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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 속 파란눈이 동화 표지
▲ 트럭 속 파란눈이 동화 표지 트럭 속 파란눈이 동화 표지
ⓒ 시공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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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집으로 돌아가는 중 으슥한 골목길에서 새끼 고양이가 모여있는 것을 보았다. 야옹야옹 작고 귀여운 소리를 내며 동그랗고 검은 몸을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 귀여워 가까이 다가가자 어느새 어미 고양이가 나타나서 나를 노려보았다. 너무 놀라고 무서워서 후다닥 갈길을 재촉하고 집으로 들어갔던 기억이 난다. 그때의 일화를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리자 사람들이 다들 그냥 가길 잘했다며 새끼 고양이는 사람 손을 타면 안 된다고 하였다. 그땐 새로운 정보에 놀랐었는데 오늘 읽은 동화에 바로 그런 내용이 있었다. 황선미 작가의 《트럭 손 파란눈이》이다.

주인공 은호는 할아버지와 단둘이 시장 안 주단가게 노랭이 할머니네 창고에 사는 처지이다. 가난하고 어려운 살림이지만 할아버지는 분식집 아주머니에게 부탁해서 먹는 것만큼은 두둑이 먹도록 배려해 준다. 은호 할아버지는 시장에서 말장화를 신고 빨간색 목도리를 부르며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러 ‘거북시장의 강 카수’라고 불린다. 은호는 할아버지가 헐렁한 파자마를 입고 있을 때보다 할아버지가 좋아하는 세련된 옷을 입고 있는 것을 좋아한다. 은호의 흔들리는 이를 실로 묶어서 살점 뜯어지는 기분이 나도록 뽑은 후 사진까지 남기는 할아버지지만 은호는 할아버지가 좋다. 할아버지를 욕하는 사람들이 싫다.

변변한 집도 없이 창고에 사는 은호와 할아버지, 그리고 이를 둘러싼 이웃들의 이야기가 정감이 넘치고 따뜻하다. 돈만 밝히는 욕심쟁이 할머니인 줄 알았던 자식 한 명 없는 노랭이 할머니는 자신의 재산을 친척이 아닌, 양로원과 학교 등 지역사회에 기부한다. 숨겨진 아빠와의 일을 들춰낸 친구 연중이와는 주먹다짐까지 하고 싸우지만 이내 화해하고 웃으며 함께 등교한다. 은호가 배를 곯지 않도록 매일 따뜻한 끼니를 챙겨주는 맛나분식집 아주머니, 학교에 쥐를 가지고 놀러 와도 혼내지 않고 호기심을 다정하게 키워주는 담임 선생님까지….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마음을 포근하게 만든다.

이 책의 제목 《트럭 손 파란눈이》의 주인공 파란 두 눈의 어미 고양이도 사람 손을 탄 새끼 고양이 얼룩이를 혼자 내버려 두지 않고 결국엔 데려가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버려진 고장 난 트럭 밑에서 새끼 고양이들을 돌보며 생을 부여잡는 고양이들의 이야기에 길에서 마주치는 고양이들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게 만들 것 같다. 길 가다 한 번쯤 봤을 도둑고양이 가족들의 생태와 모성애 이야기가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까지 전염될 듯싶다. 황선미 작가의 동화는 소외된 이웃, 약한 동물들의 세계를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어 마음이 따뜻해지고 훈훈한 기분이 든다. 

한편 의문이 들기도 했다. 요즘도 정말 이런 동네가 있을까 하고 말이다. 비록 수군대고 손가락질해도 결국 따뜻한 마음으로 품어주고 함께 동고동락하는 이웃들이 사는 동네가 있는지 궁금해졌다. 까마득한 어린 시절 외에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때는 누가 새로 이사를 오면 시루떡을 돌리고 명절이 되면 함께 큰 마을잔치를 열고 친구들과 매일같이 사방치기를 하고 놀러 다니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그 후 내가 도시로 나가면서 겪은 일들은 서로 비교하고 질투하고 깎아내리고 따돌리고 헛소문을 퍼뜨리고 괴롭히는 일들만 비일비재했다. 어디서도 따뜻한 안식처라는 기분을 느껴보지 못했다.      

바로 이런 의미에서 이 동화가 더 의미 있는 것 같다. 각박한 경쟁사회 속에서 아련한 추억 속일지라도 어딘가 있을 법한 마을의 아름답고 따뜻한 이야기가 동화 속 은호와 할아버지, 연중이처럼 가족을 애틋하게 여기고 작고 여린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자고, 그런 이상향을 꾸려가자고 다짐하게 된다. 세상사에 너무 지치고 힘들 때, 이렇게 동화 한 편은 지친 마음을 위로한다. 어린 시절을 박탈당한 마이클 잭슨이 네버랜드를 만들었듯이, 힘든 청년 시절을 보낸 나는 동화를 보며 공감받고 위로받고 아름다운 세상을 꿈꾼다. 그를 위해 계속해서 동화를 읽고 창작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

덧붙이는 글 | 브런치 https://brunch.co.kr/@lizzie0220/671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태그:#트럭속파란눈이, #황선미, #시공주니어, #동화,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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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심어주고 싶은 선생님★ https://brunch.co.kr/@lizzie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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