스쳐지나갑니다. 검사동일체의 원칙이란 모든 검사들이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피라미드형 계층적 조직체를 형성하고 일체불가분의 유기적 통일체로서 행동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검사동일체 원칙은 검찰청법 제7조 1항에 "검사는 검찰사무에 관하여 상사의 명령에 복종한다"라고 명시돼 있었지만, 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2004년 1월 해당 부분이 삭제됐습니다.

그러나 검사동일체 원칙의 잔상은 여전하다는 평가입니다. 물론 그 해석도 상이합니다. 지난 2020년 2월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검찰 내 상명하복 문화를 낳은 검사동일체 원칙이 폐지됐다'는 발언에 대해 당시 윤석열 검찰 측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상명하복을 강조하기 위해서가 아 니라 검사가 인사이동으로 교체되더라도 책상을 바꾸는 것에 불과하고 '검사는 하나'라는 점을 강조하는 취지"라고 반박했습니다. 동시에 일각에선 이 원칙이 상명하복의 조직 문화라는 후과를 낳았다고 지적합니다. 한평생을 검찰에 몸 담았던 대통령인지라 행정부에서 일을 할 때에도 이런 조직운영 스타일을 갖고 있을 것이란 지적도 가능합니다. 

"마이크, 다 꺼" "그래, 그래, 그래"

사실 윤석열 대통령의 반말 습관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은 한두 번이 아닙니다. 대선을 코앞에 뒀던 2022년 3월 6일, 당시 윤석열 대선후보는 경기도 부천에서 선거운동을 했습니다. 연단에 선 그는 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자 무대 뒤로 가서 손짓으로 당직자들을 불렀습니다. 그리고 주변에 반말로 "거기 마이크 켜놨어? 마이크 켜놨냐고. 내가 목이 쉬어서 목소리가 안 나오는데... 마이크가 왜 이렇게 안 돼? (이걸로 해보시겠습니까?) 마이크, 다 꺼!"라고 언성을 높였습니다.

2022년 8월 19일 중앙경찰학교 졸업생 간담회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에게 인사하는 청년경찰들과 악수하며 "어, 그래, 그래, 그래"라고 말했습니다. 
 
2022년 10월 경북 상주 스마트팜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관계자와 반말로 대화하고 있다
▲ 스마트팜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 2022년 10월 경북 상주 스마트팜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관계자와 반말로 대화하고 있다
ⓒ YTN 돌발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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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5일 윤석열 대통령은 경북 상주시 스마트팜 혁신밸리 현장을 방문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먹음직스러운 토마토 하나를 들고 스마트팜 관계자에게 물어봅니다. "그냥 먹어도 되나? 농약 있나"라고 물어보며 반말로 대화를 이어나갑니다. 반말이 습관화가 된 것이죠. 

그리고 유명한 '바이든-날리면' 발언이 있습니다. 2022년 9월 22일, 윤석열 대통령이 방미 중 박진 당시 외교부장관, 김성한 대통령실 안보실장과 함께 이동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이때 윤 대통령은 "국회에서 이 새끼들이 승인 안 해주면 ○○○이 쪽팔려서 어떻게 하나?"라고 발언했지요. '○○○'이 바이든이든 날리면이든, 이것이 혼잣말이든 주변에 하는 말이든, 주변에 참모들이 있는 가운데 나온 발언 치고는 말이 짧은 게 사실입니다.

2022년 6월 2일 윤석열 대통령은 손흥민 선수에게 훈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미리 대기하고 있던 손흥민 선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기도 했습니다.

회사나 정당, 정부기관 등과 같은 조직 내에서 직급이 높은 이가 반말을 쓰는 건 예의와 효율성 사이에서 끊임없이 논쟁되는 주제긴 합니다. 반말이 친밀감을 형성하고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위해서 필요하다고 보는 사람도 있지만 상하관계에 따른 갈등을 유발하고 불쾌감을 준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대통령이 끼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그런데 일거수일투족이 언론에 보도되는 행정부의 수장 대통령이 습관적으로 주변에 반말을 하는 것은 또 다르게 봐야 할 문제입니다. 

저는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는 명확하고 존중받을만한 언어를 사용해 국민들과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시민들이 지켜보는 시장에서 손짓으로 지시하거나 반말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윤 대통령은 스스로의 행동거지가 국민에게 끼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헤아려야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저의 브런치와 블로그에도 싣습니다


태그:#윤석열, #대통령반말, #대통령의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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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에 행복과 미소가 담긴 글을 쓰고 싶습니다. 대구에 사는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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