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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들어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으로 경제전반에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물가상승과 고금리, 경기침체에 따른 부동산 시장의 위축 때문이지만, 태영 윤씨일가의 무리한 사업확장과 부실경영도 원인으로 꼽힌다. 태영 대주주의 뒤늦은 자구노력으로 워크아웃은 시작됐지만, 시장의 불안은 여전하다. 게다가 수많은 협력업체와 노동자 등에게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태영사태를 둘러싼 부동산발 위기의 현장과 대안 등을 모색해본다.[편집자말]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이 확정되자, 일부 경제지들은 "건설업계·금융업권 도미노 연쇄 위기 우려도 일부 완화될 것"이라며 장밋빛 미래를 그렸다. "태영건설이 공사 현장에 밀린 노무비를 지급하겠다고 밝힌 후 주가가 이틀째 강세"라며 앞다투어 보도했다. 한 언론사는 위태롭다는 롯데건설이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에도 올해 첫 분양 완판을 이뤄냈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수치는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 134조 원에 달하는 PF 대출잔액 중 절반 이상이 위험하다는 분석이 나온 상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 1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부동산 PF 대출의 최대 부실 가능 규모가 70조 원 이상이라고 밝혔다. 2023년 경매로 나온 건설사·시행사 토지에 대해 금융권이 2000억 원이 넘는 채권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 들어 2주 만에 전국 규모의 종합건설사 13곳이 폐업처리됐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무산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건설업계와 금융권에 미칠 파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최후통첩 시한인 7일 태영그룹이 추가 자구안이 나올지 주목되는 가운데, 정부는 워크아웃 무산에 따른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시나리오' 대비에 본격 착수했다.

사진은 7일 서울 영등포구 태영건설 본사. 2024.1.7

utzza@yna.co.kr

(끝)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무산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건설업계와 금융권에 미칠 파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최후통첩 시한인 7일 태영그룹이 추가 자구안이 나올지 주목되는 가운데, 정부는 워크아웃 무산에 따른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시나리오' 대비에 본격 착수했다. 사진은 7일 서울 영등포구 태영건설 본사. 2024.1.7 utzza@yna.co.kr (끝)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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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무엇일까. 이광수 '광수네 복덕방(부동산 독립 리서치 법인)' 대표는 현 상태에 대해 "나쁜 애들이 좀비처럼 강제로 살아있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 대표는 "한마디로 곪아있다. 그런데 도려내지 않아 갈수록 커지고 있다"라며 "이 상태가 더 위험하다"고 진단했다. 

"PF발 부동산 위기는 이제 시작이다. 부동산 PF 중 곧 만기가 돌아오는 브릿지론(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차입금을 뜻함) 부동산 PF 등이 30~40조 원이 된다. 그런데 이 위기가 본격화돼서 터져야 하는데, 이 상태라면 안 터진다. PF발 부동산 위기를 지연하는 주체가 자기자본이 충분한 은행이면 (터지는 걸) 계속 지연시킬 수 있다. 안 터지는 상태를 더 안 좋게 본다. 사업별로 가능성을 분석해서 등급을 매긴 후 하위 등급은 퇴출시켜야 한다. 그런데 그 길을 가지 않는 게 문제다."

이 대표는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때 PF 관련 근본적인 개혁 즉, 후분양 실시·시행사 건전화·지급 보증 금지 등이 가능했음에도 하지 않았고, 그렇기에 똑같이 고름이 자라난 것"이라며 "이번에야말로 좀비 연명책을 펼치지 말고, (정부가 나서) 부실 PF를 제대로 구조조정하고 개입해야 한다. 지금부터가 굉장히 중요하다"라고 진단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5일 '공정한 금융'을 내세우며 "책임 회피하는 금융사는 시장 퇴출도 불사하겠다"며 엄포를 놓은 상황. 이 대표는 "대출 만기 연장을 해주며 PF 문제에 개입하더니 문제가 커지니 '사적 계약'이라며 (네 책임이다) 거리를 두는 건 무책임한 태도"라며 "구조조정을 할 거면 제대로, 근본적인 개혁을 얘기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건설사, 증권사 수석연구위원을 거치며 부동산 시장과 건설기업 ESG 등을 분석해온 이 대표는 부동산 시장을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광수네 복덕방'을 만들었다. "투자를 통해, 빈부격차를 해소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줄일 수 있다"는 기조 아래 한 달에 두 번 무료로 부동산 관련 리서치 보고서를 구독자에게 배포하고 있는 부동산 전문가다. 다음은 이 대표와 5일 진행한 일문일답 전문이다. 

"정부 개입시기 이미 놓쳐... 2022년 미분양 때부터 구조조정 했어야 한다" 

- 지난 1월 11일, 태영건설 워크아웃이 확정됐다. 일부 언론은 이를 계기로 부동산 PF 시장 정리가 시작됐다고 평가하던데, 동의하나.

