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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와, 안나푸르나 트레킹이 시작될 포카라는 영상 20도 내외를 오르내리고 있었다. 우리의 전체 일정은 2023년 12월 22일부터 2024년 1월 1일까지 9박 11일이었지만, 실질적인 트레킹 일정은 2023년 12월 23일부터 12월 28일까지였다(관련 기사: 한 달에 5만 원씩 6년... 네팔 가는 날을 겨우 잡았건만 https://omn.kr/275fu).

12월 28일 포카라에서 1박을 한 후, 29일에는 네팔의 소수민족인 구룽족 마을인 행자곳에서 홈스테이를 하고, 30일에는 포카라에서 카트만두로 이동해 31일까지 시내관광을 하고, 31일 오후에 카트만두 국제공항으로 이동하여 인천공항으로 귀국하는 일정이었다(2024년 1월 1일 새벽 인천공항 도착).
  
안나푸르나 트레킹 도중 12월 23일 촘롱롯지에서 만난 겨울 설산과 꽃이 만발한 네팔의 두 얼굴
▲ 안나푸르나 트레킹 중 촘롱롯지에서 바라본 안나푸르나 겨울과 꽃이 만발한 롯지의 계절 안나푸르나 트레킹 도중 12월 23일 촘롱롯지에서 만난 겨울 설산과 꽃이 만발한 네팔의 두 얼굴
ⓒ 강재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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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일행의 안나푸르나 트레킹 일정인 12월 말은 네팔도 계절은 겨울이었지만, 한국과 비교할 때 위도가 낮아서 한국의 겨울과는 차이가 많았다. 안나푸르나 트레킹 등을 직접 경험하지 않은 보통의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렇게 상상할 것이다.

네팔이라는 국가는 전문적인 산악인조차 오르기 힘든 히말라야산맥이라는 지구의 지붕을 이루는 8000미터가 넘는 만년설을 이고 있는 수많은 봉우리들을 가진 지역이니, 더구나 계절조차 겨울이기에 당연히 엄청나게 추울 것이라는 상상을 하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나도 그런 생각을 한 사람 중의 하나였다.
  
2023년 12월 23일 안나푸르나 트레킹에 나선 우리 일행이 포즈를 취했다.
▲ 안나푸르나 트레킹 중인 우리 일행들 2023년 12월 23일 안나푸르나 트레킹에 나선 우리 일행이 포즈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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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지 못한 안나푸르나와 같은 험준한 지역을 트레킹하는 여정이라면 당연히 전문적인 여행사의 도움을 받아 정보를 입수하고, 그에 따라 대응하면 될 일이지만, 우리는 애초부터 그렇지 못했다.

이번 트레킹에서 사실상 가이드로서의 역할을 수행한 이도정 대장은 본인이야 몇 차례 네팔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비롯해 안나푸르나 서킷 등의 경험을 통해, 네팔의 기후 등 사정을 속속들이 이해하고 있었겠지만, 정작 본인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이번 트레킹이 처음이었기에 네팔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다. 간간이 공통의 카톡방에서 선문답하듯이 한 마디씩 던지긴 했지만, 직접 체험하지 못한 이들에게는 절실히 피부에 와닿지 않았다.
  
2023년 12월 23일 지누단다에서 촘롱 가다 만난 짐 실은 말들
▲ 지누단다에서 촘롱 가다 만난 말들 2023년 12월 23일 지누단다에서 촘롱 가다 만난 짐 실은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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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누단다와 촘롱을 잇는 출렁다리를 짐 실은 말들이 건너고 있다.
▲ 출렁다리 건너는 짐 실은 말들 지누단다와 촘롱을 잇는 출렁다리를 짐 실은 말들이 건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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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터들이 짐을 지고 운반하고 있다.
▲ 짐을 진 네팔 포터들 포터들이 짐을 지고 운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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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비자는 어떻게 되는지, 네팔의 전기 사정은 어떠하며, 콘센트는 어떠한지, 롯지에서 비누나 수건은 제공되는지, 핸드폰 충전과 와이파이 연결은 어떻게 되는지 등등, 하나에서 열까지 궁금한 점 투성이였지만, 꼼꼼하게 챙겨주지 않았다. 물론 요즘은 인터넷이 발달되어 검색을 하면 웬만한 것은 확인이 된다.

이도정 대장은 친구들의 능력을 너무 믿었던 탓일까? 나는 애초부터 이 친구의 성정을 잘 알고 있었기에 별 기대는 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각자도생'해야 함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기본적인 사항은 스스로 인터넷을 통해 확인하고 점검해나갔다. 그런 탓인지 에둘러가긴 했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즉, 준비 부족으로 결정적인 어려움에 봉착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 대장은 지금 우리나라의 겨울 복장으로 출발하면 충분하다고 했다. 그러나 평소에 지리산 천왕봉을 슬리퍼로 다니던 친구와 몇 년씩 계획을 세워서 체력을 단련해 두어야만 비로소 천왕봉을 오를 수 있는 사람과는 종이 다른 것이다. 우리는 이도정 친구를 1%에 해당하는 별도의 부류라고들 생각했다. 그러니 그의 얘기가 그대로 전해질 리 없었다. 친구의 얘기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두꺼운 바지도 두 개씩 준비하고, 내복도 두 세벌, 등산용 양말도 몇 켤레, 장갑도 얇은 것, 두꺼운 것 3켤레, 핫팩도 한 박스, 소주도, 간식도 잔뜩 챙기는 바람에 짐이 엄청나게 늘었다.

