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정읍 쌍화차 거리 상징 조형물
 정읍 쌍화차 거리 상징 조형물
ⓒ 이완우

관련사진보기

 
'달하 노피곰 도다샤 머리곰 비취오시라', 백제 가요 정읍사(井邑詞)의 가사 첫머리이다. 내장산 가을 단풍으로 유명한 정읍은 천오백 년 이상 생명력을 유지해 온 백제 가요 정읍사의 고장이다. 정읍사의 가사에 곡을 붙인 수제천(壽齊天)이 고려와 조선 시대에 궁중음악으로 연주되었다. 정읍사는 오랜 역사와 문화를 함축하고 있는 수수께끼 같은 음악이었다.

1월 하순, 내장산 겨울 산행을 마치고 정읍시 장명동의 쌍화차 거리 전통찻집을 찾았다. 정읍세무서에서 정읍경찰서로 이어지는 450m 구간은 쌍화차(雙和茶)를 특화한 찻집 거리이다. 큼지막한 쌍화차 곱돌 그릇 형상의 상징 조형물이 정읍을 찾는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내장산 자락에 호남평야가 펼쳐진 이 지역은 정읍사 가요의 청각, 내장산 단풍의 시각과 정읍 쌍화차의 미각이 함께 어우러져 감각이 풍요롭고 인심이 넉넉한 고장이다.
 
정읍 쌍화차 거리
 정읍 쌍화차 거리
ⓒ 이완우

관련사진보기

 
쌍화차는 추위를 이겨내고 몸을 따뜻하게 보호해 주며 음과 양 부족한 기운을 보충해 주는 기호식품으로 사랑받는다. 정읍의 쌍화차는 사계절 건강 먹거리로 자리매김하여 정읍을 찾는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사계절 내내 이어지고 있다. 

쌍화차 찻집 문을 열고 들어서니 쌍화차 향기가 은은하게 느껴지는 듯하다. 찻집 벽에는 쌍화차의 재료, 유래와 효능 등 정읍 쌍화차의 이야기가 게시되어 있다. 몸과 마음이 따뜻하게 만들어 줄 보약 같은 차 한잔을 여유롭게 기다린다.  

든든한 한 끼 식사 대신해주는 쌍화차
 
정읍 쌍화차 곱돌 그릇
 정읍 쌍화차 곱돌 그릇
ⓒ 이완우

관련사진보기

 
정읍 옹동면은 쌍화차의 주재료인 지황의 약효가 우수한 생산지이다. 쌍화차는 지황을 가공한 숙지황, 당귀, 천궁과 계피 등 20여 가지가 넘는 한약재를 정성껏 달인 물에 잣, 대추, 밤과 은행 등 고명을 넣는다. 쌍화차 한 잔은 건강한 기운과 활력을 갖게 하고, 때로는 든든한 한 끼 식사를 대신할 만하다. 

주문한 쌍화차를 기다리는 여유로운 시간에 코로 전해지는 쌍화차의 진한 향에 한참 취해 있으면, 쌍화차가 묵직한 곱돌로 만든 전통 옹기 찻잔에 담겨 나온다. 뜨거운 쌍화차가 무거운 곱돌 옹기에 담겨 있어 조심스럽게 한 수저씩 떠서 정성스러운 맛과 향기를 음미한다. 

쌍화차는 전통찻집의 주방 가마솥에서 10시간 이상을 끓이고 달여낸 준비의 기다림과 정성이 가득하다. 이렇게 진득한 기다림과 정성이 어우러져 한약재 재료들이 갖는 고유의 맛과 영양가를 살린 쌍화차는 보약 같다는 평가를 받는 건강한 '슬로 푸드'이다. 
 
정읍 쌍화차 주전부리
 정읍 쌍화차 주전부리
ⓒ 이완우

관련사진보기

 
정읍 쌍화차 한 잔에는 풍성한 주전부리가 덤으로 따라 나온다. 쫀득한 가래떡, 수수한 조청, 고소한 누룽지, 오미자 차와 비타민 덩어리인 오렌지 주스 등 잔칫상 같아 입가심으로 충분하다.

맛과 향이 진한 정읍 쌍화차 한 잔을 여유롭게 숟가락으로 떠 마시고, 주전부리로 입가심하는 동안 일상에서 지친 몸과 마음은 가볍게 정화된다. 보약같이 진심을 담은 정읍 쌍화차 한 잔에 몸과 마음이 따뜻해졌다. 

건강식품인 쌍화차의 뿌리는 한약 쌍화탕이다. 정읍 내장산 자락에 있었던 쌍화점(雙花店) 마을은 예로부터 의술과 음악의 전통이 축적되었다. 원나라 황제를 치료한 명의 설경성(薛景成, 1237~1313)이 이 마을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시대 의녀 대장금의 고향이 정읍 산내면 너디마을이었고, 그녀도 이 쌍화점 마을에서 의술, 탕약과 음식을 배웠다고 한다. 정읍 쌍화차의 향기에서 정읍사 가요, 쌍화점 마을의 한약 쌍화탕과 의녀 대장금 이야기 등 이 지역의 오래된 역사 문화적 토양을 함께 느껴 보았다.
 
정읍 쌍화차 거리
 정읍 쌍화차 거리
ⓒ 이완우

관련사진보기


태그:#정읍쌍화차, #정읍쌍화차거리, #정읍쌍화차쌍화탕쌍화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문화관광해설사입니다. 향토의 역사 문화 자연에서 사실을 확인하여 새롭게 인식하고 의미와 가치를 찾아서 여행의 풍경에 이야기를 그려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