"이제 시작이다. 우리나라에 134조 원이 넘는 부동산 PF가 있는데 그 중 만기가 돌아오는 브릿지론 부동산 PF 등이 30~40조 원이 된다. 처리 문제가 본격화 될 것이다. 정부는 계속 손을 놓고 있다가 이제야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얘기하고 있다. 지켜봐야겠지만 중요한 시점을 놓쳤다고 본다."

- 개입했어야 할 중요한 시점, 언제라고 보나.

"2022년 부동산 미분양이 증가할 때부터 개입했어야 한다. 이 개입이라는 걸 잘 들여다봐야 하는데, (현재 정부가 1년 동안 해 온) PF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후불제 이런 건 단순히 지연시키는 개입이다. 1년 전부터 구조조정을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부실 PF를 잘라냈어야 한다.

그런데 이 같은 개입이 늦어졌기 때문에 PF 해결 자체가 더 어려워졌다. 1년 동안 (건설사 등이 PF 대출) 이자를 더 지급했고, 그러면서 부담은 더 커졌다. 늦어지면서 부동산 시장도 더 악화됐다. 해결이 지연되면서 모럴해저드(기업, 공공기관 등 조직에서 계약의 한쪽 당사자가 정보나 자기만 가진 유리한 조건을 이용해 다른 사람들을 희생시켜 이득을 취하는 걸 뜻함)도 생긴 것 같다. 금융기관에서 부실 대출을 해줬는데, 이 부실대출을 정리하지 않으니, 부실 대출을 또 다른 고금리 대출로 막고 있는 형국이다."

- 언론 인터뷰에서 현 상태를 '나쁜 애들이 좀비처럼 강제로 살아있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좀비가 맞다. 부실 PF를 빨리 없앴어야 다른 정상적인 사업이나 시장이 안정화 되는데 모두 구별 없이 (PF 대출 문제를 터트리지 않고) 지연만 시키고 있다. 정부 당국은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에 대한 아이디어가 없는 것 같다. 이건 부동산 대출이다. 금융 대출이 아니고 기업 대출이 아니다. 부동산 대출은 사용 가치가 있다.

건설사나 시행사가 부동산 PF 대출 때문에 망하면 청산 과정에 돌입한다. 그럼 그 땅을 누군가는 사 간다. 치킨집 하다가 망하면 그 치킨집을 다른 사람이 인수 하는 건 되게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부동산은 다르다. 그 사업체가 망해도 땅은 사용할 수 있고, 반드시 팔리게 돼있다. 그래서 망하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시간을 끌면 악화시킬 뿐이다. 그런 면에서 부동산 대출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고 보는 것이다."

- 결국은 이 문제를 해결할 전문가가 부재하다고 보는 건가.

"태영건설만 해도 워크아웃 시킬 거냐 법정관리를 할 거냐 나누는 기준이 '대주주가 얼마 내놓을 건데'로 귀결됐다. 사업 구조를 살펴보고 대출의 적정선을 살피고, 정상화할 수 있냐를 물어야 하는데 그러질 않았다. 건설업을 평가할 능력이 떨어지는 거다. 태영건설 문제가 가시화 되기 전인 2023년 6월 상반기만해도 신용평가 회사들은 태영건설 자금 구조가 안정적이라고 했다. 부동산과 건설업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할 전문가 그룹이 없다는 걸 보여준다. 전문가 그룹이 없으니, 워크아웃을 가를 기준조차 못 만들고, 구조조정도 못하고, 자산 매각도 안 되고, 사업 평가도 안 되는 것이다."
  
"PF 대출 만기 연장, 이자 후불제로 개입하던 금융당국 이제와서... 무책임"
 
2023년 12월 26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와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 이른바 'F(Finance)4' 멤버들이 태영건설 워크아웃 가능성과 그에 따른 부동산 PF 현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태영건설이 위치한 태영빌딩 로비의 모습.
 2023년 12월 26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와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 이른바 'F(Finance)4' 멤버들이 태영건설 워크아웃 가능성과 그에 따른 부동산 PF 현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태영건설이 위치한 태영빌딩 로비의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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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당국은 기업과 금융사에 '책임을 묻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정부 당국의 책임은 없나.

"사기업 간의 거래라 정부는 '책임 없다'를 할 거였으면, 대출 만기 연장을 해주는 등의 개입부터 하지 말았어야 한다. PF에 개입하다가 문제가 커지니 '사적 계약'이라고 거리두는 건 무책임한 태도다.

자본주의의 핵심은 유한책임(투자자들은 회사가 파산한다 하더라도 출자한 지분 이외의 추가적인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이 유한책임이 적용되지 않으면 누가 기업을 하겠나. 이 유한책임 정도를 결정하는 상황에서 정부, 금융당국이 시장에 뛰어들어서 (위험도 등을) 평가를 하는데 전문성을 갖고 기업에 대해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는 무능력이 문제다. 그러다보니 반복된다. 10년 전에도 똑같았다. PF 문제가 터졌을 때 제대로 해결을 하고 방법을 마련하려고 했어야 하는데, 그걸 못했다."

