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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금융감독원장). 23개 자산운용사 CEO와 간담회 모습. 2023.11.29.
 이복현(금융감독원장). 23개 자산운용사 CEO와 간담회 모습. 2023.11.29.
ⓒ 금융감독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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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건설의 자구 계획이 아니라, '오너 일가'의 자구 계획이 아닌가, 이렇게 채권단이 의심하는 것 같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워크아웃(기업구조 개선작업)을 신청한 태영건설에서 오너 일가의 사재 출연 등이 빠진 자구 계획을 내놓은 데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대규모 불완전판매 의혹이 불거진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과 관련해 조속히 검사를 실시하고, 불법 공매도 사건에 대해선 검찰 수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4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본원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신년 인사회에서 이 원장은 "현재 (태영건설) 채권단에선 태영 측의 진실성 있는 자구 노력이 부족하다고 의구심을 표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국도 워크아웃 신청 때 약속한 최소한의 자구책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데 대해 우려와 경각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당국은 다양한 경우의 수를 염두에 두고, 시장 안정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했다. 그는 "협력업체와 수분양자 등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건설업 전반에 연쇄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관계기관과 유기적으로 협력해 시장 안정 조치 확대 등을 포함한 다양한 대응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태영건설, '자기 뼈' 아닌 '남의 뼈' 깎는 노력 아닌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로 유동성 문제를 겪고 있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27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와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 이른바 'F(Finance)4' 멤버들은 전날 회의에서 태영건설 워크아웃 가능성과 그에 따른 부동산 PF 현안 등을 논의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태영건설이 위치한 태영빌딩 로비의 모습.
▲ "F4" 회의서 태영건설 워크아웃설 논의…PF 도미노 위기 우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로 유동성 문제를 겪고 있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27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와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 이른바 'F(Finance)4' 멤버들은 전날 회의에서 태영건설 워크아웃 가능성과 그에 따른 부동산 PF 현안 등을 논의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태영건설이 위치한 태영빌딩 로비의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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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 SBS를 소유한 태영그룹의 모태기업인 태영건설은 지난해 12월28일 480억원의 서울 성수동 오피스빌딩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면서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2023년 11월 말(별도기준) 태영건설의 PF 우발채무는 3조6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3일 태영그룹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고, 계열사인 에코비트의 매각을 추진해 매각 자금을 태영건설에 지원하는 안을 발표했다. 오너 일가의 사재 출연이나, SBS 지분 매각 가능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아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도 이 원장은 강도 높은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협력업체, 수분양자, 채권단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원하기로 한 아주 기본적인 요건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대신 (자금이) 총수 재산의 핵심인 티와이홀딩스 지분을 지키는 데 쓰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부동산 호황기 동안 태영건설은 시공·시행 등을 한꺼번에 도맡아 하면서 1조원이 넘는 이익을 얻었고, 그중 상당 부분이 총수 일가의 자금 증식에 기여한 바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태영 측이 최초 (워크아웃) 신청 때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언급했는데, 지금 와서 보니 '자기 뼈'가 아니라 '남의 뼈'를 깎는 노력 아닌가, 그런 의심을 대주단이 하는 것 같다"며 "당국 입장에서도 일부 수긍이 가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워크아웃 가능하다 생각...11일에 어떻게든 끝날 것"

가급적 워크아웃을 이끌어내겠다고도 했다. 이 원장은 "채권단이 수긍할 수 있는 형태의 유동성 조달 근거를 마련한다면, 저는 충분히 워크아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가급적 워크아웃으로 끌고 갈 수 있도록 금융위원회와 협력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 여부가 결정되는 오는 11일에는 개시 여부를 확정 짓겠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1월11일이 지나서도 이 이슈를 끌고 갈 거라고 혹시 누군가 기대하고 있다면, 그건 아닐 거라는 점을 말씀드린다"며 "11일에 어떻게든 끝날 것"이라고 했다. 

또 이날 이 원장은 홍콩H지수 ELS와 관련해 조속히 검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12개 판매사에 대한 현장·서면 조사를 완료했다"며 "일부 판매사에서 ELS 판매 한도 관리 실패, 고위험·고난이도 상품 판매 계약서 미보관 등 전반적인 관리 체계상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어 "보다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 주요 판매사에 대한 검사를 조속한 시일 내 실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홍콩 ELS 판매사들, 투자자 보호 준수하지 않았다면 책임 부담 불가피"
 
홍콩H지수 연계 ELS(주가연계증권)에서 내년 상반기 대규모 손실 가능성이 불거진 가운데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지수 ELS 피해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 홍콩지수 ELS 피해자 집회 홍콩H지수 연계 ELS(주가연계증권)에서 내년 상반기 대규모 손실 가능성이 불거진 가운데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지수 ELS 피해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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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원장은 "자기 책임 원칙 하에 금융투자상품을 거래해야 하는 것은 자본시장의 기본 원칙"이라면서도 "다만, 판매사들이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적합성 원칙 등을 실질적으로 준수하지 않았다면 책임 부담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현장 조사를 통해, 시중은행들이 핵심성과지표(KPI)에 매몰돼 불완전판매를 저지른 정황을 포착했는지 여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이 원장은 "몇 가지 문제점이 명백하게 드러난 주제들이 있는데, 오늘은 여러 이슈가 혼재돼 있으니 양해해달라"면서 "아주 신속히 검사에 착수할 예정이고, 검사에 착수하면서 검사 배경 등을 정리한 자료를 배포할 것"이라고 했다. 

불법 공매도 사건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지원하겠다고도 했다. 이 원장은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에서 고발한 해외 아이디 불법 공매도 사건과 관련해 검찰 수사 지원을 위해 이번주 중 다수의 인력을 남부지검에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감원이 전체적으로 진행 중인 해외 아이디 불법 공매도 조사 과정에서 여러 아이디의 100억원 규모 불법 공매도를 추가로 확인했고, 일부는 조사 절차의 후반 단계를 밟고 있다"며 "신속하고, 엄정하게 절차를 진행해 짧은 시일 내 국민께 소상히 보고드리겠다"고 했다. 

태그:#이복현, #금융감독원, #PF, #홍콩ELS, #태영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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