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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이 넉 달째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미 전역 도심에서 진행되던 팔레스타인 지지, 연대 집회가 한인, 아시안계 커뮤니티로도 확산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한인, 아시안, 팔레스타인, 진보·반전단체 등 30여 단체 참가 

11일 낮 12시(현지시간) 뉴욕 퀸즈 플러싱 한인타운 중심가 다니엘카터 비어드몰에서 한인 2세단체 노둣돌(Nodutdol for Korean Community Development)이 주최하고, 30여 개 한인, 아시안, 팔레스타인, 진보·반전단체 200여 명이 참가한 '설 맞이 팔레스타인 희생자 추모연대 집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설날을 맞아 팔레스타인 희생자를 추모, 연대하는 아시안들의 목소리를 모은다는 취지에 맞게 한인, 중국인 등 아시안계가 가장 밀집해 있는 플러싱지역에서 지역주민들의 큰 관심을 받으며 진행됐다. 
 
한국인과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 팔레스타인을 위한 연대의 중요성에 대해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 노둣돌의 박주현 한국인과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 팔레스타인을 위한 연대의 중요성에 대해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 노둣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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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의 앞머리 연설순서에서는 노둣돌, 팔레스타인 청년운동(Palestinian Youth Movement), 반 아시안 폭력 대처위원회(CAAAV), 진보당연대 재미위원회(KAPP), 6. 15 미국위원회, 알-아우다(Al-Awd, 팔레스타인 귀환권 연합) 회원들이 나와 연설을 했다.  

이들은 팔레스타인 청년운동이 제시한 5대 요구사항, "즉각 휴전", "이스라엘에 대한 모든 미국 지원의 영구 중단", "가자 포위 및 팔레스타인 점령의 종식", "모든 팔레스타인 정치 수감자의 석방",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귀환권 보장"을 촉구했다. 

행사의 사회, 연설은 한국어, 중국어, 영어 세 언어로 순차통역을 하며 진행됐고, 참가자들은 각자 자신의 언어로 만든 피켓과 배너를 흔들며 팔레스타인의 해방을 염원했다.  
 
노둣돌의 이효빈은 12월 이스라엘 공습으로 살해된 팔레스타인 학자이자 작가인 레파트 알라레르의 '내가 죽어야 한다면'을 낭독하고 있다.
▲ 재미한인단체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 노둣돌의 이효빈은 12월 이스라엘 공습으로 살해된 팔레스타인 학자이자 작가인 레파트 알라레르의 '내가 죽어야 한다면'을 낭독하고 있다.
ⓒ 노둣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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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과 꽹과리 맞춰 구호 연호... 자동차 경적·주민들 엄지 척 지지 

행사장에서 "강에서 바다까지, 팔레스타인의 해방을" 등의 구호가 울려 퍼질 때 마다 풍물패가 북과 꽹과리로 기세를 올렸으며, 주민과 행인들은 엄지 척 지지와 박수를 보내고 구호를 따라서 연창하기도 했다. 행사장 앞 도로를 지나가는 자동차들은 경적을 울리며 행렬을 지어 지나가는 등 행사장 분위기를 한껏 높였다. 

이날 사회를 맡은 박주현 노둣돌 회원은 "이스라엘의 가자 폭격을 볼 때마다 우리는 과거 우리의 조국에서 일어난 '한국전쟁'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한국전 당시 미국은 폭격으로 도시를 잿더미로 만들고 300만 명 이상의 한국인을 살상했다. 그리고 현재까지도 미국은 전쟁을 종료하는 평화조약을 체결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반도는 분단되어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인으로서, 우리는 미국이 팔레스타인인을 죽이기 위해 이스라엘로 폭탄을 보내는 것에 대해 침묵할 수 없다. 우리는 팔레스타인의 완전한 해방을 요구하며 즉각적인 휴전 및 이스라엘에 대한 모든 미국 지원의 영구 중단을 요구한다"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행사를 마치기 앞서 다시금 희생자를 추모했다. 참가자를 대표하여 한인단체 회원들이 희생된 이들의 영정사진, 떡과 과일이 올려진 차례상 앞에서 절을 하며, 긴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이어 팔레스타인 청년운동의 회원이 추모의 기도 '두아' 의식을 진행했고, 기도문은 영어, 중국어, 한국어로 통역, 낭독됐다. 숙연한 분위기 속에 눈물을 짓는 참석자들도 있었다.  

친이스라엘 '휴전반대' 서한 서명 아시안계 그레이스 맹 하원의원 성토 

이날 행사장에서는 아시안계 그레이스 맹 연방하원의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레이스 맹 의원은 지난 1월 11일 휴전을 반대하고, 이스라엘을 적극 지지하는 연방하원의원 27명의 미 국무부장관 앞 공동 서한에 이름을 올렸다. 이날 행사가 열린 한인, 중국계 밀집지역이 그레이스 맹 의원의 지역구(NY-6)다. 

이날 연사들은 "지역주민들의 거듭된 지지 철회 요청을 무시하고, 학살전쟁과 이스라엘 시오니즘 지지 의사를 굽히지 않는 그레이스 맹 의원이 아시안계 정치인으로 이 지역구 하원의원인 것이 수치스럽고, 불쾌하다"고 맹비난했다. 참가자들은 "전쟁 학살지원자, 그레이스 맹은 부끄러운 줄 알아라"라는 구호를 연창했다. 참가단체들은 그레이스 맹 의원에 대한 항의 캠페인을 전개할 것을 결의하기도 했다. 

