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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이 그린 형상'이라는 주제로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수초의 반영을 흑백의 선으로 나타내었다.
▲ 이영섭 '선이 그린 형상'이라는 주제로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수초의 반영을 흑백의 선으로 나타내었다.
ⓒ 김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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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섭은 형상 사진을 대표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지난달 24일부터 '선이 그린 형상'이라는 주제로 안양1번가에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여기에는 수초가 물에 반영되어 만들어진 모습을 대칭과 비례, 강조 등을 통해 흑백의 선으로 나타낸 10여 점의 작품이 전시 중이다. 작가는 자연의 형태를 공간과 대상의 유한성에서 벗어나 미적 형태로 변화시켜 재창조하였다. 또한 그가 40여 년간 사진작가로 활동한 기록과 사용한 카메라가 함께 전시되어 있다. 
 
이영섭 작가의 '선이 그린 형상' 중 한 작품
▲ 수초의 형상 이영섭 작가의 '선이 그린 형상' 중 한 작품
ⓒ 김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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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이 요정이 되어 미소 짓는다면, 수풀을 헤치고 외계인 친구가 나타난다면,
갈대가 사실 물고기 대왕이라면... 이런 상상력이 이영섭의 사진 세계가 전하는 메시지다. 그는 전시를 보는 관람객이 외로울 틈을 주지 않는다.

40년, 사진 촬영의 시작 

사진스토리의 시작은 신상옥 감독이 설립한 안양영화예술학교에서부터 시작된다.
당시 이곳은 영화촬영소에서 활동할 수 있는 배우, 촬영기술자, 감독 등을 배출하기로 유명한 학교였단다. 1978년 교장으로 재임하며 후학을 양성하던 최은희씨가 북으로 납치되는 사건도 있었다.

안양영화예술학교에서 영상촬영을 공부한 이영섭 작가는 생계를 위해 금성통신에 취직을 하였고 그곳에서 사내 사진 동호회에 가입하게 된다. 1년 동안 모은 월급으로 사진기와 렌즈를 구입하여 럭키금성그룹에서 주최하는 사내 사진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하면서 작가로 알려지게 되었다. 초기 작품은 '도시의 단면'을 주제로 한 도심 속의 이야기를 담아냈다고 한다. 

지하차도를 부지런히 올라가는 사람과 뒷모습을 따라가는 햇빛, 펼쳐진 화려한 파라솔 아래서 누군가를 기다리며 초조해하는 남자, 두물머리에서 강물을 바라보며 돌멩이 위에 걸터앉은 연인 등 대부분 다음 장면을 궁금하게 하는 사진들이었다고.

1990년대 초, 그가 처음 발표한 형상사진은 수원 용주사 느티나무에서 발견한 곰의 형상이다. 30여 년간 설악산 권금성 바위의 입술, 단풍잎이 그리는 우리나라 지도, 녹슨 철문이 만들어낸 강아지 등 많은 작품이 있다. 초기 형상 작품은 자연물 속의 감추어진 이미지를 찾아내는 것이었다.

현재 작품은 변형과 여백을 통해 위계적이고 획일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순수하고 창의적으로 자연과 세상을 마주하려는 작가의 철학이 담겨있다.
 
기울어진 갈대가 강물에 비치어 다른 형상으로 보인다.
▲ 갈대의 형상 기울어진 갈대가 강물에 비치어 다른 형상으로 보인다.
ⓒ 김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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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 사진 속의 형상은 모두 자연에서 비롯된다. 관람객은 자연 속에서 형상을 발견하고 동요하고 실제가 아니지만 실제보다 더 힘 있는 존재로 형상을 인식하게 된다. 

부와 빈곤, 성공과 실패로 양분된 시대를 살며 빠른 변화에 지친 사람들에게 형상은 순수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 작가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시간의 흔적을 보여주는 형상이 많은 분들에게 여유와 즐거움을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안양1번가' 속 변화 모색

이번 전시를 기획한 안양 문인협회 강백진 이사는 "카페를 갤러리로 쓰는 곳을 (주변에서) 찾기 어렵다. 예술이 생활로 들어올 수 있도록 어렵게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 안양역의 기차와 철길이 자연을 형상화한 사진 작품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며 "관람객과 손님들도 여백과 자연의 선을 통해 상상하고 공감하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시에나 갤러리카페 창업자 강영진 대표도 "손익을 떠나서 카페가 안양1번가 내에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본 전시회는 지난달 24일을 시작으로 다음달 25일까지이며 12월19일, 1월16일에 동일 장소에서 작가와의 만남이 예정돼있다. 전시 중 관람 손님은 30%할인된 가격으로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이영섭 작가의 작품으로 수초가 물에 반영되면서 만들어진 형상
▲ 수초 속 요정 이영섭 작가의 작품으로 수초가 물에 반영되면서 만들어진 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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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된 작가의 작품집
▲ 이영섭작가의 40년 전시된 작가의 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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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섭 작가의 선이 그린 형상으로의 초대
▲ 전시회 초대장  이영섭 작가의 선이 그린 형상으로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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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작가의 브런치에 실릴 수 있습니다.


태그:#이영섭, #강백진, #사진, #안양일번가, #강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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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아름답고 재미난 이야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오고가며 마주치는 풍경들을 사진에 담으며 꽃화분처럼 바라보는 작가이자 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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