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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 치유의숲, 호숫가에 뿌리를 내린 한 그루 거목. ⓒ 성낙선

여행을 다녀온 뒤에 다음날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가고 나면, 그새 어디에 다녀왔는지 모르게 금방 잊히는 여행지가 있다. 그런가 하면, 별달리 강한 인상을 받지 않았는데도 계속 머릿속에 남아 그곳에서 있었던 일들을 되돌아보게 되는 여행지가 있다. 충남 서천군에 있는 '서천 치유의 숲'이 그런 여행지들 중에 하나였다.

그곳에 다녀온 뒤로 문득문득 그곳에서 보았던 풍경들이, 그곳 숲속에서 보낸 시간들이 자꾸 떠오른다. 숲 속 가득히 쏟아져 내리던 밝은 햇살과, 그 햇살을 받아 하늘빛만큼이나 파랗게 빛나던 호수와, 겨울인데도 여전히 청청한 생기를 간직하고 있던 소나무와, 그 모두를 부드럽게 감싸고 있던 낮은 산등성이가 생각난다.

문을 열고 집 밖을 나설 때마다, 이 문밖으로 서천 치유의 숲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을 하곤 한다. 숲 근처에 집을 짓고, 날마다 숲으로 여행을 떠나는 삶을 그려보곤 한다.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들뜬다. 그곳에 다녀오고 나서, 내가 가까이 두고 살았으면 하는 세상이 하나 더 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서천 치유의숲, 안내판. ⓒ 성낙선
서천 치유의숲, 유아숲체험원 트리하우스. ⓒ 성낙선

특별한 힘을 가진, 치유의 숲

서천 치유의 숲은 사람들의 지친 심신을 달래주는 특별한 힘을 가진 숲이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몸과 마음에 건강한 기운을 불어넣는다. 풍경도 아름답다. 무엇보다 산책을 하기에 좋은 곳이다. 산책로가 대체로 완만한 비탈길이다. 그 길을 걷다 보면, 머리는 맑아지고 다리는 점차 가벼워지는 것이 느껴진다.

치유의 숲 입구로 들어서면, 맨 먼저 '유아숲 체험원'이 나온다.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숲 체험과 교육을 함께 실시할 수 있게 만들어놓은 공간이다. 아이들 놀이터를 자연환경에 가깝게 만들어 놓았다. 이곳을 지나면, 대나무숲을 지나가는 좁은 언덕길이 보인다. 그 길이 다음에는 어떤 풍경이 나올지 기대를 품게 만든다.
 
서천 치유의 숲 안에 산으로 둘러싸인 저수지, 종천수원지. 왼쪽에 문수산(311m)이, 오른쪽이 희리산(326m)이 자리를 잡고 있다. 물이 깨끗해 지역 주민들의 식수원으로 사용되고 있다. ⓒ 성낙선

언덕 위로 올라서면, 호수가 한눈에 들어온다. 산 속 숲으로 에워싸인 호수가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다. 왼쪽에 문수산(311m)이, 오른쪽에 희리산(326m)이 자리를 잡고 있다. 산이 컸으면 호수가 작아 보였을 것이고, 산이 더 작았으면 호수가 더 커 보였을 텐데, 호수가 그 산에 딱 맞는 크기를 갖추고 있다.

사방이 산으로 막힌 곳에서 호수가 가져다주는 개방감이 말할 수 없이 시원하다. 물결 하나 일지 않는 잔잔한 호수가 보는 사람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준다. 호숫가를 따라서 장애인들이 편하게 오갈 수 있는 무장애 나무 데크가 놓여 있다. 덕분에 비장애인들도 편하게 이 길을 이용할 수 있다.
 
서천 치유의숲, 호숫가 나무데크. ⓒ 성낙선
서천 치유의숲, 치유센터 건물. ⓒ 성낙선

호숫가를 따라서 걷다 보면, 안쪽에서 2층으로 지어진 '치유센터' 건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치유센터는 방문객들을 상대로 숲속 명상이나 티테라피, 맨발 걷기 등 다양한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다. 치유센터 뒤로는 온통 푸른 숲이다. 소나무가 주종인 숲속으로 여기저기 산책로가 깔려 있다.

서천 치유의 숲에는 치유센터를 중심으로 2개의 등산코스와  2개의 치유코스가 마련돼 있다. 가벼운 산책을 원할 때는 치유코스를 선택하는 게 좋다. 호수 둘레와 숲속을 돌아 나오는 치유코스가 2.9km로, 천천히 걸어서 약 50분가량 걸린다. 치유코스에서는 그냥 걷기만 하는 게 아니다.

