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정권심판·양당체제타파·혁신·통합 등 22대 총선을 앞두고 여의도 안팎이 분주합니다. 그러나 갈수록 심화되는 기후위기, 불평등, 돌봄, 재난, 저출생, 지방소멸을 비롯한 복합위기에 대한 해법에 대해서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22대 총선을 앞두고 가장 필요한 문제들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와 해법을 전하고자 합니다.[편집자말]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선(先)구제-후(後)회수' 제도를 담은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은 지난 25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27일, 야당이 주도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는 처리됐지만 여당의 반대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지 한달 째다. 전세사기는 부동산 시장에도 여파를 미쳤다. 전세사기 위험이 있는 오피스텔·빌라를 피해 아파트 전세가가 상승 중이다. 주택매매거래량은 반대로 하락한 상황이라, 전·월세 세입자들의 주거 안정이 위협받고 있는 셈이다. 이는 2024년, 정치권이 당면한 숙제이기도 하다.

그런데 22대 총선을 70여일 앞둔 현재 정치권이 쏟아낸 부동산 관련 정책들은 이 숙제들과 동떨어져있다. 메가서울 구상·30년 초과 재건축 안전진단 면제·신혼부부 대상 1억원 10년 간 무이자 대출·세 자녀 이상 출산시 부동산 원금 탕감 대책 등이 그것이다. 이 정책들은 오늘의 '주거 안정' 보다 내일의 '주거 소유'를 말한다. 이 중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유의미한 정책이 있을까.

지금까지 전세사기 피해자 편에서 관련 법과 대책의 문제점을 지적해 온 임재만 세종대 교수(부동산학과)는 25일 <오마이뉴스>와 만나 다음과 같이 단언했다.

"없다."

그는 정부의 지난 '1.10 부동산 대책'을 "가장 나쁜 정책"으로 지목했다. "일관성도 없고 모순이 많은 잡화점과 같은 정책"이란 설명이다. 임 교수는 "정부가 PF 부실 위험을 걱정해 '부동산 시장 안정책'을 내놓으면서 동시에 건설사가 적은 돈으로도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하는 '시장 부양책'을 포함시켰다"면서 "정부가 예전처럼 부동산 경기를 부추겨 경기 침체를 극복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에서 저출생 극복을 위해 내놓은 신혼부부 대상 부동산 지원책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집값이 오르는 상황을 전제하고 있다"며 "집값이 내릴 때 책임질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22대 총선을 앞둔 여야 정당들을 향해선 사고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시민들이 집을 사든 안 사든 안정적으로 살 수 있게 하고 자신의 소득으로 집을 사는 데 문제가 없도록 하는 게 중요하단 얘기다. 그래야 집값이 오르면 오르는대로, 내리면 내리는대로 정책이 갈팡질팡하는 구조를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부동산 정책이 악순환 하는 핵심 이유가 '전세 제도'라면서 좋은 점을 살리고, 나쁜 점을 억제하는 방향을 국회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세사기 손쉽게 벌어지는 구조, 우리 사회가 만들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가 전세사기 범죄가 너무 손쉽게 일어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가 전세사기 범죄가 너무 손쉽게 일어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 전세사기특별법이 시행된 지 7개월이 지났지만, 전국에서 전세사기 피해가 여전히 속출하고 있다.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이었지 '예방특별법'이 아니었다. 이것저것 손을 보기는 했지만, 근본적인 예방대책은 담기지 않았다."

- 특별법 시행 이후 피해자들 사정은 좀 나아졌다고 보나. 

"피해자들은 여전히 불만이 많다. 대부분 대출 받아서 문제 해결이 안 되는 상황인데, (특별법에 따르면) 대출을 더 받으라거나 집을 사라는 식이다. 그런데 애초에 집을 살 수 없어 전세로 살고 있는 것 아닌가. 또 (피해자들은) '나홀로 아파트'나 빌라, 다가구, 오피스텔에 거주하던 분들이라 그 집을 매수하고 싶어하지는 않는다."

- '선구제-후회수' 내용이 담긴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피해자들의 불만이 해결될까? 

"그렇게되면 후순위 피해자들조차 일부 보증금을 받을 가능성이 생긴다. 다만 그것도 보증금 전체가 아닌 '최우선 변제' 수준으로 해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조차도 여당이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게 문제다."

- 정부·여당은 전세사기를 '사회적 재난'이라기보다 '개인의 부주의함'과 '임대인의 사기 행위'의 결합으로 여기고 있는 듯하다.

"그 생각이 100% 틀린 건 아니다. 당연히 조심하고 또 조심했다면 전세사기를 안 당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전세사기 범죄가 너무 손쉽게 일어날 수 있는 구조다." 

- 그 구조란 게 무엇인가? 

