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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돌이 채 지나지 않은 손녀가 스마트폰에 푹 빠져있다. 식사 시간에 보채는 걸 달래기 위해 아이 부모가 만화 영상을 켜서 보여주다 보니, 이제 식사 시간만 되면 그 시간을 당연히 만화보는 시간으로 생각한다. 부모들은 식사만이라도 좀 편하게 하자고 그렇게 한다는데, 아이는 그 만화를 얼마나 몰입해서 보는지 옆에서 아무리 맛있는 걸로 꼬드겨도 화면 속에 빠진 채 반응이 없다.
 
몰입을 빼앗긴 시대, 똑똑한 뇌 사용법<인스타 브레인>
▲ 안데르스 한센의 <인스타 브레인> 표지 몰입을 빼앗긴 시대, 똑똑한 뇌 사용법<인스타 브레인>
ⓒ 동양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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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최고의 발명품이자 시간 도둑, 스마트폰

안데르스 한센은 저서 <인스타 브레인>에서 스마트폰의 폐해에 대해 독자에게 심각한 경고를 보낸다. 하루 평균 2600번의 터치, 스크린 타임은 3시간 이상, 아침에 눈뜰 때부터 밤에 잠들기 전까지. 몇 시간이라도 옆에 없으면 패닉 상태에 빠질 정도로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함께하는 물건이 바로 스마트폰이다. 20세기 최고의 시간 도둑이 TV였다면, 21세기에는 스마트폰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단다.
  
하지만 기능이 다양하며 휴대가 편리해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사용한다는 측면에서 스마트폰은 TV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그 중독성이 강하다. 쇼핑, 음식 주문, 뱅킹, 주식, 교육, 문화생활, SNS, 커뮤니티 등 일상을 유지하는 거의 모든 것들을 간편하게 손안에서 해결할 수 있게 해준 21세기 최고의 발명품이다.

이제 스마트폰은 우리 몸의 일부가 되었다고 할 정도로 대부분의 시간을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새로운 발명품이 우리 몸에 그리고 우리 뇌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을까? 작가는 어느 날 좀처럼 책에 몰두하지 못하고 자꾸만 별 이유 없이 스마트폰을 만지는 자기 모습을 자각하고 충격을 받았단다.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해 뇌 과학적인 분석을 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스마트폰은 숙면을 방해하고, 운동량을 현저히 떨어뜨리며, 사람들과의 직접적인 소통의 시간을 단축시키곤 한다. 그런데 아직도 오랜 관성에 젖어 있는 뇌를 갖고 있는 우리는 충분히 자고 싶은 욕구, 몸을 움직이고 싶은 욕구,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싶은 욕구를 고스란히 지니고 있기에 불면증과 우울증의 폭발적 증가, 집중력 감퇴와 학력저하 현상, '디지털 치매' 등의 필연적인 폐해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우선 우리가 왜 이토록 스마트폰을 사랑하게 되었는지 그 원인부터 분석한다. 이는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의 영향인데 음식을 먹을 때나 새로운 경험을 할 때 분비되는 이 호르몬이 스마트폰을 통해 새로운 정보를 입수했을 때도 분비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류는 역사상 99.9%에 해당하는 시간 동안 수렵인으로 살았다. 새로운 정보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시간이었다. 아직도 우리 뇌가 수렵인 때의 기능과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우리가 가족과 친구, 그 어떤 물건보다 더 애지중지하며 거의 24시간을 함께하는 스마트폰이 우리의 건강과 행복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스마트폰과 SNS 사용 시간이 늘어날수록 우울증과 불면증이 증가하고, 집중력과 기억력이 떨어지는 현상은 사실 이미 예견된 결과였다. 인터넷이 발명된 이후 미래학자 니컬러스 카(Nicholas G. Carr)를 비롯해서 수많은 전문가들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이 현실을 경고한 바 있다.

SNS 관계, 실제 대면 인간관계를 대체할 수 없는 이유 

그런데 우리가 교통사고 가능성 때문에 자동차를 포기할 수는 없듯이, 스마트폰의 부작용과 폐해를 알게 되었다고 해서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작가는 뇌 과학 이론과 함께 해결책에 집중한다. 그는 인간이 행복을 느끼기 위해서는 잠을 잘 자야 하고, 적당하게 몸을 움직여야 하며, 타인과 유대관계를 통해 친밀감을 느껴야 한다는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어떻게 하면 이를 실천할 수 있는지에 대해 조언한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 세 가지 조건이 왜 우리 뇌에 이다지도 중요한지를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평소 우리가 알던 통념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를 통해서 주위를 환기시킨다. 이를테면 우리가 잠을 자야 하는 이유는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잠자는 동안 우리 뇌가 하루 동안 쌓인 단백질 노폐물을 제거하는 작업을 하기 때문이다.

또 책상에 앉아서 책만을 보는 것보다 밖에 나가서 몸을 움직이는 것이 집중력과 기억력에 훨씬 더 큰 도움을 준다는 이야기도 새롭다. 공부하는 것보다 나가서 운동하는 것이 우리 뇌를 더 똑똑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SNS에서 만난 인간관계가 실제로 만나는 인간관계를 대체할 수 없는 이유는 뇌의 거울신경세포 때문이다. 이 세포는 사람을 직접 대면했을 때 가장 활발하게 발달하는데, 공감 능력과 지적 능력을 주관하는 전두엽의 발달에 큰 영향을 끼친다. 사람을 직접 만나서 부대끼지 않으면 공감 능력과 지적 능력 또한 발달시킬 수 없다는 뜻이다. 

작가는 이렇게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 밖의 이야기를 뇌 과학 이론으로 설명하며 우리를 설득시키고 집중하게 만든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국민의 삶의 질은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면서도 IT 강국이라고 자부하는 우리에게 이 책은 매우 시사성이 높다.

청년층에게 확산되는 우울증

지난 10월 초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우리나라 우울증 환자는 100만 명을 넘어섰으며, 이는 5년 전보다 무려 32.9%나 증가한 수치란다. 특히 30대 미만 환자가 눈에 띄게 증가해 청년층에도 마음의 감기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마트 시대를 사는 현대인은 군중 속에서 고독하다. 세상과 벽을 쌓고 혼자만의 좁다란 공간에서 장막을 두른 채 스마트폰을 통해서 사람과 연결하고 사회와 소통한다. 그것이 얼마나 몸과 마음을 해치고 스스로를 고립시키는지 충분히 체득하고 있으면서도 그 수렁에서 헤어나오질 못한다.  

저자는 부록에서 교통안전 수칙처럼 디지털 세계를 여행하는 사람들을 위한 안전 수칙을 자세히 제시하고 있다. 21세기 최고의 발명품인 스마트폰에 묶여 살기보다는, 이를 문명의 이기로서 내 삶을 풍요롭게 하는 도구로만 활용해야 할 것이다. 

인스타 브레인 - 몰입을 빼앗긴 시대, 똑똑한 뇌 사용법

안데르스 한센 (지은이), 김아영 (옮긴이), 동양북스(동양문고)(2020)


태그:#인스타브레인, #안데르스한센, #몰입을빼앗긴시대, #똑똑한뇌사용법, #우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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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물처럼, 바람처럼, 시(詩)처럼 / essayist, reader, trave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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