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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와 인권의 대통령, 김대중> 표지
 <평화와 인권의 대통령, 김대중> 표지
ⓒ 사계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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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①] 1971년 4월 어느 날, 당시 나는 전방 소총소대장으로 주말을 이용해 고향 경북 구미에 계시는 아버지를 찾아뵀다. 그때 밀짚모자를 쓰신 아버지의 얼굴은 봄볕을 많이 쬔 탓으로 까맣게 그을리셨다. 아버지께 영문을 여쭸다. "제7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신민당 김대중 대통령 후보의 선거운동을 하느라 그렇게 됐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아버지께 '왜 고향 선배인 공화당 박정희 후보가 아니고 하필이면 김대중 후보 선거운동을 하느냐'는 질문을 드렸다. 아버지께선 "김대중 후보의 평화통일론이  평소 내 소신과 같기 때문"이라고 답하셨다.

[장면②] 1980년, 그때 나는 서울 이대부속고교 국어교사였다. 당시 내란음모죄 혐의로 사형수가 된 정치인 김대중의 막내아들 김홍걸 학생을 가르쳤다. 어느 날 하교 때 김홍걸 학생이 내 책상에 떨어뜨리고 간 두 편의 시에 감동을 받아 그해 교내문예현상모집 운문부에 장원으로 추천한 적이 있었다.

[장면③] 1998년 말, 청와대에서 보낸 크리스마스카드를 받았다. 김대중 대통령 배우자인 이희호 여사가 보낸 것이었다. 이희호 여사는 돌아가시기 전해인 2018년 연말까지 20년 동안 연말이면 빠뜨리지 않으시고 친필 크리스마스카드를 강원도 산골 내 거처로 보내주셨다.


나와 김대중 대통령 사이에 생긴 인연의 순간들이다. 사제지간에서 시작된 개인적 인연이 아니더라도 김대중 대통령이 내 삶에 끼친 영향은 실제 컸다. 비단 나뿐만이 아니다. 대한민국과 우리 국민이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영향 역시 크다. 또한 이 영향은 현재진행형이다. 
  
김대중 대통령 님과 저자의 만남 (2008. 11.)
 김대중 대통령 님과 저자의 만남 (2008. 11.)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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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소년, 꿈을 이루다

김대중. 한반도 서남쪽 외딴 하의도의 섬소년이었던 그는 큰 뜻을 품고 정치가의 길로 들어섰다. 정치인으로서의 관문인 국회의원 선거에서 네 차례나 떨어지고도 다섯 번째 선거에서 당선된 의지의 인물이다. 국회의원이 된 이후엔 명연설가로, 뛰어난 이론가로 이름을 날렸다. 

김대중은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에서도 세 차례나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그럼에도 어린 시절의 꿈을 조금도 꺾지 않고 새롭게 준비하고 또 준비해 마침내 대한민국 15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죽을 고비를 수차례 넘기고,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도 대중 앞에 당당히 섰다. 요새 회자되는 말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을 오래전부터 보여준 정치인은 단연 김대중이었다. 

김대중은 대통령이 된 뒤 IMF 외환위기를 극복했다. 난관을 헤쳐나가는 뚝심의 리더십은 국민들을 하나로 뭉치게 만들었다.

어디 그뿐인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휴전선을 넘어 평양에 가 '6.15공동선언'을 만들고 통일로 가는 길에 주춧돌을 놨다. 한반도 정세의 위기를 극복하려는 지도자의 모습을 당시 우리는 똑똑히 지켜봤다. 
 
1. 남과 북은 통일문제를 우리 민족끼리 해결해 나가로 하였다.

2000년 6월 15일 '남북 공동선언'의 머리말이다. 이 공동선언문은 두고두고 우리 겨레에게 통일로 가는 등대와 주춧돌, 징검다리와 같은 말이 될 것이다. 지난날 한 나라 한겨레로 동고동락하며 살았던 남북은 6.25전쟁으로 한 하늘 아래 살 수 없을 것처럼 으르렁대며 살았다. 그런 살벌한 시대를 청산하고, 미래 세대에 새로운 시대로 가는 징검다리를 놓는 역할을 한 것은 국제적으로도 높게 평가받았다. 한국인 최초 노벨평화상은 그의 몫인 게 당연했다. 나는 분단된 나라의 대통령이라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평화 통일의 징검다리와 주춧돌을 놓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2000년 6.15공동선언문 채택 후 남북 정상이 함께 두 손을 잡고 처들고 있다.
 2000년 6.15공동선언문 채택 후 남북 정상이 함께 두 손을 잡고 처들고 있다.
ⓒ 김대중이희호 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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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된 나라를 통일시킬 지도자를 기다리며

나는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서 어린이들에게 김대중 대통령의 그 뜨거운, 꺾이지 않는 의지를 들려주고 싶었다. 또한 온갖 정치적 탄압으로 교도소에 갇혀 있으면서도 꿋꿋이, 그곳을 오히려 '인생대학'으로 삼아 부족한 자신의 실력을 갈고닦는 불굴의 서사를 들려주고 싶었다. 그리하여 우리 어린이들이 자라면서 앞으로 닥칠 어떠한 어려움에도 굽히거나 꺾이지 않는, 굳센 의지로 살아갈 수 있는 끈기와 용기를 심어주고 싶었다. 

이번에 이 바람이 결실을 맺었다. <평화와 인권의 대통령, 김대중>이란 책을 펴냈기 때문이다(출판사 사계절). 

이 책을 쓰는 동안 김대중 대통령의 어린 시절 이야기와 호남 방언에 대한 자문을 해준 장명흠 전 하의면장과 우리 말의 빠꼼이 박평수 선생, 전반적 감수를 해준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장신기 박사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나는 이 책을 읽은 어린이 가운데 김대중 대통령 이상의 큰 인물이 나오기를 고대한다. 우리나라를 '부강한 나라'로 만들고, 분단된 남북을 '하나의 나라로 평화 통일'시키는, 마침내 세계 초일류 국가로 발돋움시킬 위대한 인물이 나오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한다.

책을 쓰면서 초등학교 어린이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 누구나 다 읽을 수 있고 이해하기 쉽게 쓰려고 고심했다. 기필에서 출판에 이르기까지 3년 남짓의 세월 동안 눈을 크게 뜨고 귀를 활짝 열고 김대중 대통령 생애에 대한 많은 얘기를 듣고자 하의도 생가까지 답사했다. 파란만장한 장엄한 생애였다. 하늘 나라에 계실 그 어른의 명복을 충심으로 빈다.  
 
전남 신안군 하의도의 김대중 생가
 전남 신안군 하의도의 김대중 생가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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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와 인권의 대통령, 김대중

박도 (지은이), 이주미 (그림), 사계절(2024)


태그:#김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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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은퇴 후 강원 산골에서 지내고 있다. 저서; 소설<허형식 장군><전쟁과 사랑> <용서>. 산문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대한민국 대통령> 사진집<지울 수 없는 이미지><한국전쟁 Ⅱ><일제강점기><개화기와 대한제국><미군정3년사>, 어린이도서 <대한민국의 시작은 임시정부입니다><김구, 독립운동의 끝은 통일><청년 안중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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