- 실제 2011년 저축은행 사태에 이어 또 PF 부실 문제가 불거졌다.

"원인은 두 가지다. 건설업 및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질 뿐 아니라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에 또 고름이 자라나는 거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때 근본적인 개혁이 가능했다. 그러나 하지 않았다. PF 대출의 문제는 금융기관과 건설사, 시행사가 대출로 얽혀있는 게 본질이다. 가장 큰 문제는 시행사가 자기 자본이나 능력 없이 빚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열어뒀다는 것이다. 시행사를 건전화 하던가, 아니면 건설사가 직접 시행사업을 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가능했다.

금융기관 역시 지급보증으로 문제가 커졌다. 개인 간에는 상대의 빚보증을 서서 같이 망하지 못하게 제대로 규제를 해놓고는 기업은 이게 가능하게 둔 것이다. 말이 되나, 진작에 막았어야 한다. 또, 부동산 시장이 선분양 구조로 돌아가기 때문에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데, 일부 후분양 혹은 완전 후분양 등의 개혁도 논의했어야 한다. 이런 거 하나 없이 몇몇 건설사 퇴출시키고, 금융기관 망하고 끝이다. '부동산 시장 좋아졌네? 해결됐다' 그게 다다. 근본적인 개혁을 얘기했어야 할 때, 그걸 하지 않았기 때문에 똑같은 일이 벌어진 거다."

- 이 같은 지연 전략에도 끝은 있을 텐데, 언제 그 위기가 극대화 될 것이라고 보나.

"PF발 부동산 위기를 지연하는 주체가 은행이 되면 계속 지연시킬 수 있다. 자기 자본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은행 중심으로 대주주단을 꾸리고 있는 모양새이기도 하다. 은행이 뛰어들면 이 문제가 현실화되지 않고 계속 지연될 수 있다. 원화로 된 부채는 정부가 의지를 갖고 금융기관을 쪼면 막아낼 수 있다. 외화부채는 이게 불가능해서 IMF가 터졌던 거다. 원화 부채 문제는 디폴트 없이 계속 갈 수 있다. 그러나 안 터지는 게 더 위험하다. 건설사가 못 버티고 시행사도 못 버티고 은행 신용도도 낮아질 수 있다. 한국의 회복 탄력성을 없애는 길이다.

언제 터지냐? 이 상태라면 안 터진다. 안 터지고 곪는다. 곪은 건 살이 아니다. 또 곪은 부위가 갈수록 커진다. 그래서 안 터지는 현 상태를 더 안 좋게 본다. 오히려 터져야 한다. 사업별로 가능성을 분석해서 등급을 매긴 후 하위 등급은 퇴출시키면 된다. 대출 받아서 연명하는 땅을 누군가에게 팔면 되고, 그럼 누군가는 땅을 싸게 사서 싸게 분양할 수 있는 구조가 생긴다. 시장에 훨씬 좋은 길이다. 그런데 그 길을 가지 않는 게 문제다."

- 현 정부의 대응을 '좀비 연명책'이라고 얘기했다. 그렇다면 정부, 금융당국은 지금 무엇부터 해야 한다고 보나.

"이미 정부는 뛰어들었으니 끝까지 참여는 할 거다. 참여할 거면 제대로 구조조정 시켜야 한다. 부실 PF를 정리하고 시장에서 매물이 원활하게 거래되도록 장을 마련해주고, 금융기관이 이걸 흡수할 수 있게끔 충당금 기준을 마련해줘야 한다. 지금부터가 굉장히 중요하다.

우리나라에 큰 변화가 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공급만 하면 다 팔리는 시장은 끝났다. 그렇게 되면 이제까지 유지해오던 사업 구조가 더 이상 안 통할 거다. 기본적으로 한국의 부동산 PF 구조 속에는 '공급은 스스로 수요를 창출한다'는 환상이 있었다. 공급만 하면 팔린다는 거다. 그래서 무리하게 대출받아서 땅 사고 분양해왔다.

이제는 수요가 중요한 부동산 시장으로 바뀐다. 그럼 사업 구조와 주택 공급 방식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건설회사 뿐 아니라 정부 당국도 이 같은 기조에 맞춰 변화가 필요하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데 현 정부는 여전히 '대출만 해주면 집을 사겠지, 그러면 해결 될 거야' 이런 생각 갖고 있다. 저성장, 저출생, 인구 감소 구간을 지나 가면서 수요가 갈수록 더 중요한 시장으로 가게 된다. 한국 주택 공급 방식, 부동산 시장 정책의 틀 자체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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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omn.kr/2765w)

태그:#태영건설, #부동산PF, #워크아웃,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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