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전통에는 역사가 숨어 있다. 그래서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음식은 그 가문의 역사가 되기도 한다. 어머니와 할머니, 윗대에서부터 전해 내려오는 고유한 음식은 이제 우리에게 중요한 문화유산이 되었다. 전통음식은 계승해야 할 중요한 문화유산이지만 다음세대로 이어지는 전수 과정이 순조롭지만은 않다. 집안의 전통음식, 옛 음식을 전수해 줄 함양의 숨은 손맛을 찾아 그들의 요리이야기와 인생래시피를 들어본다.[기자말]
경주최씨 4대손 종손집안 오점덕 여사, 파평윤씨 집안 며느리 이복달 여사
 경주최씨 4대손 종손집안 오점덕 여사, 파평윤씨 집안 며느리 이복달 여사
ⓒ 주간함양

관련사진보기

 
수백년 간 이어져 온 함양 종가의 참 맛을 느낄 수 있는 함양의 대표적인 한옥마을, 지곡개평마을. 전통문화와 한옥의 아름다움을 직접 체험하고 선비문화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지곡개평마을에서 유명한 것 중 하나가 자갈한과이다. 개평마을부녀회가 주축이 되어 겨울철 농한기에 연말, 설 명절까지 자갈한과를 판매해 농가소득을 올리고 있다. 마을 아낙네들이 전통방식으로 만드는 자갈한과는 방송에 소개되어 전국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동안 자갈한과를 만들며 함양, 지곡을 전국에 알린 개평마을부녀회 오점덕 여사. 겨울이면 마을회관에서 여인들이 함께 모여 자갈한과를 만들었었다. 세월이 흘러 함께 했던 이들이 나이를 이기지 못하고 손을 보태지는 못하지만 자갈한과의 명맥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전북 남원시가 고향인 오점덕 여사는 결혼을 하면서 개평마을과 인연을 맺었다. 전통음식 또한 시어머니께 배웠으며 고택음식도 경험할 수 있었다. 지곡개평마을은 양반 가문이 밀집돼 있어 집안의 대소사나 명절에 내 놓는 상차림 또한 전통을 이어왔다.

명절이나 제사, 잔칫날 빠지지 않는 음식 중 하나는 갈랍. 갈랍은 돈저냐의 방언이다. 갈랍전이라고 불리는 돈저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그랑땡으로 알고 있다. 손님을 맞아 음식 준비를 할 때 손이 많이 가는 갈랍을 정성스레 준비했다. 오점덕 여사는 시집을 오니 시어머니가 해 주었다고 했다. 그녀는 결혼 후 처음 갈랍을 만들어 보았다.

예쁘게 만들면 예쁜 딸 낳아
 
동그란 모양의 갈랍
 동그란 모양의 갈랍
ⓒ 주간함양

관련사진보기

 
갈랍은 온 가족이 함께 만드는 음식, 반죽을 해 오면 모두 둘러앉아 갈랍 모양으로 빚는다. 제사상에 올릴 때는 너무 작게 하면 안 된다. 손바닥만 하게 만들어서 푸짐해 보이도록 한다. 저마다 모양도 제각각일 수 있지만 갈랍을 예쁘게 만들어야 예쁜 딸을 낳는다는 말에 더 열중하게 된다. 오점덕 여사는 딸 넷에 아들 한 명을 낳았다. 아들 낳으려 딸 넷을 낳았지만 지금은 딸 넷도 적다싶을 만큼 딸이 좋다.

명절이 되면 가족과 옹기종기 모여 갈랍을 만들었다. 어디는 송편을 빚고 어디는 만두를 만들었지만 이곳에서는 갈랍이 명절음식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하나하나 빚어야 하니 손이 많이 가는 갈랍, 갈랍을 만드는 것보다 가족이 모여든 그 시간이 풍요로웠다.

결혼한 지 50년. 그녀에겐 50년지기 친구가 있다. 집안 행사가 있을 때마다, 담을 넘어 기름 냄새를 풍길 때마다 함께 일을 도와가며 언니동생 해 오던 사이다. 남편끼리 서로 친구이다 보니 자연스레 만남이 이뤄져 오랜 세월 곁을 두며 의지하는 사이가 되었다. 마음 맞는 사람을 만나는 건 큰 복이다.

