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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2024년 갑진년 청룡의 해가 밝았다. 푸른 용처럼 힘차게 승천하자는 말을 여기저기서 듣는다. 늘 이맘때면 그 해의 동물을 인용해 올 한 해도 잘 지내보자는, 잘 나아가보자는 말을 주고받으며 결의를 다진다. 하지만 이런 대찬 기운의 뒤에는 작심삼일이라는 약한 마음도 있으니 이중 누가 이기느냐는 순전히 나의 몫인 것 같다.

불과 며칠만에 내 의지를 접으며 '난 이거랑 안 맞나봐', '아이 입시가 끝나면 운동해야지', '지금은 바쁘니 다음번에 해야겠다'라는 세월이 십수 년이었다. 이제 와서 보니 안 맞는 게 아니라 꾸준히 안 한 거였고, 아이 학업은 일 년 더라는 변수가 있었으며, 바쁘다는 건 나를 정당화시키기 위한 멘트였다는 걸 딸의 재수 시기에 알게 되었다. 
 
아이가 재수 시작할 때 인스타그램에 올린 첫 글과 사진입니다.
▲ 인스타에 올린 첫글 아이가 재수 시작할 때 인스타그램에 올린 첫 글과 사진입니다.
ⓒ 백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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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모를 불안감과 걱정을 덜어내려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리기 시작한 것이 이제 3년 째다. 많이 쓴 것도 아니고 변변한 작품을 쓴 것도 아니지만! 그저 소소한 일상을 쓰다보니 조금씩 나를 변화시키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그건 바로 꾸.준.한. 끄적임이었다. 오늘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나를 변화시키는 끄적임에 대해 (쓰는) 기간별로 나눠 얘기하고 같이 공감하려 한다. 

우선 칭찬일기다. 매일 쓰는 것이 중요하다. 벌써 2년째 하고 있는 일이라고 의기양양하게 말은 하지만 실은 작년 12월 8일부터 쓰기 시작했으니 채 한 달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자신있게 얘기하는 건 별것 없는 소소한 나의 하루에 의미를 부여해주기 때문이다. 평범한 한 문장이 오늘의 나를 쓰다듬고 내일의 나를 응원하는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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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8일부터 시작한 칭찬일기로 소소한 하루를 남기기 위해 쓰고 있습니다.
▲ 칭찬일기 작년 12월 8일부터 시작한 칭찬일기로 소소한 하루를 남기기 위해 쓰고 있습니다.
ⓒ 백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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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이 정해져있는 건 아니지만 시작이 궁금한 분들에게 예를 들면~

1. 날짜와 요일을 쓴다. 앞으론 날씨도 적으려 한다. 반 년 후 그날의 날씨와 칭찬사항의 상관관계가 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2. 5분 정도 오늘을 회상한다. 칭찬거리를 찾는다. 
3. 쉬운 단어로 짧게 한 문장을 쓴다. 이게 포인트다! 멋드러진 단어를 찾거나 길게 쓰려 하면 바로 짐(부담)으로 다가온다. 그러니 단순하게 쓸 수록 좋다.
4. 칭찬할 거리가 없을 땐 의식주 얘기를 쓴다. 밥을 잘 먹은 것도 옷을 골라 입고 나갔다 온 것도 당연해 보이지만 나의 노력이자 선택이니까.
5. 할 일을 다 못했을 땐 내일(다음)을 위한 힘찬 응원의 한 마디로 마무리하면 된다.
6. 그래도 아무것도 없을 땐 그땐! 지금 이 순간 끄적이고 있는 나의 시도 자체를 칭찬하면 된다. 

위의 사진은 12월 19일에 쓴 것이다. 책을 읽기 시작했다고 썼으나 딱 한 장 읽었다. 그래도 썼다. 첫 발을 내딛었으니. 또 지난주 잊어버리고 못 쓴 내용이 생각나 그것 역시 덧붙였다. 

처음엔 칭찬과 응원의 글로 시작했지만 요즘은 읽은 책이나 카페에서 누구와 무엇을 먹었는지도 써놓는다. 내가 살아온 하루를 야사와 정사를 넘나드는 역사로 기록해 놓는 느낌이다. 칭찬과 일상을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4일치면 한 페이지가 되고 8일치면 한 장이 된다.

​다음은 다이어리나 휴대폰에 쓰는 일정표다. 반성이나 ​느낌같은 서정적인 요소는 없으나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스케줄을 써 놓으면 머릿속이 한결 가벼워지고 정리가 되는 느낌이다. 회의, 약속, 배우는 모임 등을 색깔별로 달리 해 놓으면 일주일이 보이고 한 달이 정리되며 한 기간에 쏠리지 않게 일을 적절하게 나눌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연말 또는 연초에 쓰는 올해의 계획표가 있다. ​2015년 12월 30일부터 남편과 아이와 함께 쓰기 시작했다. 기왕 살아갈 일 년 간단히 적어놓고 시작하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실제로 각자의 내용들이 방향등이 되는 걸 보면 나침반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방법을 덧붙이자면, ​A4용지 한 장을(다른 용지여도 상관없다) 식구 수 대로 잘라 거기에 각자의 새해 바람을 적은 후 소리내어 읽는다. 이때 전 해에 기록한 것을 보며 서로의 노고를 보듬어준다. 잘했건 못했건 상관없다. 일년을 잘 지내고 다시 같은 자리에서 같은 구성원과 서로를 이해하고 이야기 나누는 것이 중요하니까.

​특히 이건 사춘기 자녀가 있는 집이라면 더 권하고 싶다. 아이가 중 1이었던 2016년 친구 문제로 힘들어 하고 있었던 것을 알게 됐다. '친구 관계 원만하게 유지하고 멘탈 강해질 것', '내가 나일 것'이라고 써 놓은 것을 보고 남편과 나는 아이를 응원했다.

말하기 싫고 힘들어 하는 사춘기 아이들에게 글로 담담하게 응원함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었다. 9년이 지난 지금 우린 또 다른 고민을 하며 서로의 갈 길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일이 잘 안 풀릴 때가 꽤 많았다. 겉으론 밝은 척 했으나 속으론 많이 울었다. 그러면서 세상 일이 만만치 않음을 느끼게 되었다.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봤다. 그건 나를 바꾸는 일이더라. 

돈을 많이 번 것도 남들이 말하는 거대한 성공을 이룬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제 조금은 안다. 나를 변화시키는 건 내 자리에서 소소한 일을 꾸준하게 써 나가는 것임을. 이것이 내가 바라는 진정한 변화이자 성공이라는 것을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브런치스토리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태그:#변화, #성공, #꾸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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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년차 일본어강사입니다. 더불어 (요즘은) 소소한 일상을 색다른 시선으로 보며 글로 씁니다. 그리고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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