"예를 들어보자. 한 임대사업자가 집이 12채가 있다. 매달 한 채씩 계약을 했고 2년마다 계약을 갱신한다. 갱신 때마다 새 임차인을 들여야 한다. 전세값이 올랐다면 기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주면 된다. 새 임차인에게 오른 보증금을 받았으니. 그런데 1억 원이었던 전세가가 이제 5천만 원으로 하락했다면 어떻게 하나. 임대사업자가 본인 돈으로 나머지 5천만 원을 기존 임차인에게 돌려줘야 한다. 그것이 한 번은 가능할 지 몰라도 12채는 불가능하다. 그 돈을 돌려주는 유일한 방법은 집을 파는 건데 임대사업자가 못 팔겠다고 버틴다. 그래서 임차인이 보증금을 못 돌려받는 것, 그것이 전세사기다." 

- 처음부터 사기가 아니었다는 이야기인가?

"맞다. '깡통 주택'이 되면서 돈을 못 돌려받아 사기가 된 경우가 굉장히 많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살 수 있는 구조, '무자본 갭투자'를 할 수 있는 구조, 그것도 100채 이상을 살 수 있는 구조는 우리 사회가 만든 것이다. 정부가 여력이 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돈 빌려줄 테니 전세살라'는 식으로 대출을 해주지 않았나."

- 전세사기 특별법 중 어떤 내용이 보완돼야 한다고 보나. 

"피해자들의 전세 보증금 채권을 하나의 공공주체로 넘겨, 임대사업자와 1:1 구도를 만들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있다. 가령 지금까지는 몇 백 채를 보유한 임대사업자들을 대상으로 피해자들이 각각 경매를 해야 하는 구조였다. 근데 채권을 공공에 양도해 공공이 피해자를 '대리'하면 간단해진다. 공공이 채권을 사들여서 경매를 신청하고, 경매가 끝나고 피해자들에게 정산을 하는 식이다. 선례도 있다. 부산저축은행 사태가 벌어졌을 때 캠코가 저축은행들의 부실채권을 사들여 사후 정산했다."

"전세제도, 주거 사다리 역할 상실...정치인들 멀리 봐야"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의 주거 사다리 역할은 이제 끝났다"고 설명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의 주거 사다리 역할은 이제 끝났다"고 설명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 전세사기 문제로 전세를 꺼려하는 국민들이 많아지고 있다. '전세의 월세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바람직한 현상일까?

"먼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세입자에게 '전세나 월세 중 무엇을 선택하겠냐'고 하면 다들 '전세에 살겠다'고 할 것이다. 당장 내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은 전세 대출 금리 정도이기 때문이다. '전세로 몇년 살다가 나중에 집을 사겠다'는 마음으로 전세를 택한다. 그런데 전세기간이 끝나면 집값은 더 올라있다. 전세수요가 늘면 집값도 오르기 때문이다. 결국 다시 전세를 택하게 된다.

2010년대까지만 해도 집값과 전셋값이 일정수준을 유지해서 전세가 '주거 사다리' 역할을 했다. 하지만 갭투기로 집값과 전셋값이 벌어지면서 현재는 그 역할을 상실하게 됐다. 임차인이 처음 전세로 들어갈 땐 스스로 사다리의 중간쯤에 와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집값 상승으로 오히려 내 집 마련의 꿈은 더 멀어지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 여기서 정치권이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일까?

"서민들이 전세제도를 통해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사람들이 당장 전세를 원하고 있다고, (대출 확대 등의 정책으로) 정치인들이 전세를 조장해서는 안 된다. 당장 눈앞의 '표'가 있지만, 멀리 보고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최소한 전세가 너무 활성화돼 주택매매시장도 활성화되고 결국 집값까지 끌어올리도록 내버려둬선 안 된다. 전세제도의 좋은 점은 살리면서, 나쁜 점은 억제하는 방향을 국회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한국 사회에서 주택 문제 해결이 어려운 이유도 전세 때문이다."

- 왜 그런가?

"정부가 집값을 잡으면 전셋값이 오른다. 집값이 오르지 않는다면 사람들이 집을 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세시장으로 몰린다. 그러면 전세 수요가 늘지 않나? 그러면 전셋값은 오르고 다시 매매 시장이 활성화돼 집값이 오른다. 악순환이다."

"집값 오를테니 그걸로 부자 되라? 여야 정책이 똑같다"

- 총선이 다가온다. 정치권은 '표심'을 잡기 위해 다양한 부동산 공약을 내놓고 있다. 그중 유의미한 정책이 있나? 

"없다."

- 그렇다면 '나쁜 정책'은 무엇인가?

"정부가 지난 1월 10일 부동산 대책(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을 내놨다. 시장을 엉망으로 만들어 건설, 금융 회사는 살리고 시장은 '투기장화'하겠다는 걸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또 정책에 법 개정 사항이 많은데 그냥 막 내던지고 있다. 정책에 일관성도 없고, 내용 중 모순도 많다. 꼭 잡화점 같다."

- 어떤 모순인가? 

"예를 들면, 이번 대책에는 부동산 PF 부실 위험이 높다며, PF 사업장에 대한 공적 보증 규모를 확대하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적은 돈으로도 개발 사업을 하도록 지원하는 정책도 담겼다. 앞에서는 '부실 PF가 위기니까 구제해 주겠다'더니 뒤에서는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PF 사업을 활성화시키겠다'는 것이다. PF사업이 위기라고 보는 게 맞기나 한건가? 

