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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는 매우 영광스러운 위치에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 영광스러운 자리의 배경에 김 여사 가족의 부 축적과 관련 숱한 의혹이 존재한다. 지난 11월 16일 대법원은 대통령의 장모인 최은순씨 대해 징역1년을 확정했다. 2013년 성남 도촌동 땅을 차명으로 매입하는 과정에서 4회에 걸쳐 총 350억 가량의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오마이뉴스>는 김건희 일가의 부 축적 과정을 최대한 기록에 근거해 살펴봤다. 부동산등기부 328부, 법인등기부 88부, 김 여사 일가와 법적 공방 중인 정대택씨가 수집한 진술서, 판결문, 공소장 등 3105페이지 분량의 관련 기록을 분석했다. 김 여사 어머니 최은순씨를 중심으로 그 가족의 과거를 들여다본다.[편집자말]
* 가족의 영광④ '김건희 모녀, 미납세금 압류 말소까지 5710일 걸렸다'에서 이어집니다. (https://omn.kr/26oxl)

"최 회장 생신 날. 분당 큰 딸 집에 초대되어서 명신이 차 타고 작은 엄마랑, ○○랑 다녀왔다."

"최 회장님이 ○○ 데리고 빕스 가자고∼ 석촌 호수 한 바퀴."


고 백윤복씨(2013년 사망, 전 법무사) 부인이 작성한 가계부 메모 일부다. 백씨는 윤석열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의 '정대택 모해위증 교사 의혹' 핵심 인물이다. 그는 오금동 스포츠프라자 근저당채권 이익 배분 약정서를 두고 정대택씨와 최씨가 법정 공방을 벌이는 과정에서 최씨에게 유리한 증언을 했다. 백씨는 2심 재판에서 위증 자수를 했는데, 최씨로부터 대가를 받고 거짓 증언을 했다는 것이었다. 

검찰은 백씨를 위증죄가 아닌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변호사가 아니면서 금품·향응 기타 이익을 받거나 받을 것을 약속했다"는 것이 당시 검찰 판단. 그로 인한 공판 과정에서 백씨 측이 최은순(최 회장)씨는 물론 김건희 여사(김명신, 개명 전 이름)와 한때 가족처럼 가까운 사이였음을 보여주는 근거로 제출한 것이 백씨 부인의 가계부다. 백씨 부인은 2006년 2월 열린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렇게 증언했다.

변호인 : "최은순은 2004. 8. 1. 경북 김천까지 증인의 모친상에 조문을 왔고, 2004. 9. 경부터는 증인과 석촌 호수에서 매일같이 운동을 하였으며, 증인의 결혼기념일이나 생일에 저녁식사는 물론 워커힐쇼 관람을 시켜 주는 등 증인 및 피고인의 기념일 및 집안 대소사를 직접 챙겨주면서 가족처럼 지내왔지요. 심지어 최은순은 '우리는 패밀리다'... (중략) 위 말을 증인도 직접 들어서 알고 있지요."

백씨 부인 : "예, 증인도 최은순이 위와 같은 말을 하는 것을 직접 들었고, 최은순은 그 외에도 '내가 어떤 X인지 보여준다, 평생 먹고살게 해 준다'는 말을 항상 하였습니다."


최은순 사업 파트너, 자선도예가로 이름 알려
 
고 백윤복씨(2013년 사망, 전 법무사) 부인이 작성한 가계부 메모 일부. 백씨 가족이 김건희 여사 일가와 한때 가족처럼 가까운 사이였다는 근거로 법정에 제출됐었다. '명신'은 김 여사의 개명 전 이름이다.
 고 백윤복씨(2013년 사망, 전 법무사) 부인이 작성한 가계부 메모 일부. 백씨 가족이 김건희 여사 일가와 한때 가족처럼 가까운 사이였다는 근거로 법정에 제출됐었다. '명신'은 김 여사의 개명 전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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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촌호수에서 거의 매일 같이 운동했다는 '최은순 패밀리'. 그 중 한 사람이 백씨 부인 가계부에 등장한다. 