'수변명상의 숲'에서는 차분하게 명상을 잠길 수 있다. '하늬바람풍욕장'에서는 나무 그늘에 누워서 산림욕을 할 수도 있고, '물빛전망대'가 있는 곳에서는 평상 위에 앉아 책을 읽을 수도 있다. 그 외에도 '물향기치유원', '능소화터널'에서는 또 다른 방식으로 숲이 주는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서천 치유의숲, 양지 바른 산책로. ⓒ 성낙선
서천 치유의숲, 능소화터널. ⓒ 성낙선
 
다양한 산림치유 프로그램들

서천 치유의 숲은 '산림치유'를 실시함으로써, 사람들의 건강을 증진하는 데 도움을 줄 목적으로 조성됐다. 산림치유는 '숲에 존재하는 다양한 환경요소를 활용하여 인체의 면역력을 높이고,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회복시키는 활동'을 말한다. 그에 따라 치유센터를 설립하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여러 가지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서천 치유의 숲은 일반적인 숲들과는 다르게 좀 더 특별한 기능을 가진 숲이라고 할 수 있다. 곳곳에, 그 기능에 맞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 방문객들은 숲속을 거닐면서 피톤치드 효과를 누리는 것은 기본이고, 치유센터를 통해서 자신의 나이와 신체 조건에 맞는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도 있다.
 
서천 치유의숲, 치유명상데크. 옆으로 얕은 계곡물이 흘러, 물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명상에 빠질 수 있다. ⓒ 성낙선
서천 치유의숲, 솔향기를 맡으며 책을 읽을 수 있는 숲속 작은 도서관. ⓒ 성낙선

치유센터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 중, 가족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에 걱정인형만들기, 티테라피, 숲속명상 등이 있다. 일반인을 위해서는 싱잉볼명상, 아로마테라피, 통나무명상 해독체조 등을, 장애인을 위해서는 산책명상, 오감깨우기체조 등을, 노인들을 위해서는 맨발걷기, 족욕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들은 모두 산림치유지도사의 지도를 받아 진행된다.

다만, 치유센터는 야외 활동이 어려운 동절기를 제외하고 3월부터 11월까지만 운영한다. 그때 프로그램을 이용하려면 먼저 운영시간을 확인한 뒤, 적어도 7일 전에 온라인으로 예약을 해야 한다. 프로그램마다 약간의 체험료를 지불한다. 내용이 비교적 알차게 구성돼 있다. 그 외 센터 내 시설을 사용할 때는 별도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한 가지, 치유코스에서는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런 사정 때문에, 방문객들이 산책을 할 때는 약간의 제약이 따른다. 예의를 지키는 데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 치유코스에서는 항상 조용한 분위기를 유지해야 한다. 운동화를 착용해야 하고, 향수 또는 진한 냄새가 나는 화장품, 음식물 반입 등을 금지한다.
 
서천 치유의숲, 계곡물을 이용한 족욕장. ⓒ 성낙선
서천 치유의숲, 호숫가 물빛전망대. ⓒ 성낙선
 
서천 치유의 숲은 호숫가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아름답다. 산 속에 이처럼 풍부한 물을 담고 있는 호수를 찾아보는 게 쉽지 않다. 산책로에서는 계절마다 갖가지 꽃이 피고 진다. 여름부터 가을까지 능소화터널에서 흐드러진 능소화를 볼 수 있다. 치유센터 주변에서는 풍성하게 꽃이 핀 수국을 감상할 수도 있다. 햇살이 따듯한 탓에 아직까지 꽃이 피어 있는 걸 볼 수 있다.

서천 치유의 숲은 늘 푸른 모습이다. 그 자체 그대로 편안하게 거닐며 사색에 잠기기 좋은 곳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슴 깊이 숨을 내쉬고 들이쉴 수 있어서 좋았다. 도시에 살다 보니, 평상시 얕은 숨을 쉬고 살 때가 많다. 늘 숨이 부족하다. 서천 치유의 숲에서 오랜만에 숨통이 트이는 걸 느꼈다. 서천 치유의 숲은 언제든 다시 찾아가 보고 싶은 곳이다.
 
서천 치유의숲 산책로에 핀 패랭이꽃. 세월을 앞서가, 여름에 피어야 할 꽃이 겨울에 피었다. ⓒ 성낙선
서천 치유의숲, 마른 꽃잎마저 풍성함을 유지하고 있는 수국. 수국의 꽃잎은 사실 꽃잎이 아니다. 실제로는 꽃받침에 해당한다. ⓒ 성낙선
 
태그:#서천치유의숲, #산림치유, #숲속명상, #치유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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