동무와 함께 만드는 갈랍과 약과
 
꽈배기 모양의 약과
 꽈배기 모양의 약과
ⓒ 주간함양

관련사진보기

 
갈랍을 만든다는 말에 한걸음에 달려와 도와주고 있는 이복달 여사. 함양군 안의면이 고향인 이복달 여사는 자신을 정효 엄마라 불러 달라 한다. 그녀는 외동아들과 결혼했다. 시아버지도 외동아들이라 집안에 손이 귀했다. 결혼은 먼저 했지만 동생 벌 되는 오점덕 여사와는 마을이든, 집안일이든 무엇이든 언제든 함께였다.

갈랍과 함께 잔치음식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약과. 약과는 반죽할 때에 물 대신 술이 들어가는 음식이다. 만들기가 까다롭고 어려워서 큰 잔치를 할 때에나 만드는 음식이다. 만드는 사람의 방식에 따라 약과는 모양도 제각각 이다. 일을 쉽게 하겠다고 반죽을 미리 해 두었다간 제대로 음식이 만들어지지 않아 낭패를 보게 된다. 미리해둔 반죽은 튀길 때 잘 일지 않기 때문이다. 너무 얇게 만들면 보기 싫다. 너무 두툼하게 만들면 잘 튀겨지지 않는다. 불 조절을 잘 해야 바삭하고 부드러운 약과를 만날 수 있다.

오점덕, 이복달 여사와의 만남. 오랜만에 여인네들이 솜씨를 발휘하니 지곡 개평마을에 꼬신내가 풍긴다.

* 갈랍

<재료>

돼지고기 다진 것 한 근
두부 2모, 당근 반개, 계란 6개
야채(식성에 따라 색깔별로)
후추(비린내 제거), 참기름
마늘, 식용유, 소금, 밀가루

<순서>
1. 단단한 두부의 물기를 제거한 다음 으깬다.
2. 소금 한 스푼, 마늘 한 숟가락, 참기름 한 숟가락을 으깬 두부에 넣는다.
3. 양념이 들어간 두부를 바락바락 치대듯이 섞어준다. 두부를 많이 치대야만 부드러워 진다.
4. 야채는 기호에 맞게 또는 색깔별로 준비하여 다진다.
5. 후추는 마지막으로 한 스푼 넣어 야채와 버무려 준다.
6. 반죽을 탁구공만한 크기로 떼어내 새알모양으로 빚는다.
7. 밀가루를 묻힌 다음 가장 자리를 손으로 다지면서 모양을 내 준다. 작은 그릇을 빚듯이 안쪽에 둥근 홈이 생기도록 하되 갈라지지 않도록 조심한다. 이때 달걀옷이 잘 입히도록 낮은 접시모양이 되도록 빚어야 한다.
8. 계란 6개와 소금은 (거짓말로)쬐끔 넣는다.
9. 계란을 묻혀서 중간불로 천천히 전을 부친다.

* 약과

<재료>

밀가루 1kg
계피가루 2 숟가락
황설탕 한 숟가락
술(소주), 식용유, 조청, 잣

<순서>
1. 밀가루 1kg 기준에 식용유는 소주잔 5잔을 넣는다.
2. 밀가루 덩어리가 부드러운 가루가 될 때까지 비벼 준다.
3. 밀가루를 주먹으로 쥐었을 때 뭉쳐져야 한다.
4. 소주를 넣어 반죽을 한다. 부드럽게 치대야 한다.
5. 반죽을 홍두깨로 펴 준다.
6. 얇게 편 반죽을 직사각형으로 잘라 가운데 칼집을 세줄 놓는다.
7. 반죽의 한쪽 끝을 칼집 안으로 넣어주어 꽈배기 모양을 만든다.
8. 튀길 때는 기름을 끓인 다음 불을 낮춘다. 너무 센 불에 하면 속은 익지 않고 튀겨진다.
9. 조금 딱딱하다 싶을 때까지 튀겨야 한다. 불 조절이 가장 중요하다.
10. 조청을 준비한다. 조청을 너무 팔팔 끓이면 딱딱해 지기 때문에 약한 불에 올려놓는다.
11. 튀긴 약과를 조청에 적신 다음 다진 잣을 꽈배기 모양의 홈 안에 뿌려주며 모양을 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함양뉴스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부엌에 숨겨 둔 인생레시피 : 인생그릇 (1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바른언론 젊은신문 함양의 대표지역신문 주간함양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