"12시경 최 회장, 김 원장 같이 워커힐 뷔페 점심식사."

"최 회장, 김 원장이랑 ○○의 날로 '아웃백'."


김 원장은 최씨의 오랜 사업 동업자로 알려져 있는 김충식 한국교양문화원 원장을 일컫는다. 그는 최씨와의 인연에 대해 기명 인터뷰를 통해 직접 이렇게 밝힌 적이 있다. 

"최 회장의 남편과 알고 지낸 사이다. 최 회장의 남편은 (경기도) 양평군청 산림과장을 지낸 공무원이었다. 아주 오래 전에 함께 청소년 돕기 봉사활동을 하다가 남편을 먼저 알게 됐고 이후에 양측 가족끼리도 알고 지냈다. 더 가까워진 건 함께 사업을 하게 되면서부터다." (2021년 7월 30일자 <UPI뉴스>)

두 사람이 함께 한 사업은 다양했다. 우선 해사 채취 및 골재 판매업을 했던 충은산업 법인등기부에 이들의 이름이 나타난다. 두 사람은 2000년 6월부터 2017년 6월 회사가 해산할 때까지 대표이사 등을 나눠 맡았다. 또한 김 원장은 김건희 여사 일가가 운영했던 미시령휴게소 사업체 (주)미시령에서도 10년간 이사를 역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엔씨포아시아란 소프트웨어 사업체도 함께 운영한 적이 있다. 최씨는 2010년 6월부터 3년 간 이사로 재임했다. 

엔씨포아시아 경우는 명인동산으로 이름을 바꿔 유지되고 있는데 현재 김 원장이 대표이사다. 사업 목적은 당초 "소프트웨어 개발 및 판매" 등에서 "국내외 문화컨텐츠 교류사업"으로 변경됐다. 문화예술사업체로 그 성격이 바뀐 것이다. 예술문화인으로서 김 원장의 이력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김 원장은 도예가로서 세상에 그 이름을 널리 알렸던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자선도예전을 통해 가정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들을 10여 년 동안 도와준 공로를 인정받아 1993년 5월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는다. 당시 <조선일보>는 "김씨가 전국의 각 기관장들로부터 받은 감사패만 40개가 넘는다"고 전했으며, <경향신문> 또한 "그는 현재 서울지검동부지청 소년소녀 선도위원회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자선도예가로서의 선행과 맞물려 자연스럽게 김 원장의 인맥 또한 확장됐던 셈이다. 

지검장 출신 헌법재판관과의 독대 전언... "아니 내가 무슨 이유로 락천 선생을..."
 
김충식 한국교양문화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와 오랜 세월 사업을 함께 했다. 김 원장은 도예가로서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리기도 했다. 특히 김 원장은 자선도예전을 통해 가정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들을 도운 선행을 펼쳐 1993년 5월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당시 <조선일보> 보도.
 김충식 한국교양문화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와 오랜 세월 사업을 함께 했다. 김 원장은 도예가로서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리기도 했다. 특히 김 원장은 자선도예전을 통해 가정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들을 도운 선행을 펼쳐 1993년 5월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당시 <조선일보>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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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김 원장의 인맥에는 법조계 인사들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변호사법 위반으로 자신을 기소한 검찰 판단에 이의를 제기하며 고 백윤복씨는 2006년 1월 제출한 탄원서를 통해 김 원장과 가까운 검찰 쪽 인사 10명을 거명했다.

"내로라 하는 검찰 전·현직 간부(○○○ 차관, ○○○ 대전 차장, ○○○ 대검 기획조정부장, ○○○ 당시 동부 검사장, ○○○ 차장, ○○○, ○○○ 변호사 등)와 법조계 고위 인사들(A 헌법재판관, ○○○ 판사, ○○○ 변호사 등)의 실명을 거론하며 그들과의 친분을 과시했던 김충식 원장이(원문에는 최은순씨와의 사적 관계를 지칭하는 표현으로 언급돼 실명으로 바꿔 기재, 기자 주) 옆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법률 상담과 자문의 대가로 변호사도 아닌 피의자에게 2억이라는 거액을 줄 하등의 이유가 없었고..." 

