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평지풍파에서 제작한 평화 운동 단체 평화 바람의 평화 유랑 20년을 기록한 책 달력. 오른쪽에 "살아봅시다, 살려봅시다" 글귀가 눈에 띈다.
 평지풍파에서 제작한 평화 운동 단체 평화 바람의 평화 유랑 20년을 기록한 책 달력. 오른쪽에 "살아봅시다, 살려봅시다" 글귀가 눈에 띈다.
ⓒ 유기만

관련사진보기

 
달력에 무슨 평가냐 하겠지만, 이 달력만큼은 평이 있어야 한다. 왜? 많은 이들이 보고, 읽고, 생각하기를 바라서다.

달력을 만든 이들은 '평화바람과 함께 지랄 맞은 세상에 풍덩 뛰어들어 파도가 되려는 사람들'(이하 평지풍파)이다. 달력은 평화운동 단체인 평화바람의 평화 유랑 20년을 기록한 달력이지만, 한국 사회의 지난 20년을 관통하며 여전히 유효한 평화와 인권에 대한 질문들로 가득하다. 사진과 글은 노순택 작가가, 여는 시는 송경동 시인이 썼다.

매번 졌지만, 승패가 없는 싸움

달력의 제목은 '살아있는 동안'이다. 결사(決死)가 아니라 생중(生中)이라는 뜻일까? "살아있어야 할 것이 아직 살아 있다면, 아직 살아 움직일 힘이 있다면"이라는 게 달력 표지의 글 중 한 구절이다.
 
형식 : 벽걸이 달력, 제작 : 평지풍파, 글과 사진, 총괄진행 : 노순택, 그래픽디자인 : 손혜인, 가격: 20,000원
▲ 달력 "살아 있는 동안" 형식 : 벽걸이 달력, 제작 : 평지풍파, 글과 사진, 총괄진행 : 노순택, 그래픽디자인 : 손혜인, 가격: 20,000원
ⓒ 평지풍파

관련사진보기


최근에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가 마지막 작품으로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내놓았다는데 여전히 문정현 신부와 평화바람 식구들은 '살아있는 동안' 하제의 팽나무를 지키고, 수라 갯벌의 생명들을 지키는 것이 평화라며 아직 살아 움직일 힘이 있다면 함께 살자고 속삭이는 듯하다.

평화바람의 20년 유랑을 곁에서 기록해온 노순택 작가의 사진과 사진 밑에 짧은 문장들이 내 여러 기억들을 소환하기도 한다. 평화바람은 평택미군기지가 확장될 때 미국의 한반도 전략이 바뀌어 한국을 대 중국 전략기지화 한다고 했다. 평화바람의 예측은 현실화되어 성주에 사드가 배치되어 완성되어 가고 있다. 평화바람의 20년 동안의 활동에도 우려가 현실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에 대해 위 달력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보다시피 매번 졌습니다. 허나 이기고 지고에 매달린 싸움이 아니었습니다. 사람이 사람다워야 할 이유를 찾는 싸움엔 승패가 없으니까요." 

이들이 유랑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아직 살아 있는 것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달력 속 평화바람의 오이 활동가는 말한다.

"새만금 매립으로 생태계가 완전히 파괴된 것 같지만, 아직 끈질기게 살아 있는 곳도 있어요. 수라 갯벌이요. 새만금에 이렇게나 다양한 새들이 사는지 왜 진즉 몰랐을까요." 

지면서도 얻은 게 있다면 아마도 평화의 씨앗들일 것이다. 평화바람이 연대하면서 다년간 곳에 뿌려진 평화의 씨앗들이 들꽃이 되어 피어 오른다. 살아 있는 동안 들꽃들이 '바람보다 먼저 눕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며' 이기지도 지지도 않을 싸움을 하자고 함께 살자고 자꾸 말을 거는것 같다.

달력은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 측이 온라인(링크)에서 판매하고 있으며 판매금은 평화바람의 새 꽃마차를 마련하는 기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지난 2003년 평화바람 측이 이라크 파병 반대와 평택 미군기지 확장 반대를 위해 유랑을 하던 중, 평화바람 꽃마차 위에서 문정현 신부가 연설을 하는 모습(자료사진).
 지난 2003년 평화바람 측이 이라크 파병 반대와 평택 미군기지 확장 반대를 위해 유랑을 하던 중, 평화바람 꽃마차 위에서 문정현 신부가 연설을 하는 모습(자료사진).
ⓒ 평지풍파

관련사진보기

 
꽃마차는 평화바람이 2003년부터 전국 유랑을 다닐 때 썼던 차량이지만, 몇 년 전 수명이 다해 폐차한 뒤 군산평화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단다. 달력 판매 기금과 모금 등을 통해 평화바람이 다시 평화유랑을 떠날 수 있도록 새로운 꽃마차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한다.

내년 달력으로 평화와 연대를 말하는 달력 구입은 어떨지. 1년 내내 곁에 두며 읽고, 보고, 생각해보기를 권한다.

태그:#달력, #평화바람, #문정현, #노순택, #송경동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전라북도 전주시에 살고 있습니다. 기자 활동은 전라북도의 주요 이슈인 새만금 사업에 대해서 다뤄보고 싶어 시민 기자로 가입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