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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되면서 주변에 감기, 몸살감기 걸린 사람이 늘어난다. 무리해서 생기기도 하지만 면역력이 약해 감기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 나는 겨울이 오기 시작하면 밤이나 낮이나 수면 머플러를 빼놓지 않고 목에 감고 생활한다. 겨울이 오면 내 몸의 온도를 올리고 목을 보호하는 것이 감기 예방의 지름길이다.

감기 몸살에 걸리면 몸이 힘들지만 무엇보다 목 아픈 것이 제일 힘들다. 우리 아파트와 가까운 곳에 시 낭송 모임 총무님이 살고 있다. 지난 모임에 나오지 않아 궁금해서 전화를 했더니 목감기로 말도 제대로 못 한다. 음식도 먹을 수가 없다고 한다. 음식까지 먹지 못하면 약도 먹을 수 없고 더 힘든데... 평소에 좋아하는 팥죽을 배달해 먹으려 했더니 못 먹겠다고 한다. 

이를 어쩌지? 걱정이 됐다. 나는 가족 중에 누가 아프면 된장죽을 끓여 준다. 배탈이 나거나 아니면 입맛이 없을 때도 된장죽을 끓였었다. 그 계절에 나오는 야채를 넣고 떠먹기 좋을 농도로 끓이면 된다. 쌀알이 쫘악 퍼져 소화하기도 편한 음식이다. 

비가 부슬부슬 오는데 아욱하고 굴을 사서 된장죽을 끓일까 하고 시장엘 갔다. 아욱은 제철이 아니라 없고 근대가 있었다. 근대하고 굴을 사가지고 와서 담가 놓은 쌀로 죽을 끓였다. 근대는 씻어 잘게 절단을 해서 넣고 주걱으로 저어 주며 끓인다. 점심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마음이 바빴다.
   
 쌀을 담갔다 죽을 끓였다.
▲ 완성된 죽  쌀을 담갔다 죽을 끓였다.
ⓒ 이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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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로 "총무님 죽 끓이고 있어요. 점심 먹지 말고 기다려요" 말을 해 놓았지만 12시가 훨씬 넘어 마음이 급하다. 죽이 다 끓은 다음 굴을 넣고 한 번만 푹 끓어오르면 불을 끄면 죽은 완정 된다. 멸치 맛을 낸 국물에 끓인 죽은 먹을 만하다.

환자는 입맛 없어도 밥을 먹고 약을 먹어야 해서 무얼 먹어도 먹어야 한다. 내가 몸을 써서 음식을 전하는 것은 자랑삼아 하는 일도 아니고 내가 고마웠던 마음을 조금이라도 전하고 싶어 하는 행위다. 요즘은 누구에게 선물한다는 일이 쉽지 않다. 취향도 다르고 무엇이 필요한지 알 수 없다.

끓인 죽을 들고 마음이 바빠 밖으로 내려오니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모자는 썼으니 그냥 가자. 종종걸음으로 죽을 전해 주니 제주 옥돔 생선 두 마리와 귤을 내 손에 들려준다. 죽 한 그릇 전하고 더 많은 먹거리를 받아 들고 돌아오면서 마음이 따뜻하다. 내 얼굴에 부딪치는 물망울은 빗물인가 눈물인가 잘 모르겠다. 

이토록 작은 거라도 나룰 수 있어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사람이 살아가려면 혼자는 살 수 없다. 누군가와 서로 기대고 마음을 나누고 사는 것. 그렇지 않으면 삶은 얼마나 삭막하고 건조할까. 그래서 나는 아직은 내 건강이 허락되어 음식을 만들어 사랑을 전한다. 찰밥도, 김치찜도. 며칠 동안 만들어 전했다. 내가 연말에 가까운 지인들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나로 인하여 잠시라도 행복했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태그:#선물, #된장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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