이 중 김 원장 스스로도 본인과 친분이 있다고 인정한 거물급 검사가 있다. 검사 출신으로 지검장을 거쳐 헌법재판관까지 역임한 A씨다. 김 원장은 2004년 11월 (주)미시령 탈세 혐의 등에 대해 피내사자로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게 된다. 당시 진술조서를 보면, 김 원장은 A 전 헌법재판관이 △△지검장 시절 검사장실에서 그를 만나 다른 사건 관련 쪽지를 건네고 나왔다고 진술한다. 검찰에서는 사건 청탁이 아니었느냐고 묻는다.

검찰 : "진술인은 단지 사건의 경과를 알아봐 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받았을 뿐이라고 진술하고 있으나, 서울에서 △△까지 내려가 검찰청의 높은 사람을 만난 것으로 보아 사건을 무마해달라는 적극적인 부탁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데, 그러한가요."

김충식 : "아닙니다. 단지 사건의 내용을 알아봐 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뿐이고 브로커들이나 하는 짓은 부탁을 받지 않았습니다."


이와 같은 독대는 A 검사장이 헌법재판관으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또 있었다고 한다. 김 원장은 자신에 대한 탈세 조사가 정대택씨의 모함이란 내용의 탄원을 제출하게 되는데, 그 중에는 김 원장이 미국 출장을 갔다 첫 출근한 A 헌법재판관을 만나 한 시간 이상 대화를 나누며 오해를 풀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저는 재판관님한테 '재판관님이 나를 잡아넣으라고 지시한 일이 있느냐'고 물어보았더니, '아니 내가 무슨 이유로', 저의 호를 부르면서, '락천 선생님을 그렇게 할 이유가 없고, 락천 선생과의 수년간의 교분을 소중히 항상 여기고 있다'고 하시면서, 피고소인(정대택씨, 기자 주) 기소된 공소 사실 기록을 보시더니 '이런 사람이 왜 구속되지 않았지' 하시면서, '이런 사람은 별별 음해와 모략을 합니다. 락천 선생 너무 걱정 마세요', 저를 위안시키면서, '험상궂은 놈을 만났군요. 검사나 판사님들은 현명하게 판단하십니다', 말씀하시면서 근 한 시간 이상을 얘기하고 나왔습니다." (2004년 8월)

검찰 고위직·지방 국세청장 등과 '도자기 교류'... 충남 지역 정치인들과도 교분
 
해사 채취 및 골재 판매업체 '충은산업' 법인등기부. 윤석열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와 김충식 한국교양문화원장은 2000년 6월부터 2017년 6월까지 각각 회사 대표 등으로 재임하면서 충은산업을 운영했다. 업체명은 두 사람 이름에서 각각 한 글자를 따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해사 채취 및 골재 판매업체 '충은산업' 법인등기부. 윤석열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와 김충식 한국교양문화원장은 2000년 6월부터 2017년 6월까지 각각 회사 대표 등으로 재임하면서 충은산업을 운영했다. 업체명은 두 사람 이름에서 각각 한 글자를 따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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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원장의 인맥은 법조계에 국한되지 않았다. 2004년 11월 서울중앙지검 조사 당시에는 (주)미시령 세무조사와 관련하여 국세 추징금 감면을 목적으로 당시 △△지방국세청장에게 청탁을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도 있었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전부 모략"이라면서도 △△지방국세청장과의 만남 자체는 인정했다.

검찰 : "진술인은 그 당시 △△지방국세청장 B를 만난 일이 있는가요."

김충식 : "예, B는 기왕부터 알고 있던 사람이나 세금 문제를 부탁하러 갔던 것은 아닙니다. 2001. 5. 경 B에게 고마움을 표시해야 할 계기가 있어 감사의 문구와 직함을 넣어 제작한 도예접시 1점을 가져다 준 일이 있을 뿐입니다."