그리고 출발할 때부터 내복을 껴입고 두꺼운 바지를 입은 채 트레킹을 시작했다. 위에도 몇 겹의 옷을 껴입는 바람에 20도 내외의 네팔 기후에 한증막 속의 트레킹이 되고 말았다. 이렇게 오래 기억에 남을 멋진 추억을 새겨주고자 우리 이도정 대장은 일부러 친구들에게 세세하게 일러주지 않고 선문답처럼 추상적으로 대답을 한 게 아니었나, 그것이 오히려 친구들에 대한 배려였던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처음으로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준비하는 이들이라면 
 
가파른 계단을 오르다 잠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안나푸르나 트레킹 중인 우리 일행 가파른 계단을 오르다 잠시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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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푸르나 트레킹에서 우리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통해 처음으로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다음과 같은 살아있는 지식을 전해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준비물로는 작은 배낭(30-40리터), 등산화(발목 감싸는 것), 등산용 양말 3켤레, 수면 양말 1켤레, 얇은 타올 2개, 내복 1-2벌, 속옷 2-3벌, 비누, 치솔과 치약(작은 것), 비옷, 핫팩 15개 정도, 겨울엔 두꺼운 바지 1개, 등산용 바지 1개, 윗옷 얇은 패딩 조끼 1개, 소매 있는 얇은 패딩 1개, 두꺼운 점퍼 1개, 핸드폰 충전기 1개, 보조 밧데리 1개, 선글라스, 헤드 랜턴, 무릎보호대, 날찐물통, 장갑(얇은 것과 두꺼운 것 각각 1켤레), 등산용 모자, 선크림, 고산병약, 감기약, 설사약, 두통약, 바세린, 립밤, 클렌징 티슈, 얼굴 닦을 수 있는 작은 물 휴지, 스틱 2개, 만약의 경우 아이젠, 침낭 필수이나 현장 임대 가능, 볼펜, 작은 메모지, 도착비자 온라인 신청서 작성 후 출력물(15일 짜리 비자 30달러), 여권 필수(분실 우려 시 여권 복사본 및 여권 사진 2장). 이 정도면 충분할 것 같다. 만일 준비가 부족하더라도 현지에서 구입할 수 있다.

그리고 핸드폰을 충전하는데 보통 150-200루피, 와이파이 연결에 200-300루피, 더운물 샤워하는데 150-300루피 등, 롯지의 고도에 따라 비용이 올라간다. 참고로 필자는 닦기만 하고, 더운물 샤워를 하지 않았으며 수염은 그대로 길렀다. 그래도 아무런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실제로 트레킹을 할 때에는 내복도 필요 없고, 얇은 등산바지 차림으로도 충분히 가능했다. 짧은 팔과 반바지 차림으로 트레킹을 하는 이들도 종종 만날 수 있었다. 안나푸르나 트레킹의 경우 고도 3,200미터인 데우랄리부터 온도가 많이 낮아졌으며, MBC(마차푸차레 베이스 캠프)나 ABC(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의 경우에는 워낙 해발고도가 높아 날씨의 변동이 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들의 사실상의 가이드 역할을 했던 이도정 대장은, 우리에게 안나푸르나 트레킹 중 '나마스떼', '비스타리' 두 단어만 알면 된다고 했다. 오고 가며 마주치는 트레커들이나 현지인들에게 '나마스떼(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면 상대방도 두 손을 모아 '나마스떼'라고 인사를 했다.

그리고 고산지대를 오를 때에는 서두르지 않고 '비스따(타)리, 비스따(타)리 (천천히, 천천히)' 오르면 서서히 고산에 적응하면서 오르게 되어 고산병 증세를 막거나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아마도 우리 일행이 큰 무리 없이, 또 일행 5명 중 단 한 사람의 낙오자도 없이 트레킹을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비스타리'의 약효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가 김해국제공항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이동해, 다시 인천국제공항에서 탔던 네팔 카트만두행 여객기는 남으로 남으로 계속 내려오더니 제주도 보다 훨씬 아래쪽에서 서쪽으로 기수를 틀었다. 현재 김해국제공항은 활주로가 짧아서 대형 여객기는 이착륙이 불가능해서 늘 인천국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야 한다. 동남아 등 가까운 곳은 부산에서도 작은 항공기를 타고 직접 외국여행을 떠날 수 있다.
  
2023년 12월 22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네팔 카트만두행 여객기의 비행노선
▲ 네팔 카트만두행 비행노선 2023년 12월 22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네팔 카트만두행 여객기의 비행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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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새로운 부산국제공항이 건설되면 네팔의 경우 시간이 1시간 내지는 1시간 30분 정도는 단축될 수 있을 것이고, 비용 또한 절약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지방자치의 확대 강화나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도 이런 부분은 시급하게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라 할 것이다.

현재는 수도권 지역을 제외한 지역에 사는 국민은 시간이나 비용면에서도 여러 가지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오랫동안 지방자치와 국가의 균형발전을 고민해 온 학자로서 결코 유쾌하지 못한 경험이었다.
  
안나푸르나 트레킹 중에 만난 네팔 청년들
▲ 안나푸르나 트레킹 중에 만난 네팔 청년들 안나푸르나 트레킹 중에 만난 네팔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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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킹 중 만나는 현지인들이나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트레커들은 서로 어디서 왔는지 묻는 경우가 많았는데, 우리 일행이 한국인이라 소개하자 반색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번 안나푸르나 트레킹은 대한민국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이기도 했다.

태그:#안나푸르나트레킹, #지누단다, #촘롱, #나마스떼, #비스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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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대 법학과 교수. 전공은 행정법, 지방자치법, 환경법. 주전공은 환경법. (전)한국지방자치법학회 회장, (전)한국공법학회부회장, (전)한국비교공법학회부회장, (전)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 (전)김해YMCA이사장, 지방분권경남연대상임대표, 생명나눔재단이사, 김해진영시민연대감나무상임대표, 홍조근정훈장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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