'재건축 안전진단' 대책도 문제다. 원래는 안전진단을 통과해야 재건축이 추진됐다. 그런데 이번 대책대로라면 앞으로는 사업을 먼저 추진하고 나중에 안전진단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어떤 일이 벌어질까? 사업이 이미 진행됐으니, 사업자 입장에서는 무조건 안전진단을 통과시켜야 하지 않나? 그러려면 아파트가 얼마나 열악한지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부동산을 부술 수밖에 없다."

- 최근 민주당은 모든 신혼부부에게 10년 만기로 1억원을 대출해주는 정책을 내놨다. 특히 셋째 아이까지 낳으면 부동산 원금을 전액 감면해주겠다는 파격책도 냈다. 효과가 있을까?

"기본적으로 주거 정책을 저출생과 연관짓는 데 반대한다. 저출생의 근본 원인이 '집이 없기 때문'인가? 아니다. 저출생 원인이 정말 부동산 때문이라면 돈을 공짜로 줘도 좋지만 그렇지 않다. 집을 사는 데는 어쨌든 돈이 들어간다. 정책은 집을 쉽게 살 수 있도록 하거나 빚을 천천히 갚도록 해줄 뿐이다. 집을 산 가구가 돈을 벌 유일한 방법은 집값이 오르는 것뿐이다. 결국 부동산 대책이란 게 앞으로 집값이 오를테니 그걸로 부자 되라는 뜻이나 다름없고, 이런 인식은 여야가 똑같다."

- 저출생으로 인해 '부동산 불패 신화'도 더이상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선 질문과 같은 맥락이다. 집값 상승을 전제로 한 정책 자체가 문제다. 집값이 오르면 좋은데 떨어지면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차라리 공공임대로 원하는 만큼 살게 해주고, 저출생을 위한 근본적인 정책을 찾았으면 좋겠다. 부동산 대책은 집을 사든 안 사든 안정적으로 살 수 있게 하고, 내 소득으로 집을 사는 데 문제가 없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정부가 나서서 집값 못 낮춘다, 가구소득 올릴 방안 찾아야"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 지금 한국 부동산 시장에 필요한 '큰 그림'이 무엇이라고 보나?

"부동산 정책의 가장 중요한 지표는 PIR(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이다. 이 수치를 낮추는 방법은 두 가지다. 집값을 낮추거나 소득을 올리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나서서 집값을 올리거나 떨어뜨릴 수는 없다. 오를 걸 덜 오르게 하는 정도만 가능하다. 그럼 뭘 해야 하느냐, 소득을 올려야 한다. 정부가 주택문제를 주택시장에서만 찾아 해결하려 하니 문제가 악화되는 것이다. 실제로 GDP가 상승해도 '자가점유율'은 늘지 않고 있다."

- 왜 그런가?

"집을 사는 데 한계가 있어서다. 우리 사회는 평등하지 않다. GDP로 국민소득 '평균'이 올랐을 뿐, 부자와 빈자 간 격차는 계속 벌어졌다. 불평등이 심화된 것이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들이 일정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청약시장은 기본적으로 무주택자를 위해 설계됐다. 그런데 정부가 아무리 집을 지어 공급해도 유주택자와 무주택자의 비중이 여전히 6:4다. 청약에 당첨된 이들은 다시 집을 팔고 임차인이 된다. 능력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 청약 시장에서 당첨되고, 감당할 수 없으니 다시 무주택자로 되돌아간다는 이야기다. 이런 식으로 아무리 공급을 해봤자, 건설사와 금융사 배만 불릴 뿐이다."

- 어디에서 답을 찾아야할까? 

"자가를 마련한 사람들이 계속 자가에 머무르도록 해야 한다. 능력이 안 되는데 집을 사게 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매정해 보일 텐데, 방법이 있다. 분양가상한제와 청약 제도를 연동해 청약이 로또가 되지 않게 하는 방법이다. 청약을 통해 형성된 시장과 민간 분양 시장을 분리시키면 된다. 청약 통장으로 받은 부동산은 청약 통장으로만 팔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청약 시장에서 새 집과 헌 집 모두를 매매할 수 있게 하고 이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택을 늘 시가의 70%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아파트 품질의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닌 데다 가격이 정해져 있으니 민간 시장 부동산 가격도 억제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 이번 총선에서 꼭 다뤄져야 할 부동산 정책이 있다면? 

"가치관의 변화가 전제돼야 한다. 부동산 시장을 '돈 넣고 돈 먹기'의 대상으로 볼 것인지, 사람들이 생활하는 데 꼭 필요한 공간으로 볼 것인지가 핵심이다. 두 번째가 더 중요하다. 물론 주택으로 돈을 버는 게 개인에게 더 나은 선택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게 사회적으로도 옳은 길이냐고 한다면 그렇지 않다는 게 내 대답이다. 이 정부는 여전히 부동산 경기를 부추겨 경기침체를 극복하려 한다. 지금 우리가 고민해야 할 일은 '저성장 국면에서 어떤 산업을 발굴해 국민들을 잘 살게 할 것이냐' 하는 것이다. 땅이나 집이 아니라."

태그:#부동산대책, #22대총선, #임재만, #부동산
댓글18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