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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육군이 가자지구 남부의 목표 지점을 공습한 뒤 주민들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지난해 11월 본격적인 지상전을 개시한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북부 지역 대부분을 장악했으며 최근 중부와 남부에서 집중적인 하마스 소탕 작전을 펴고 있다.
▲ 공습으로 생긴 구덩이 보는 가자지구 주민들 지난 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육군이 가자지구 남부의 목표 지점을 공습한 뒤 주민들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지난해 11월 본격적인 지상전을 개시한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북부 지역 대부분을 장악했으며 최근 중부와 남부에서 집중적인 하마스 소탕 작전을 펴고 있다.
ⓒ 칸유니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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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묘지를 훼손하며 국제법을 위반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미국 CNN 방송은 20일(현지시각)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묘지를 불도저로 밀어버리고 전초기지 등으로 사용하고 있는 위성 사진과 소셜미디어 게시물,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목격담 등을 보도했다. 

유대인 묘지는 멀쩡... 팔레스타인 주민들 '분노'

이에 따르면 가자 북부 가자시티에 있는 샤자이자 묘지를 각각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10일에 촬영한 위성 사진을 비교해 보면 묘비와 나무 등이 있던 자리에 이스라엘군 차량과 모래 언덕이 있다. 

그리고 묘지 가장자리에는 최근에 불도저가 지나간 것으로 보이는 자국이 있다. 이 외에도 가자지구 남부 도시 칸유니스 바니 수헤일라 묘지, 북부 자발리야 인근에 있는 알 팔루자 묘지 등에서도 같은 흔적이 나타났다.

CNN 취재팀은 지난주 가자 중부 알부레이즈 지역에서도 불도저가 무덤들 사이로 지나간 자국을 확인했다면서 최소 16곳에 달하는 묘지가 훼손됐다고 전했다. 

하루아침에 가족의 무덤이 사라진 팔레스타인인들은 분노했다. 팔레스타인 파타 정당 대변인인 문터 알 하이에크는 2014년 이스라엘과의 가자지구 전쟁에서 사망한 딸과 할머니의 무덤이 없어졌다. 

그는 "1월 초 가자지구의 한 묘지에 있는 딸의 무덤을 찾아갔으나 자취를 찾을 수 없었다"라며 "이스라엘 점령군이 무덤을 파괴하고 불도저로 밀고 갔다. 끔찍한 장면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군으로부터) 팔레스타인 주민을 보호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를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이집트에 거주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시인 모삽 아부 토하도 최근 가자지구에 있는 형제를 통해 남동생의 무덤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전문가 "개인의 존엄성 모욕... 전쟁 범죄 해당"

이와 관련해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CNN이 확인한 훼손된 묘지 16곳에 대한 질문에 어떤 설명도 없이 "하마스가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묘지를 공격하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는 경우가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스라엘군이 묘지에서 무덤을 파헤치고 시신을 꺼내는 것이 목격됐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하마스에 잡혀간 인질들의 흔적을 찾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안전한 장소에서 진행하는 인질 식별 절차는 최적의 전문적 조건과 고인에 대한 존중을 보장한다"라며 "인질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 시신은 존엄성과 존중을 갖고 돌려보낸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CNN은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주민이 아닌 외국인이나 유대인 묘지는 훼손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묘지가 군사적 목적과 관련이 있다는 명확한 증거 없이 의도적으로 공격하거나 훼손하는 것은 전쟁 범죄와 인간성에 반하는 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1998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채택된 이른바 '로마 조약'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인권 변호사 무나 하다드는 CNN에 "특정 무덤만 의도적으로 훼손하는 것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며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개인의 존엄성에 대한 모욕 행위'라는 전쟁 범죄에 해당한다"라고 설명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무력 분쟁 연구도 제니나 딜 연구원도 "국제인도법은 전쟁이나 전투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의 존엄성을 보호하며, 그 보호는 죽어서도 끝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태그:#이스라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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