검찰 : "고마움을 표시해야 할 계기란 무엇인가요."

김충식 : "평소 알고 지내던 C 검사장님께서 수원에서 전시회를 개최하여 수원지검 선도위원회에 기금 2천만원을 만들어 주면 어떻겠느냐고 하여 2001. 3. 경 수원시립미술관에서 저의 호인 낙천도예전시회를 개최하였는데 그 자리에 B 국세청장이 참석하여 저의 작품을 2점이나 구입해 주었기 때문에 내심 고마움을 가지고 있다가 전시회가 끝나고 난 후 2개월쯤 지나 B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러 갔던 것입니다."


C 수원지검장의 제안에 도자기 전시회를 개최했고, 작품을 구매한 지방국세청장에게 도자기로 보답했다는 것이다. 

이런 네트워크는 정치권에도 형성됐던 것으로 보인다. 그 대상은 주로 충남 지역 정치인들이었다. 김 원장이 검찰 조사 과정에서 친분을 밝힌 정치인으로는 전두환·노태우 정권에서 총무처 장관을 역임한 전 서울시장(충남 아산 출신), 충남 공주 출신으로 시의회 3선을 했던 전 시의원 등이 있었다. 또한 김 원장은 자민련과 민자당 소속으로 4선을 했던 국회의원(충남 당진 출신)이 이끄는 '목요포럼'에도 최은순씨와 정기적으로 참석했다고 밝혔다. 

김충식 : "저와 고소인(최은순)은 평화외교 안보포럼 회원으로 매주 목요일 아침에 포럼회가 열리기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주일에 한 번 씩은 만납니다." (2004년 1월 8일, 최은순씨와 정대택씨 법적 분쟁 과정에서 김충식 원장의 진술)

"내가 부가가치 많이 내서 명신이 엄마 업그레이드"
 
김충식 원장이 윤석열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덕분에 갖게 됐다며 고마움을 표시(기사 본문 참조)한 부동산은 대우레이크월드 아파트 16○○호다. 대선 국면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최씨의 차명 소유 의혹을 제기했고, 국민의힘은 김 원장 자금으로 구입한 것으로 어불성설이라 반박한 바 있다. 대우레이크월드 아파트 전경.
 김충식 원장이 윤석열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덕분에 갖게 됐다며 고마움을 표시(기사 본문 참조)한 부동산은 대우레이크월드 아파트 16○○호다. 대선 국면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최씨의 차명 소유 의혹을 제기했고, 국민의힘은 김 원장 자금으로 구입한 것으로 어불성설이라 반박한 바 있다. 대우레이크월드 아파트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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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상습적인 부동산 투기자로 국세청 조사를 받거나 러브호텔 불법증축 업주로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신문에 두 차례 이름이 오르내렸던 최씨였다. 최씨는 김 원장과의 만남을 고맙게 생각했다고 한다. 

"내가 참, 이런 아파트라도 하나 갖게 되고, 이것도 참, 어떻게 했던, 내가. 명신이 엄마 덕 아니요! 그래서 난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내가. 내가 명신이 엄마 안 만났더라면 내가 이런 저거. 또 명신이 엄마 나한테 감사하고...(중략) '아, 그래도 원장님 만나 갖고', 내가 또 부가가치를 많이 내서, '조금 내가 업그레이드됐다', 이런 생각으로 서로 감사하게 생각하는 거예요." (2008년 8월경, 최은순·김충식·김○○ 대화 녹취록)

김 원장이 부가가치를 많이 냈고, 그로 인해 최씨가 업그레이드됐다고 생각한다는 이 말. 김 원장의 인맥이 김건희 여사 일가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보여준다. 현재 이들 '가족의 영광'이 만들어지는 데 큰 역할을 했던 자산이었던 셈이다. 그가 만든 '부가가치'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김건희 여사가 예술가로서 진로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김 원장이 조력자 역할도 했기 때문이었다.

* 가족의 영광⑥으로 이어집니다.

태그:#최은순, #김건희여사, #김충식, #모해위증교사, #가족의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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