그레이스 맹 의원은 '정통유대교' 학교인 예시바대학 카도조 로스쿨에서 법학박사를 수여받았으며, 친이스라엘 로비단체인 미국·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로 부터 상당한 정치자금을 지원받고 있다. 그레이스 맹 의원은 이 로비단체로부터 2023- 2024 회기년도에 8만5250달러를 받았는데, 같은 기간 맹 의원이 두 번째로 많은 기부금을 받은 미국법무협회(AAJ)로부터는 불과 7500달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청년층 주도, 유대계에서도 이스라엘 비판 비등  
 
팔레스타인 청년운동 (Palestinian Youth Movement)의 이브티할이 관중들에게 팔레스타인인과 한국인 간의 연대의 중요성에 대해 말한다.
▲ 팔레스타인 청년 연설 팔레스타인 청년운동 (Palestinian Youth Movement)의 이브티할이 관중들에게 팔레스타인인과 한국인 간의 연대의 중요성에 대해 말한다.
ⓒ 노둣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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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집회에 참가한 대다수는 20-30대 청년층이라는 점이 주된 특징이었다. 이러한 모습은 식을 줄 모르고 미 전역 도심에서 계속되고 있는 팔레스타인 연대, 지지 시위 현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청년세대들이 주축이 되어 적게는 수백 명에서 많게는 수십만이 집결하는 시위가 거의 매주 진행되고 있다. 

이들은 가자지구에서 학살이 벌어지는데도 이스라엘을 계속 지지, 지원하는 미국 정치권에 대해 불신과 분노를 직접 표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유엔 총회에서 즉각 휴전 결의안이 193개의 회원국 중 찬성 153표, 반대 10표, 기권 23표를 얻어 통과될 당시 미국은 앞장 서서 반대표를 던진 것에 큰 자괴감을 표하고 있다. 미국은 중동지배를 위해 이스라엘을 적극 지원하여, 국제사회에서도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는 것.  

이스라엘의 학살전쟁을 규탄하고 즉각 휴전을 촉구하는 여론은 유대계 내에서도 일고 있다. 반전평화, 진보성향의 유대단체들은 팔레스타인들과 함께 이스라엘 규탄, 미국지원중단, 휴전 촉구 합동집회를 여는가 하면,  미 정치권을 향해 직접 행동에 들어가기도 한다. '평화를 위한 유대인의 목소리'의 회원 등 수백 명의 유대인들은 지난해 10월 중순 미 연방의회 사무동을 점거하여 농성을 벌이다, 경찰에 의해 강제 해산을 당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지지 일색 미 정치권, 선거철 앞두고 균열 조짐 


미 의회의 이스라엘 지지의 단적인 사례는 지난해 12월 5월 "반 시온니즘은 곧 유대인 증오"라는 결의안이 연방하원에서 71.6%의 찬성으로 통과된 것을 들 수 있다. 당시 221명의 공화당 의원은 1명만 빼고 찬성표를 던졌다. 민주당 의원은 213명 중 찬성 91명, 반대 14명, 기권 92명, 불참 16명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여론과 미 정치권 간에 커다란 괴리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인해 미국인의 정치권에 대한 불신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고, 정치인들 사이에서도 휴전 지지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1월 24일 자 <네이션> 잡지는 "새로운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유권자들은 휴전 찬성 의원을 지지할 가능성이 더 높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보도에서는 최근의 여러 여론조사에서 청년세대, 민주당 지지성향 유권자 내에서 휴전 지지도가 높게 나왔으며, 이들은 휴전을 찬성하는 정치인들을 지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기사에서는 미 의회를 상대로 평화캠페인을 벌이는 '전쟁없는 승리(Win Without War)'의 집계를 인용, 하원 내 휴전 지지 의원이 60여 명, 상원은 4명 정도이며 이 숫자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식을 줄 모르는 미 전역 시위, 휴전 여론... 선거 영향 줄까

현재 미 연방하원에는 코리 부시 의원이 발의한 '즉각 휴전 결의안'(H.Res. 786)'이 계류 중이다. 이 결의안은 코리 부시 의원과 함께 민주당 내 '스쿼드(The Squad)'로 불리는 진보파 의원  라시다 탈리브, 일한 오마르, 알렉산드라 오카시오코르테스, 자말 보우만, 아야나 프레슬리 의원을 비롯, 2월 12일 현재 18명의 의원이 공동발의를 하고 있다. 
 
참여한 어린이들이 이스라엘 공습으로 살해된 팔레스타인인들을 위해 애도하는 촛불을 켭니다.
▲ 촛불시위 참여한 어린이들이 이스라엘 공습으로 살해된 팔레스타인인들을 위해 애도하는 촛불을 켭니다.
ⓒ 노둣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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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11일 팔레스타인 추모연대 집회를 주최한 노둣돌과 참가단체들은 "이번 집회는 한인, 아시안계 팔레스타인 지지, 연대 목소리의 시작이다. 앞으로 지역사회 내에서 대중집회, 시위, 강연회, 교육 홍보활동 등 다양한 형태로 활동을 이어갈 것이다"라며, "학살전쟁을 지지하는 그레이스 맹 의원을 비롯한 친이스라엘 미국 정치인에 대한 항의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노스캐롤라이나와 워싱턴에서도 주말마다 팔레스타인 연대시위가 있으며, 관련 동영상이 한인단체 유튜브에 올라오고 있다.

태그:#팔레스타인, #이스라엘, #즉각휴전, #미국뉴욕, #연대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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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지아주 애틀란타에서 이코노미스트, 통계학자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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